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위대용 기자 widy@


하기 싫은 건 참아가며 할 수 있지만 하고 싶은 걸 못하면 병이 난다. 배진아(대학원∙문예창작학과) 씨도 마찬가지였다. 글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 그녀. 글을 쓰기 전까진 힘들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펜을 잡기 시작하면 힘든 것도 잊어버린 채 작품 속에 빠져버린다. 그녀는 올해 경인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당선됐다. 신춘문예 첫 도전에 거둔 성과다. 

당선작 <one more time>은 낙태에 관한 이야기다. 그녀는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지만 사람들에게 많이 무뎌져버린 문제를 다루고 싶었어요”라며 작품 배경을 설명했다. 그녀는 필요에 의해 아이를 선택하려는 부모와 영혼 유무와 관계없이 하나의 생명체인 아이가 느꼈을 감정을 놀이동산과 미아보호소를 배경으로 그려냈다. “희곡은 재미뿐만 아니라 ‘작품’이라고 불릴만한 고민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텍스트를 넘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고, 그것이 사회적으로까지 퍼질 수 있는 희곡을 쓰고자 노력했어요”

신춘문예에 당선될 만큼 희곡분야에서 능력을 보여준 그녀는 그동안 드라마 작가를 꿈꿔왔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다룰 수 있는 주제가 한정적이라는 점 때문에 좀 더 다양한 시도가 가능한 희곡에 도전했다. “미디어 문예창작학과 홍창수 교수님의 극단 창단 공연 <오늘 나는 개를 낳았다>를 도와드리면서 연극에 눈을 떴어요. 이런 일을 하면 평생 늙지 않고 재밌게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드라마든 희곡이든 음악이든 예술은 표현 방식만 다를 뿐이라고 생각해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드라마도 써보고 싶어요”

‘작가의 길이 험난하지 않냐’는 질문에 그녀는 글 쓰는 것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자신 있게 답했다. “좋은 곳에 취직을 하면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겠지만 행복할 자신이 없었어요. 물론 글 쓰는 것이 남들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와 싸우는 일이기에 힘들기도 해요. 하지만 너무 재미있죠. 남들과는 다르게 저는 드라마, 영화, 연극을 보는 게 공부에요”

작가가 아니더라도 카피라이터나 언론 매체에서 일하는 등 글 쓰는 직업을 가졌을 것이라고 말하는 그녀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자신의 작품을 타인에게 평가받는 합평 시간에 많은 상처를 입었던 것. “남들이 글을 보고 저를 평가하는 것 같아서 두려웠어요. 글 쓰는 것을 피하고 싶었죠. 그래서 이중전공으로 언어학과를 신청해서 안암으로 올라왔어요.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었어요”

그녀는 한동안 자기 자신을 잘 믿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힘들 때마다 엄마가 옆에서 너 자신을 믿으라고 혼내고 채찍질 하셨죠.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노희경 작가를 만나게 됐는데 아무것도 말고 노력하는 자신만 믿으라고 조언해주셨어요”

주변의 조언에도,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고 자신이 바른 길을 가는지 확신할 수 없던 그녀는 글로써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녀에겐 글 쓰는 것 자체가 자신을 믿는 과정이었다. 그녀는 신춘문예 당선소감에서도 ‘나를 믿는 것이 나를 이기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신춘문예에서 당선된 그녀의 작품은 오는 23일(수)부터 26일(토)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연극으로 재탄생한다. “지금까지 신춘문예에 당선됐다는 걸 잘 실감하지 못했는데, 공연을 보면 비로소 실감 날거 같아요. 행복해요”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