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학부 및 대학원의 등록금이 2.9% 인상으로 결정됐다. 이러한 등록금 인상률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학생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가 올해 처음 설치됐지만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본교는 신입생 등록금 고지일 불과 5일 전인 1월 19일에서야 첫 등심위 회의를 열었다. 이전까지 등심위를 의결기구로 하느냐에 학생회 측과 학교 측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학교가 ‘성실히 회의에 임하겠다’는 데에 학생들이 일부 합의해 등심위가 시작됐다.

등심위는 지난 7일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회의를 진행했지만 구체적인 결실을 보지 못한 채 학생 측의 거부로 결렬됐다. 등심위원이었던 조우리 안암총학생회장은 “회의를 할 때마다 8~9시간에 걸쳐 논의했지만, 학교가 학생들과 함께 등록금을 정하겠다는 의지를 끝까지 보이지 않아 더 이상의 회의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학교는 1차 회의부터 덜컥 정부가 정한 상한선에 가까운 5.1% 인상률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에 학교 측 대표로 회의에 참여했던 박정기 예산조정팀장은 “양 측 모두 처음부터 선입견을 갖고 시작해 회의 내내 불신이 있었던 것 같다”며 “서로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고 학교를 위한 발전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갈등에는 교과부가 제시한 등심위 운영 규정안이 빌미가 됐다. 규정안의 내용이 모호해 학교 당국과 학생 간의 대립을 심화시켰다. ‘위원회는 등록금 산정에 필요한 자료를 학교의 장에게 요청할 수 있고, 학교의 장은 성실히 협조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학생들은 등록금 예산안 제출을 요구했다. 하지만 학교는 ‘확정되지 않은 예산을 가지고 예산서를 여러 번 편성하는 건 무리’라는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대신 작년 대비 항목별 예산 증감표를 제공했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학생들은 “예산편성의 정확한 근거를 알 수 없어 회의 내내 예산안을 심의하기보다 각 항목의 근거만을 묻는 중심을 벗어난 질문만 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규정안은 양측 주장의 근거로서 이용됐을 뿐, 협의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심지어 서울대와 이화여대는 ‘학생 없는’ 등심위가 열리기도 했다. 등심위의 구성에 대한 해석 차이 때문이었다. 이지윤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학교에서 제시한 등심위 구성인원이 학교 측에 유리하게 배정돼 있어 문제제기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교과부에도 민원을 넣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등심위원 회의 참석을 거부했지만 과반수이상이 참여하면 회의가 성립된다는 운영 규정에 따라 학교 측의 주최로 회의가 열렸다.

결국 등심위는 자료를 갖고 있는 학교 측에 유리하게 끝났다는 평가다. 연세대 총학생회 황서연 정책국장은 “등심위를 열었고 등록금이 동결됐지만 대외적 이미지를 이유로 학교 본부에서 먼저 동결을 결정하고 등심위에서는 형식적인 절차만 거쳤다”며 “등심위는 교과부가 기획하고 대학이 주연이며 학생은 들러리인 한 편의 쇼”라고 비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이번 등심위 법안에 대해 “예산안 세부내역 공개는 강제하지도 않고, 등심위 구성 비율도 보장하지 않아서 등심위가 제 기능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