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뉴욕 맨해튼에서 5번째로 높은 AIG빌딩을 국내기업이 인수했다. 월스트리트 한복판에 자리한 66층 높이의 AIG빌딩은 맨해튼의 상징이기도 하다. AIG매입의 주인공은 금호종합금융(금호종금)으로 맨해튼의 대형빌딩을 구입한 첫 국내기업으로 기록됐다. 금호종금 김종대 사장은 “국내에서 최고가 될 수 없다면 세계의 중심, 뉴욕에서 경쟁하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세계를 무대로 경쟁하라는 김종대 사장의 말은 자신이 이끄는 회사 뿐만 아니라 대학생들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고대신문은 금호종금의 지원을 받아 열흘간 미국취재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이번학기 7차례 국제면 기사를 지면에 실을 수 있었다. 이번 학기 마지막 신문을 남겨두고 지난 달 27일 을지로에 있는 금호종금 본사에서 그를 만났다.

뉴욕을 경험하라
김종대 사장은 대학생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다양한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고대신문에 지원금을 기부한 것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대학생이 좋은 경험을 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었다. “예전부터 대학생들에게 관심이 많아서 그동안 국내외 인턴십을 계속 운영했어요. 대학생에게 가장 필요한 건 다양한 경험이지만 실제로 모든 이가 기회를 가질 수 없잖아요. 그래서 기자들이 미국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기사화해서 미국에 가보지 못한 학생들이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길 바랐습니다”

AIG빌딩 66층 테라스에서 바라본 뉴욕 풍경. (사진=이수지 기자 sjsj@kunews.ac.kr)
기자들은 10일 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미국을 몸으로 경험하고 돌아왔다. 쉴 틈 없는 일정 탓에 지치기도 했지만 김 사장 말대로 ‘다양한 경험’은 제대로 했다. 그 중에서도 미국취재를 다녀온 기자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건 AIG빌딩이었다. 기자 역시 미국에서 수많은 대학을 방문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났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AIG빌딩을 방문한 것이었다. 김 사장은 AIG빌딩에 올라가 본 소감이 어땠는지 기자에게 물었다. 빌딩 66층에 있는 테라스에서 맨해튼을 내려다보는 경험은 쉽게 접할 수 없는 기회인만큼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맨해튼에는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과 록펠러센터에 전망대가 마련돼 있다. 하지만 유리창 너머로 바라보는 전망이 아닌 테라스에 직접 나가 맨해튼 전망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김 사장 역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저도 처음 AIG빌딩을 올라갔을 때가 기억납니다. 참 뿌듯했죠. 우리로서도 AIG빌딩을 사들이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으니까요”

원래 AIG빌딩은 아무나 올라갈 수 없었다. 심지어 빌딩 매입 직후 김종대 사장이 들어가려는 걸 경비원이 가로막은 적도 있었다. 지금은 누구나 사전에 허가만 받으면 들어가 볼 수 있다. 김 사장이 AIG빌딩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여행사에서 AIG빌딩을 여행코스로 포함시키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얘기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올라가서 구경하길 바라는 마음에 무료로 개방하고 있어요. 특히 한국의 젊은이들이 많이 이용했으면 좋겠어요. AIG빌딩에서 행사나 파티 같은 걸 연다고 하면 얼마든지 빌려 줄 의향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공모전을 열어서 젊은이들을 AIG빌딩에 보내는 기획도 고려중이죠”

AIG빌딩 인수는 아직 시작에 불과해
사실 금호종금이 AIG빌딩을 인수한다고 발표했을 때 금호종금의 자금력으로 뉴욕 맨해튼에서 버틸 수 있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즉흥적인 결정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년전부터 김 사장은 진지하게 맨해튼 진출을 고려했다. AIG빌딩 매입 전 회사 전 직원을 상대로 세계 어느 곳에 투자를 하는 게 좋겠냐는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가장 많이 나온 답은 맨해튼, 그것도 월스트리트였다. 김 사장의 생각 역시 같았다. 그런 와중에 AIG빌딩이 매각된다는 소식이 나오자 거침없이 일을 추진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외국자본이 국내 부동산을 헐값에 사서 차익을 남기고 돌아가는 일명 ‘먹튀’가 많았어요. 우리는 차익을 남겨 돈을 벌 생각보다 해외진출을 위한 초석으로 삼기 위해 AIG빌딩을 매입했죠”

김종대 사장은 장기적으로 미국 내에 비즈니스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금호종금은 AIG빌딩 매입을 교두보로 삼아 뉴욕시장에 뛰어들었다. 뉴욕과 닿는 ‘끈’이 없었을 땐 겁부터 났었지만 AIG빌딩 매입 후에는 수많은 미국의 기업들과 관계를 쌓았다. 덩달아 자신감도 생겼다. “빌딩매입 후에 우리 직원들을 1~3개월마다 3명씩 번갈아 가며 뉴욕으로 보냈어요. 1년이 지난 지금은 수십 명의 직원이 뉴욕을 ‘경험’하고 온 셈이죠. 여러 사람이 경험한 정보를 모으니 그 수준이 상당하더군요. 지금은 그 누구보다 뉴욕에 관해서만큼은 가장 확실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이 모든 것들이 사실 AIG빌딩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죠”

금호종금 김종대 사장. (사진=이수지 기자 sjsj@)
기회를 주는 기업이고 싶다
금호종금은 현재 약 20 여 곳의 뉴욕 현지회사와 교류를 하고 있다. 뉴욕에서 얻은 경험을 배우고 싶어 찾아오는 국내외 기업들도 많다고 김 사장은 말한다. 얼마 전에는 세계무역센터 개발권을 가진 미국 부동산 개발업자 래리 실버스타인(Larry Silverstein)이 김 사장을 초청해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앞으로도 해야 할 공부가 많다며 앞으로의 포부를 드러냈다. 그 중 하나가 ‘맨해튼 펀드’다. “맨해튼 펀드는 맨해튼에서 발생하는 모든 것을 대상으로 조성하는 펀드에요. 아시아에서는 맨해튼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하기 때문에 앞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해 볼 생각입니다”

인터뷰 내내 김 사장이 기업인이지만 대학생과 젊은 층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그는 대학생들에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았다. “한국이 앞으로 발전하려면 다른 자원보다 ‘사람’이 가장 중요합니다. 물론 국내에는 그러한 자원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금호종금이 그들에게 최대한 기회를 주는 곳이 될 수 있길 바라요. 우리 회사는 서로 믿고 회사를 함께 이끌어 갈 그런 인재를 필요로 합니다. 한마디로 We go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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