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일지도 모르지만 여학생이 아이스하키를 한다는 건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체력소모가 워낙 심한 운동이라 남학생조차 버거워하기 때문이다. 본교 아이스하키 동아리 ‘티그리스(Tigris)의 유일한 여자 선수인 박하늘(생명대 식품공학06) 씨를 만나 어떻게 아이스하키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지 들어봤다. “아이스하키가 다들 거친 운동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마추어 시합은 그렇게 과격하지 않아요. 그래서 저 같은 여자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죠. 그래도 몸싸움이 났을 때 여자라고 봐주는 건 싫어요. 순발력이나 요령으로 이기도록 해야죠”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실력은 웬만한 남자 선수 못지않다.

박하늘(생명대 식품공학06) 씨. (사진=조상윤 기자 chu@)
2008년에 캐나다 브리티시콜럼비아대학교(UBC)로 교환학생을 간 박 씨는 처음 아이스하키를 접했다. 캐나다에서 아이스하키는 국민스포츠라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어렸을 때부터 아이스하키를 할 정도다. 그녀는 학생들이 스포츠 활동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고 한다. 운동을 즐기는 것이 당연시되는 분위기 덕에 그녀 역시 자연스럽게 아이스하키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일반 학생들이 스포츠클럽이나 체육관에서 다양한 운동을 하도록 학교와 학생회가 많이 도와주는 편이에요. 아이스하키 외에도 농구, 축구, 배구 등 다양한 리그가 매학기 마다 열리는데 학생들이 운동종목 하나 정도는 참여하는 것 같더라고요. 여학생들은 구두를 신고 등교하면서 가방에 축구화를 매달고 올 정도로 운동을 좋아해요”

2009년 가을, 그녀는 교환학생이 끝나고 한국에 돌아왔지만 아이스하키를 잊지 못하고 바로 티그리스를 찾았다. 캐나다에서 장비를 팔고 온 탓에 장비를 다시 사는 데 70만 원 정도를 투자했지만 그녀는 전혀 아깝지 않았다. “처음 연습에 참여했을 때 선배님들이 ‘드디어 티그리스에도 여자부원이 들어온다’며 반갑게 맞아주셨던 게 기억나요. 아무래도 혼자 여자다보니 높은 기수 선배들이 인사도 더 따뜻하게 해주시고 신경을 많이 써주셨죠” 그녀 역시 졸업 후에 OB로 남아 후배들과 함께 운동도 하고 도움도 주고 싶단다.

운동을 하다보니 UBC와 티그리스의 차이점도 발견했다. UBC에서는 기초훈련 없이 실전 위주로 아이스하키를 하지만 티그리스는 일주일에 한 번 초보자들을 위한 기초훈련을 실시한다. “UBC 학생들은 어렸을 때 기본기를 배우기 때문에 기초훈련을 배우려면 따로 돈을 주고 강좌를 들어야 해요. 하지만 티그리스는 처음 시작하는 선수들이 많아서 기초훈련부터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어 운동을 시작하는 학생들에겐 좋은 기회죠”

하지만 그녀도 학생인지라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다. 공부를 등한시 할 수도 없었다. “부모님도 제가 학생이니까 주객이 전도 돼선 안된다고 말씀하세요. 저도 할 일을 다 하고 운동을 하는 편이고요. 사실 운동을 하면서 스트레스가 해소돼 공부할 때도 도움이 많이 됩니다”

이제 졸업반이 된 그녀는 전공을 살려 식품관련 법조인이 되기 위해 법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고 있다. 인터뷰 전 주에 대학원 면접을 봤다는 그녀의 표정은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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