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선(생명과학부 07학번) 씨. (사진=위대용 기자 widy@)
대학생들은 아르바이트나 인턴활동, 혹은 동아리 등을 통해 나름의 경험을 쌓으면서 자신을 만들어간다. 의학대학원 진학을 앞둔 김유선(생과대 생명과학07) 씨의 선택은 이들과 비슷했다. 다만 그녀가 택한 영역은 ‘누드모델’이었다.

김 씨는 스스로에게 당당해지고 싶어 피팅모델과 누드모델을 선택했다고 자신있게 밝혔다. “주변 사람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들었지만 모델 활동 자체에 대한 거리낌은 없었어요. 가볍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누드모델이 되는 건 재밌었어요. 이 활동을 하며 스스로가 자랑스럽기도 했어요” 그녀는 2학년 때부터 한 아마추어 모델 에이전시에서 속옷피팅모델로 활동했고, 이듬해 에이전시 사장의 소개로 일본에서 유학중인 한국인 사진작가 작품의 누드모델이 됐다.

촬영은 방학동안 세 번에 걸쳐 진행됐다. 누드모델이 많은 외국과 달리 지원자가 적은 한국 모델이라 수입은 나쁘지 않았다. “누드를 촬영한다고해서 부끄럽다거나 색다른 느낌은 별로 없었어요. 함께 일하는 사람 모두 다정하게 대해줘서 마냥 즐겁게 일했어요”

그녀가 참여한 작품은 일본의 유수 사진작가 아라키 노부요시(Araki Nobuyoshi)가 총괄한 사진전에 출품됐다. “전신 사진은 아니었고 세미누드와 흑백처리를 한 사진이에요. 부분 사진을 찍어 다른 사진과 함께 모은 작품도 있고요. 당시 작품들은 지금 제 컴퓨터 속에 꼭꼭 숨겨져 있죠(웃음)”

모델로 활동한 건 잠깐이었지만 김유선 씨는 이를 통해 내면의 상처와 콤플렉스를 치유할 수 있었다. 학창시절 과체중이었던 그녀는 친구들의 놀림으로 많은 상처를 받아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었다. 나중엔 자신의 외모가 기형적이라 생각하고 위축되는 ‘신체변형장애’ 판정까지 받았다.

정신과 치료와 운동을 병행하며 정상체중이 된 후에도 트라우마는 남아있었다. ‘스스로가 형편없고 끔찍하다’는 생각이 줄곧 그녀를 따라다녔다. “내가 끔찍하지 않다는 걸 증명하려고 아마추어 모델 에이전시에 지원했어요. 회사에서 연락을 받고 일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으면서 상처를 극복하기 시작했어요. 외모를 기준으로 스스로를 형편없이 여겼다가 다시 사랑하게 된 게 유치하긴 하지만, 지금은 제 자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김유선 씨는 성적우수장학금 세 번에 졸업평균평점 4.0으로, 학업 성적도 우수하다. 생물학을 공부하는 게 즐겁다는 그녀는 다음 학기부터 의학대학원을 다닐 예정이다. 앞으론 좋아하는 생물학 공부를 마음껏 하겠단다. 대학원 공부 중에 누드모델 제의가 들어오면 흔쾌히 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웃으며 대답했다. “제의가 들어온다면 해보고 싶어요. 대학원 준비하느라 관리를 안 해서 지금 당장은 힘들 것 같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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