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끝날 무렵인 탓인지 안교훈(과기대 디스플레이반도체05) 씨를 만나기로 한 과기대 교정은 한산했다. 안 씨는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과기대 응용물리학과 대학원 진학을 위해 학교에 나온다. 학부 때도 이렇게 열심히 했냐고 묻자 “그렇다”는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그의 졸업평균학점은 ‘4.41’로 과기대 수석이다.

물리에 대한 흥미가 없어 입학 초 방황했다는 안 씨가 학업에 매진하게 된 건 집안사정이 어려워지면서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부모님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1학년 2학기와 2학년 1학기에 성적우수장학금을 받았고 군 제대 후에는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주는 ‘미래로 장학금’을 받았죠. 참 감사했어요. 장학금을 받지 못했으면 등록금 때문에 학업을 계속하기 어려웠을 테니까요”

그는 ‘월등한 필기량’이 4년 내내 높은 학점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털어놨다. “1학년 때는 물리를 처음 접해서 잘 몰랐는데 군에서 제대하고 나서는 공부 방법을 바꿨어요. 수업시간에 바로 이해할 수 없는 내용도 전부 다 필기해 놓은 다음에 수업이 끝나고 다시 이해해보려고 노력했죠” 낮에는 수업을 듣고 오후 4시부터 새벽 2시까지 이해를 못한 내용을 공부하는데 온 힘을 쏟았다.

다른 학생들과의 경쟁 또한 공부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친구들끼리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는 일이였어요. 만약 혼자서 공부를 했다면 그렇게 열심히 하지는 않았겠죠”

결국 안 씨는 대학원에서도 물리를 공부할 예정이다. 어려운 집안사정에 순수학문을 선택하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그동안 알아온 즐거움을 버릴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응용물리학과 물성물리이론연구실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외국에서 박사과정도 밟을 생각이라고 했다. “평생을 바쳐 공부할 겁니다. 나중에 국내로 돌아와 제가 우리나라 물리학이 나아갈 길에 하나의 디딤돌로서 이바지했으면 좋겠어요. 고맙게도 부모님께서도 제가 더 공부하길 원하셨고요. 운 좋게도 학부를 수석졸업하게 되었는데 조금이나마 부모님께 보답한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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