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학에서 총장은 총감독입니다. 학교가 잘 굴러가도록 관리하고 학생, 교수, 직원, 재단, 교우 등 구성원들을 화합시키는 것. 마치 견인차 같이 대내외적으로 학교를 이끌어가는 게 바로 총장이죠”

2008년 2월부터 이기수 총장이 본교 총감독을 맡은 지 3년이 흘렀다. 그리고, 교수로서는 28년이다. 교수 정년퇴임에 맞춰 총장직에서도 물러나는 이 총장은 임기는 짧았지만 ‘신나는’ 3년이었다고 자평했다. 이 총장이 이끌었던 지난 3년 간 고려대학교는 어디로, 어떻게 갔을까? 지난달 23일, 곧 감독생활을 마치는 이 총장을 집무실에서 만났다.

◇ 교수로서도, 총장으로서도 퇴임을 하시는데 기분이 어떠십니까
총장 취임할 때부터 교수 정년하면서 총장도 함께 그만 둘 생각이었어요. 교우들은 왜 총장 임기를 다 안 채우고 그만 두냐고 말하지만 정년퇴임을 하면 총장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맞습니다. 그리고 제 은사이신 차락훈 7대 총장도 교수직을 마치면서 총장을 그만두셨어요. 그게 참 좋은 전통이라고 생각합니다.

◇ 총장을 맡으신 뒤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일과 아쉬웠던 일은 무엇입니까
총장을 맡으면서 네 가지는 꼭 챙기려고 했어요. 첫 번째가 ‘인성교육’입니다. 그래서 교양교육원 설립했고 두 번째는 ‘소통’을 위해서 제2외국어와 한자 교육을 강화했습니다. 세 번째는 ‘봉사정신’을 위해서 사회봉사단을 창단했고, 마지막 네 번째는 ‘실무교육’을 위해서 인턴십을 많이 늘렸습니다. 멕시코 갔을 때는 LG전자, 인도 갔을 때는 삼성전자와 인턴십을 맺었죠. 아쉬운 건 약속했던 건물을 다 못 짓고 떠나는 겁니다. 특히 백주년삼성기념관에 이어 대강당 자리에 ‘고대천년관’을 지으려고 했는데 18대 총장으로 넘어갈 것 같네요.

◇ 그렇다면 중요하게 생각했던 사업은 어떤 것입니까
고려대의 국제화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앞으로는 외국어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국제 경쟁력을 갖춘 명품인재를 양성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현재 영어강의 비율이 45%인데 50%는 넘어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교수임용에서도 영어 테스트를 하고 있고요. 매년 90개 대학과 학술교류도 체결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약 270개 정도 되죠. 교류가 없는 지역이 아프리카, 남미, 구동구권인데 남은 임기동안 찾아다니면서 체결할 예정입니다. 국내 대학 중 서울대만 회원이었던 환태평양 대학 교류협의회에 가입한 것도 고려대의 국제화의 성과를 보여줍니다.

사진=조상윤 기자 chu@
◇ 2010년 3월 김예슬 대자보 사건 당시 대학이 ‘스펙양성소’가 되어간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인재 양성에 있어 대학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렇게 생각한 건 스스로의 판단이니 그 선택을 존중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만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대학은 인격을 완성해가는 곳이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잘 활용해야 합니다. 스스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를 가져야 하죠. 대학의 역할은 당연히 그걸 도와야 하는 것이고요. 고대생이 꿈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우리가 잘못 가르친 겁니다. 그 대안으로 나온 게 학생들이 교수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만든 지도교수제죠.

◇ 임기 중에 발전위원회 구성, 고대발전의 밤 등을 통해 기부금 조성에 힘쓰셨습니다
일단 ‘2030프로젝트’를 통해서 2015년에는 세계 100대 대학, 2055년에는 세계 30대 대학에 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기부금을 우선 모아야했죠. 그래서 시작한 게 발전위원회고 고대 발전의 밤입니다. 2월에 ‘고대 발전의 밤’을 한 번 더 하고 나면 제 임기동안 총 2100억 원 정도를 모을 것 같습니다. 차기 총장도 힘을 보탠다면 제가 약속했던 7년 간 1조 원 모금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도 함께 맡으셨는데 한국 대학이 직면한 문제는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국내 사립대학이 201개입니다. 그 중 10개 정도는 세계 100위 안에 들어야 하는데 지금 200위 안에 드는 곳이 5곳에 불과합니다. 문제는 교육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이라고 얘기하면서 정부는 대학에 여러 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입시에서도 그렇고 등록금 카드분납도 그렇고요. 대학이 발전하려면 자율권을 줘야 합니다. 최근 교육정책이 평준화로 다시 기울고 있습니다. 고려대는 한 사람이 수 만 명 먹여 살릴 수 있도록 최고의 인재를 키워야 합니다.

◇ 임기가 두 달여 남으셨는데 교내 구성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죠
고려대 총장으로서 변화시키고 싶었던 일들을 다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실행했다고 생각합니다. 남아있는 학생들에겐 꿈을 이루는 미래인, 소통하는 세계인, 배려하는 지도자가 되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그 동안 학교발전에 성원해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 총장의 남은 꿈은 2055년 개교150주년이 되는 해에 축사를 하는 것이다. 그의 나이 109세 되는 2055년, 세계명문대학이 된 고려대학교를 기대해 본다.


인터뷰 | 장민석 기자 moon@kunews.ac.kr
정리 | 위대용 기자 wi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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