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본교 정보경영공학부와 조형학부는 변경된 학부명인 산업경영공학부와 디자인조형학부로 신입생을 받았다. 산업경영공학부는 정보경영공학부로 명칭이 바뀐 지 불과 3년 만에, 조형학부는 미술학부에서 명칭을 변경한 지 9년 만이다. 이러한 ‘학과명 변경’은 새로운 학문 경향을 받아들이고, 학문 간 결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낸다. 하지만 적합한 커리큘럼의 확보와 학과 정체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고대신문이 학과명 변경의 허와 실을 취재했다.

학과명 바꾸는 이유
학과명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먼저 학과 교수회의에서 충분히 논의해 방향과 의미를 합의해야 한다. 명칭 변경의 이유는 사회 변화 반영에서 정부정책과의 연계까지 다양하다.

2002년 정경대에서 분리․독립한 언론학부는 2009년에 미디어학부로 명칭을 변경했다. 광고, 영화, 인터넷 등 뉴미디어를 총체적으로 다루는 학부로 도약하기 위해서였다. 미디어학부의 한 교수에 따르면, “‘언론’보다 ‘미디어’라는 명칭이 외부산업의 환경변화에 부응하는 포괄적인 명칭이라는 점에 대부분의 교수가 동의했다”고 말했다.

디자인조형학부는 학교의 발전 계획인 ‘디자인 스쿨’에 맞춰 명칭을 변경한 사례다. 이태일 디자인조형학부장은 “향후 고려대 발전 계획 중 하나였던 ‘디자인스쿨’의 일환으로 명칭을 변경했다”며 “내부적 의견조율 과정에서 학부 내에 디자인과 조형을 동시에 반영하기위해 기존 안이었던 ‘디자인학부’를 ‘디자인조형학부’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함께 추진하는 사업에 참여하면서 학과명이 변경되는 경우도 있다. 산업경영공학부는 2005년도 정부 지원의 두뇌한국21(BK21)사업을 진행하면서 정보보호대학원과 일부 커리큘럼을 통합해 학과명을 정보경영공학부로 변경했다. 하지만 2009년 BK21사업이 끝나가면서 정보보호 관련 커리큘럼이 빠지자 과내 공청회를 열어 학과 명칭을 원래대로 돌렸다. 당시 공청회에 참석한 최영은(공과대 산업경영09) 씨는 “‘정보경영공학부’의  ‘정보’라는 부분이 공대로서 명확한 정체성을 보여주지 못해 재학생이나 외부인에게 혼란을 준다고 판단해 명칭 변경에 찬성했다”고 말했다.

학생과 의견조율 과정은
학과 교수들 간의 합의가 끝나면, 본관에서 교무의원회의 심의를 거친다. 이 회의에서 변경사유가 충분히 타당하다 판단되면 총장 결재로 넘어가고, 최종적으로 학생에게 통보한다.
학생과 의견을 조정하는 과정은 학과별로 천차만별이다. 언론학부는 학생을 대상으로 명칭 변경과 관련된 공청회를 열었고, 재학생에게 변경된 명칭을 적용할지에 대한 찬반 서명을 받았다. 재학생 과반수의 찬성으로 2009년도 이전에 입학한 언론학부 학생들도 미디어학부로 졸업하게 됐다. 2009년 정보경영공학부도 같은 방식을 취했다.
반면 조형학부는 학생 의견수렴과정이 부실해 마찰을 빚었다. 홍해린 조형학부 학생회장은 “학생들과 아무런 논의도 하지 않은 채 학교가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학부장 면담을 진행했지만 성과는 없었고 오는 3월 교육투쟁에 디자인과 조형이 동등하게 반영되도록 ‘디자인․조형학부’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과명을 좇아가는 커리큘럼
학과명이 변경되면 커리큘럼과 과목명도 바뀐다. 학과명 변경의 주된 이유가 학문의 내용을 시대 흐름에 맞4추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디어학부는 언론뿐만이 아닌 미디어 전체를 포괄하기 위해 ‘언론학 개론’을 ‘미디어학 입문’으로, ‘언론문장 연습’을 ‘미디어글쓰기’ 로 변경하고, ‘디지털 스토리텔링’, ‘미디어 경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등의 과목을 신설했다. 디자인조형학부 또한 ‘디자인과 현대산업화’, ‘디자인과 구조’ 등의 과목을 신설하고 ‘영상 Ⅰ’은 ‘디자인 표현기법’으로, ‘형태와 발상’은 ‘디자인과 발상’ 등으로 과목명을 변경했다. 대신 조형과 관련했던 ‘조형연구’, ‘조소’, ‘석조’ 등의 과목은 삭제됐다.
그러나 커리큘럼과 과목명이 변경되면서 일부 학생들은 불편을 겪기도 했다. 산업경영공학부는 당초 정보경영공학부로 이름을 바꾸고 ‘정보보호’ 분야의 커리큘럼을 포함해 08학번 과 09학번, 10학번 학생을 받았다. 하지만 학과가 기존대로 돌아가면서 3년 만에 해당 분야의 커리큘럼이 빠졌다. 최우식(공과대 산업경영09) 씨는 “정보경영공학부 커리큘럼 중 정보보호를 공부하기위해 들어왔는데 갑자기 그 부분이 사라져서 당황스럽다”며 “더 이상 관련 과목이 개설되지 않아 그 분야를 공부하고 싶다면 대학원을 진학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생이 먼저 요구하는 경우도
한편, 학생이 학과명 변경을 요구하지만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보과대 보건행정학과 학생들은 2006년 전문대학에서 승격된 후 학과 명칭이 일본에서 건너온 이름 그대로라며 학교 측에 명칭 변경을 요구했다. 경희대의 유사학과인 ‘의료경영학과’와 같은 명칭을 제시했지만 학교 측은 보건의료정책과 보건의료경영 두 커리큘럼을 모두 포괄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당시 보건행정학과 학과장을 맡았던 이준협(보건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학과명은 학과가 지향하는 바와 교육 내용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며 “그런 이유라면 학과명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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