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가 지난달 1일부터 외부 경영 컨설팅업체를 통해 경영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외부기관에서 평가를 받으면 자가진단과는 다르게 객관적으로 문제를 진단할 수 있다”며 경영진단 실시 이유를 밝혔다.

경영진단을 맡은 컨설팅 업체 액센츄어(Accenture)는 오는 2월말까지 △학문단위 경쟁력 진단 △조직운영체계 개선 △차세대 시스템 구축 방안 마련에 대한 결과를 학교에 보고할 예정이다. A업체는 수년간 국내외 대학과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작년에 중앙대의 △학문단위 재조정 △조직 운영 체계 재정립 △경영관리 혁신 분야의 경영진단을 맡은 바 있다.

학문단위 경쟁력 진단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은 학과 경쟁력 평가다. 학과 경쟁력 평가는 작년에 각 단과대학을 본교가 마련한 자체기준으로 평가했던 것을 학과단위로 세분화한 것이다. 평가기준은 크게 연구·교육역량, 국제화와 사회적 요구를 얼마나 반영하고 있느냐이며 학내 평가 후엔 타대학과의 비교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학내에선 이번 경영진단과 관련해 대자보가 붙는 등 비판적인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학교가 경쟁력 없는 학과를 폐지하고 순수학문의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 한재민 기획예산처장은 “학부 교육을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기초교양교육 중심으로 간다는 것이지 연구영역에서까지 순수학문을 경시하겠다는 의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학과 경쟁력 평가 이후엔 해외 유수의 순수학문을 벤치마킹하고 응용학문동향을 조사할 예정이다.

조직운영체계 개선과 차세대 시스템 구축 방안 마련을 위한 진단도 이뤄진다. 현재 조직체계는 직원이 일정기간을 주기로 자리를 옮겨다녀 행정분야의 전문성을 갖지 못한다는 학교 안팎의 지적에 대한 타당성을 따져볼 예정이다. 본교는 진단 결과에 따라 목표 기반 직무설계로 성과평가체계를 확립하고 성과에 따른 인사시스템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 본교 교직원들은 컨설팅 업체의 요구에 따라 자기 업무 현황을 확인하는 직무분석표를 작성중이다.

직원노조는 경영진단의 필요성엔 공감하나 시기가 적절하지 않고 학교가 일방적으로 일을 진행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또한 노조 측은 학교가 이번 일을 수의계약으로 진행한 점을 지적했다. 계약금액이 2000만원 이상이면 공개입찰을 해야 하지만 학교 측이 구성원과의 협의없이 업체를 선정하고 계약했기 때문이다. 김재년 직원노조 위원장은 “조그만 가게도 직원과 협의를 거쳐 운영해야 하는데 학교가 노사간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처리했다”며 “차기 집행부 구성과 진단이 끝나는 시점이 모두 2월 말인데 그 사이에 인수인계가 이뤄질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진택 대외협력처장은 “학교 발전에 컨설팅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판단했다”며 “공개입찰로 했을 시 한 두달을 그냥 허비하게 되어 차기 학교 운영진과 인수인계를 할 시간을 맞추려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학교는 지난달 25일과 29일에 교직원과 교수회를 대상으로 경영진단 취지와 방식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에 대하여 김재년 노조위원장은 “이미 결정을 다 해놓고 알려주는 식”이라며 “면담도 우리가 요청해서 성사된 것일뿐 학교 측은 우리에게 아무런 동의도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일을 처리했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대는 지난해 경영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학문단위와 행정체제를 대대적으로 개혁했다. 학문부문에선 18개 단과대 77개 학과를 5개 계열 40개 학과로 통폐합했다. 성균관대는 현재 개편 설계안을 작성해 내년에 발표할 계획이다. 성균관대 역시 지난 5월엔 경영진단에 대한 교내 반대여론이 거세지자 학생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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