얼마 전 무한도전이 추석특집으로 방문한 산내리 마을과 1박 2일 이승기가 날개 벽화 사진을 찍었던 이화마을이 큰 주목을 받았다. 두 프로그램 방영분엔 특정 공간에서 지역과 소통하는 ‘커뮤니티 아트’란 공통된 소재가 있다

커뮤니티 아트-참여와 예술성
커뮤니티 아트는 지역사회의 삶을 문화와 예술로 잇는 공공미술이다. 공공미술은 미술관처럼 닫힌 공간이 아닌 열린장소에 미술품을 전시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공간과 ‘관계맺음’ 없이 덩그러니 놓인 공공미술품은 미술을 접할 기회를 주기는커녕 장식품 정도에 머물거나 장애물이 되어 사람들에게 외면받았다. 월간 퍼블릭아트 홍경한 편집장은 “초기 공공미술품은 예술품이라기 보단 건축 장식이나 디자인이라는 인식에 머무르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공간과의 맥락, 지역과의 소통을 고민하며 커뮤니티 아트가 탄생했다. 국내에선 2006년 아트인시티부터 2010 마을미술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커뮤니티아트가 활성화됐다.

북아현동 골목에서 주름잡기
추계예술대학은 지난 한해 재개발 대상구역인 북아현동을 무대로 ‘북아현동 골목에서 주름잡기’를 진행했다. 주름잡기는 골목이 많고 경사진 북아현동의 지형적 특징과 조선시대 부동산 중개업자인 ‘주름’에서 유래한 말이다.정원철(추계예대?판화과) 교수는 “우리가 북아현동 재개발을 막을 순 없지만 2~3년 후에 ‘사라질’ 북아현동이라는 현재의 공간에 관심을 갖고 기억하려는 취지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추계예대 미술학부생 100여명은 1년여 간 공공미술 교육수료와 워크샵, 수차례 현장답사를 하며 공동체의 삶을 예술적으로 접근하려 노력했다.

추계예대 재학생 18팀과 졸업생 6팀은 지난 1년간 작품주의와 작가주의를 벗어나 소통과 과중을 중시하는 커뮤니티 아트를 선보였다. 그 중 북아현동 아카이브 팀은 현장 답사를 하며 개·보수 과정이 반복되며 기존의 건물에 덧붙여진 것들이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북아현동 아카이브는 꽃을 피우는 꽃봉오리 속의 주름처럼 건물의 덧붙여진 공간에 북아현동의 시간과 삶, 이야기가 응축돼있다고 생각해 이를 기록하는 작업이다.

주민들의 예민한 태도에 그들과 소통하고 참여를 유도하는 과정이 힘들기도 했다. 재개발 대상지역이라 주민들이 사진 찍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거나 이것저것 묻는 걸 마뜩찮게 여겼다. 하지만 활동을 지속하는 동안 목련나무에 감이 열렸으면 좋겠다는 할머니의 지나가는 말에 감을 나무에 ‘덧붙이는’ 작업도 했다. 최광민(추계예대 서양화07) 씨는 “이전엔 결과가 눈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생각해 무언가를 만드려고만 했다”며 “주름잡기를 통해 누군가의 삶과 소통하는 과정 자체가 예술이 될 수 있음을 알았다”고 말했다. 정원철 교수는 “가시적 인 성과는 별로 없지만 작품주의나 작가주의 같은 기존 방식과 다른 과정중심의 활동을 하며 예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홍대 앞 거리미술전
서울의 대표적 예술인 거리 홍대 앞은 상업 공간으로 변해가는 홍대 앞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꾸준히 노력중이다. 지난 9월 초 열린 홍대 거리미술전은 올해 18회 째를 맞았다. 다른 공공미술 프로젝트와 달리 정부나 학교의 주도와 지원이 아닌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거리로 나온 것이다. 거리미술전은 회를 거듭하며 단순히 작품을 외부에 전시하는 게 아니라 홍대거리와의 소통과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려 노력하고 있다.

홍대의 거리미술은 홍대 만의 색깔을 드러낸다. ‘홍C의 하루’란 작품은 거리를 지나는 홍대사람들을 그림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미리 완성된 작품을 외부에 전시하는 게 아니라 축제기간 동안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과 얘기하고 그들의 얼굴을 캔버스에 담으며 작품이 완성했다. ‘홍C의 하루’ 작가 이다혜(여·28세) 씨는 “다른 곳보다 홍대에서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먼저 말을 걸어오기도 했다”며 “홍대 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대학교 정문을 따라 쭉 이어진 골목엔 지난 18회를 거듭하며 켜켜이 쌓여온 벽화 48점이  그려져있다. 작가들은 새로운 벽화를 그려낸다. 그 중 벌거벗은 남자가 웅크리고 있는 작품은 주변 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이 보기에 좀 적나라한 것 같다는 민원이 들어와 작가는 이 그림에 옷을 입혀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대만이 보여줄 수 있는 예술 소통의 모습이다.

우리학교의 공공미술과 커뮤니티 아트
지난 학기 본교 조형학부 신입생으로 이뤄진 5개 팀은 조형학부 건물 외벽에 작품을 설치했다. 그 중 ‘Beans in Black’은 바쁜 현대인이 무관심하게 스쳐가는 벽을 소재로 삼았다. 담쟁이 덩굴 옆에 콩으로 사람 형상을 만들었다. 작품에 참여한 김민 씨는 “담쟁이 덩굴 옆의 사람은 대충보면 콩인지 알기 어렵다”며 “이 역시 무관심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라고 말했다.

동아리연합회 전시창작분과에선 참살이길 가게에 학생들의 작품을 거는 활동을 추진 중이다. 박현석 동연 회장은 “평소 학생들이 자주 가는 술집에 학생들이 그린 작품이 걸려있으면 좋을 것 같아 아이디어를 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커뮤니티 아트의 한계와 미래
아직 한국 공공미술은 단순히 마을을 꾸미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마을에 작가들이 몰려왔다가 빠져나간 후 그림만 덩그러니 남는 경우도 많다. <1박 2일>의 날개벽화는 새벽까지 사람이 몰려, 소음을 견디지 못한 주민의 부탁으로 지워진 상태다. 정원철 교수는 “작가가 공공미술 마을에서 ‘문화소외계층’을 도와주는 역할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예술적 경험으로 이끌어주는 매개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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