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문화체육관광부(문광부)는 2011년부터 ‘수업 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 제도(보상금 제도)’를 시행한다고 공시했다. 보상금 제도는 대학에서 수많은 저작물을 사용하면서도 아무런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는 것에 대해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다. 보상금제도는 지난 2006년부터 마련돼 있었지만 보상금 기준이 불명확하고 저작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해 시행이 계속 미뤄졌었다.
현재 문광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사이에서 보상금액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대학생 1인당 4000원 가량의 저작권료를 징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은 지난 9월에 저작권료의 일괄 징수가 등록금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요구하는 시위를 열기도 했다. 한국복사전공권협회 송재학 과장은 “우리측도 보상금이 등록금 인상의 명분으로 사용되는 것은 반대한다”며 “보상금을 대학 등록금 수입의 0.1%이하로 제한하는데 이 때문에 등록금 내역이 공개되어 오히려 사용 내역이 투명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일부 학생들은 정부가 이 제도를 시행하면서 저작물의 불법사용을 묵인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현(인문대 사회08) 씨는 “이미 책을 구입하며 저작권료를 제공하고 있는데 보상금 제도를 통해 학생들에게 이중과세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며 “앞으로는 교재를 구입하기 위해 서점이 아니라 복사집으로 가야겠다”고 말했다.
문광부는 이번 제도는 수업시간에 활용되는 저작물에 대한 징수를 하는 것이지 암암리에 이뤄지는 불법제본과는 전혀 무관한 내용이라고 설명한다. 이 제도가 시행돼도 저작물을 무단복제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위배된다. 보상금 제도는 오로지 대학에서 수업과정 중 사용하는 유인물, 동영상, 음악재생 등의 저작권료를 거둬들이기 위해 마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모든 학생이 교재를 구입하더라도 교수가 원문 그대로를 활용해 강의를 하게되면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업 보조수단으로 PPT 자료를 만들 때에도 교재 내용과 다르게 수정해야 하며, 저작 저작권자가 제공하는 PPT에 음원이나 영상자료를 첨부하는 것도 저작권 위반이다. 문광부 표광종 사무관은 “일부 학생들이 저작권료를 학생 개개인에 부과하는 것으로 오해하는데 보상금제도는 학생이 아닌 학교를 대상으로 부과하는 것”이라며 “수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법 위반에 대한 비용을 학생 수를 기준으로 책정하는 것이고 교재구입비 성격을 띤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광부는 보상금 제도의 공시와 함께 1인당 4190원 기준이라는 수치를 제시했다. 2009년 전국 대학 50곳, 대학별로 10명의 교수를 표본으로 5개월 동안 수업시간에 저작권 위반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징수금액을 산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본교는 내년부터 1억원 이상의 보상금을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금액을 산출하는 과정에서 대학과 전혀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현재 문광부는 여러 대학협의체들과 보상금 액수 최종안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문광부 이명진 주무관은 “아직 협의 중에 있지만 기존에 발표된 것보다 조금 낮아진 3490원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상금 제도가 시행되면 저작권료는 2가지 방식으로 나뉘어 징수된다. 하나는 학내 저작물 이용량에 따라 보상금을 책정해 납부하는 개별이용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정액금액을 납부하는 포괄 이용방식이다. 현재 대부분의 대학에선 일정금액을 미리 납부하는 포괄이용방식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포괄 이용방식은 저작권 자료 사용량에 관계없이 1년 단위로 보상금을 납부하는 것으로 학생 수를 기준으로 책정된다. 이는 일일이 저작물 이용사례를 확인하지 않아도 돼 추가적인 비용낭비를 막을 수 있다. 또한 해외 저작물을 많이 이용하는 대학에선 저작권료가 비싼 해외저작물의 이용량을 모두 계산해 납부하는 것보다 일정 금액을 미리 내는 편이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각 대학에서 거둬들인 보상금은 ‘한국복사전송권협회’에 전달되고, 협회는 이 액수를 개별 저작권자에게 재분배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보상금을 저작권자에게 배분하는 일 또한 만만치않은 과정이다. 법안에 따르면 보상금은 한국복사전송협회로 보내져 저작권자에게 분배된다. 모든 강의에 수업되는 교재의 저작권료 지급여부와 지급액을 결정하는 것이 어려울 뿐만아니라 강의계획서에 명시되지 않은 교재에 대해선 보상금 분배가 이뤄지지 않는다. 본교 이대희(법과대 법학과) 교수는 “명확한 분배를 위해선 저작물 이용과 실태를 정확하게 관리·조사를 할 수 있는 저작물 이용내역 시스템구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번 제도 시행에 대해 본교는 제도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내년부터 시행되는 제도인만큼 정부와 대학간의 활발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진희 교무처장은 “학교 측은 제도의 취지는 인정하지만 교육이 가진 공공성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는 협의가 더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대교협과 한국전문대학교육협회는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에도 보상금을 징수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반응이다. 대교협 황인성 기획재정실장은 “이번 보상금제도는 대학재정에 부담을 키우고 등록금 인상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국대학교교무처장협의회’도 이번 제도의 시행에 대해 반대의사를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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