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부터 새로운 총장이 고려대학교를 이끌게 된다. 김병철 신임 총장은 인촌 김성수 선생의 손자로, 1976년 서울대 축산학과를 졸업해 독일 괴팅겐대학교에서 축산가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1985년부터 본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관리처장, 생명과학대 학장, 교무부총장 등을 맡았던 김 총장은 자연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학교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강조한다. 지난 15일 업무파악과 인수준비로 한창이던 김병철 총장을 만났다.

총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여러분의 축하에 감사합니다. 각종 대학평가에서 순위가 흔들리고, 학내재정이 악화되는 등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에 중책을 맡아 어깨가 무겁습니다. 그동안 받은 성원만큼 차분히 과제를 해결하겠습니다.

인촌 김성수 선생의 후손이십니다. 이 점이 고려대 총장이 되는데 어떠한 영향을 끼쳤습니까
제가 인촌의 손자라는 이유로 총장을 해보겠다고 생각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서울대 재학 시절부터 매년 고연전에 응원갈 정도로 고려대에 특별한 애정이 있었습니다. 교수가 된 이후 여러 학내보직을 맡았지만, 총장이 돼보자고 생각한 것은 3년 전이 처음이었습니다. 자연계 발전에 대한 고민이 저를 이 자리로 이끈 것 같습니다.

총장으로서 고려대학교의 향후 4년을 이끌 비전을 밝혀주십시오
세계화시대를 맞아 우리 고대생은 그 무대를 전세계로 삼아야 하고, 외국의 연구자와 학생들 또한 고려대학교에서 원하는 공부를 원하는 만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임기 중에 Incoming Student에 주안점을 두고 교육의 국제화에 노력해 세계 각국에 한국을 좋아하는 외국인(Korea-friendly), 고려대를 사랑하는 외국인(Korea University-friendly)을 많이 배출시키겠습니다. 이것은 우리 입장에서만의 국제화를 넘어서 각 교육주체의 상호적인 국제화를 이룩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아울러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계 정세에 대처할 수 있는 글로벌리더를 양성하며, 신지식을 창출하여 사회에 공헌하고자 합니다. 그러한 비전 아래, 우리 고려대학교를 ‘마음을 다하는 봉사와 교류를 통해 가장 사랑받는 대학’, ‘사회로부터 졸업생들의 인성과 품성까지도 신뢰받는 대학’, ‘모든 평가에서 명실 공히 세계 일류로 인정받는 대학’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공계 출신의 첫 총장으로서 ‘과학고대’의 실현방안은 무엇입니까

학내구성원간 이해와 화합으로 학교발전 이끌겠다. (사진=조상윤 기자 chu@)

본교의 역사 106년 중 자연계의 역사는 60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본교 자연계 학과들은 대한민국이 산업화를 이루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본교의 자연계가 인문계의 위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세입니다. 늦은 감은 있지만 학교 차원에서 자연계 부흥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첨단 공공기기원 설립, 종합연구동 건립 등 여러 발전계획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겠습니다. 

 

처장, 학장, 부총장을 거치며 다양한 학내행정을 경험하셨습니다. 지난해 하반기에 실시한 경영진단 결과가 나오면 학내에 어떠한 변화를 주실 계획입니까
전 집행부에서 추진한 경영진단은 시기적으로 다소 부적절했다고 봅니다. 진단이라는 것은 자연스레 앞으로의 발전방향과 이어지는데 임기막바지에 결과가 나온다면 방향을 세울 시간이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후보시절에도 언급하였듯이 진단 결과가 나오면 다방면으로 검토하여 필요한 부분만 업무추진에 반영할 생각입니다.

일각에서는 경영진단이 과도한 학문단위 구조조정으로 이어질까 우려하는데요
학문단위의 전면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한 여러 대학들은 재단이 바뀌며 급격한 개혁을 추진한 사례입니다. 본교의 경우와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경영진단’이라는 말이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지만, 학교라는 조직을 운영하는 데에 있어 컨설팅을 받는 것 자체가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공약 중에서 몇 가지를 질문 드리겠습니다. 교육 정책의 지향점으로 ‘열린교육’을 제시하셨습니다. 또한 학문분야에 맞게 영어강의를 개편하고, 학부연구원 제도를 정착시키겠다고 하셨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열린교육은 대학이 가진 지식과 교육 인프라로 사회에 공헌하자는 것입니다. 계절제 수업을 하거나 전문지식 교육과정을 신설하는 것, 오픈코스웨어(Open Course Ware, OCW)를 활용해 시공간의 제약 없는 학습환경을 구축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열린교육을 추진겠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 대학교육의 질을 동반성장시키고, 사회적 소수자까지 포괄하여 지식접근성을 높일 것입니다.

영어강의의 경우 단순히 비율을 줄이겠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비율 향상은 물론 중요한 요소입니다. 다만 그 전에 영어강의의 ‘질적 제고’가 필요합니다. 학문적 특성에 따라서 영어로 수강하는 것보다 국어로 수강하는 것이 교수와 학생 모두에게 효율적이고 생산적일 수 있습니다. 다만, 외국인 교원의 증가와 더불어 원어민 강의의 비율은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학부연구원 제도를 통해 학부생이 전공에 보다 애착을 가지고 연구에 임하도록 환경을 조성할 예정입니다. 학생들은 각자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전공을 선택하는데, 전공에 대한 심화연구를 할 기반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입니다. 

이번 겨울방학동안에도 등록금 책정을 두고 학생회와 갈등이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이월금과 적립금의 활용을 요구하는데 이를 반영할 의향이 있으신가요
금년도 등록금 책정은 전 집행부에서 정한 것으로 언급하기에 곤란한 점이 있습니다. 여기서 이월금과 적립금은 건설 중인, 또는 건설 예정인 건물에 사용할 비용입니다. 각 대학과 기관이 세운 발전계획에 따라 준비한 이 자금을 본부에서 임의로 활용할 수는 없습니다. 금년도 등록금 인상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 학교재원을 다양화하고 장학금을 확충할 계획입니다. 또한 등록금 외에도 다른 학내외 사안을 두고 학생들과 이야기할 일이 생기면 항상 ‘있는 그대로, 숨김없이’ 대화하겠습니다.

현재 학교가 처한 재정상황은 어떤가요
본교는 이미 2년 간 등록금을 동결해왔고 현재 재정 상황이 상당히 좋지 않습니다.  실질적으로 대학 본부에서 가용할 재원은 거의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본교를 포함해 대부분의 사립대는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정부의 보조 없이 살아남기 힘든 현실 때문입니다. 사립대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해외 선진국과 비교할 때 그 격차가 상당합니다. 사립대는 영리 목적의 사설학원이 아닙니다. 엄연한 고등교육기관입니다. 물론 지원 확대에 따라 감사기능은 더 강화돼야겠지만, 좀더 과감한 정부지원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10년 후면 학령인구의 감소로 대학 지원자가 대폭 줄어들 것입니다. 또한, 최근 국내에서 국공립대의 법인화와 통폐합, 사립대 혁신이 일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조류에 고려대학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합니까
국공립대의 법인화와 통폐합의 시도들은 향후 대학 간의 경쟁이 보다 심화될 것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려면 고려대의 전통에 덧붙여 새 시대가 요구하는 방향에 맞춘 보편적이고 개방적인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리더십이 연구자는 물론 학생들에게도 체득되고 실천으로 이어진다면, 고려대학교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리라 생각합니다. 다소 추상적인 대답이지만, 이런 생각에 기반해 연구역량 강화와 행정혁신, 친환경 캠퍼스 구축 등으로 변화에 대응하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교내 구성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고려대’라고 하면 단결, 화합, 상부상조, 끈끈한 유대관계 등의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이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 상호간의 이해와 화합이 요구됩니다. 제가 말하는 화합은 ‘좋은 게 좋은 거다’ 식으로 집단 이기주의를 조장하는 게 아닙니다. 열심히 일하는 쪽은 밀어주고 못하면 끌어주는, 저마다 주인의식을 갖고 권한보다는 책임의식을 우선하는 고대인이 되었으면 합니다. 여러분 모두 학교에 변함없는 사랑과 성원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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