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한국대학생문화연대(한문연)에서 주최한 자본주의 후(後)포럼 기획단에 참여했던 임 모 씨는 당황스런 일을 겪었다. 포럼과 관련이 없는 줄 알았던 안암총학생회(회장=조우리, 안암총학) 회의실에 포럼 기획단이 매일 아침 출근여부를 기록하는 ‘출근부’까지 만들면서 상주했기 때문이다. 임 씨는 당시 발급한 포럼 장소요청서 및 후원요청서에 ‘기획단 주소 :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 학생회관 4층 총학생회실’이라고 적혀있었다고 말했다.


안암총학이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및 한문연 관련 사안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과도하게 밀접한 관계가 아니냐는 문제제기였다. 안암총학의 한대련과 관련된 공식적인 행보는 지난 1월 조우리 안암총학생회장이 한대련 의장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부터 시작됐다. 이어 최근엔 지난 2일 열린 2011새내기콘서트의 중앙광장 개최를 강행하여 비난을 받았다.

안암총학이 한대련과의 연계를 강조하는 건 유일한 전국 대학생 연합조직이기 때문이다. 연대를 통해 대학생들의 문제를 함께 개선할 유일한 방안이라는 것이다. 한대련은 2005년 만들어진 대학생 연합 조직으로 △청년 실업문제 해결 △등록금 문제 해결 △대학 구조조정 대응 △대학생 정치참여 등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본교는 2009년 42대 안암총학(회장=정태호)의 주도로 전학대회에서 안건이 통과돼 한대련에 가입했다. 조우리 회장은 지난 1월 총학생회장의 의장 출마 안건을 부결한 임시전학대회에서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 대학생들의 연대와 단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학생대표자들은 의문을 제기했다. 남기훈 의과대 학생회장은 “한대련이 유일한 대학생 연합체인 것은 사실이나 뚜렷한 정치색이 있는 단체이기 때문에 진정한 ‘연합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태원 국제학부 학생회장도 “대학 공동의 문제에 대해서는 총학생회장 연석회의 등 임시기구에서 충분히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논란의 여지가 있는 상설 단체가 필요한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안암총학이 당선 이후 한대련과의 관계에 지나치게 신경 쓰면서 정작 학내 문제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도 있다. 안암총학의 학내 복지 공약이었던 △열람실 환경검사 및 공기청정 시스템 개선 △시험기간 강의실 개방 △강의실 대관 절차 간소화 △학교 포털 스마트 앱 업그레이드 △Wi-Fi, 무선 AP 확충 △공용 컴퓨터 관리 강화 중에서 지금가지 열린 중앙운영위원회에서 논의된 안건은 하나도 없으며, 총학생회 활동 보고에도 등장하지 않았다. 재학생커뮤니티 고파스 운영자인 박종찬(생명대 식자경00) 씨는 “대학사이의 연대는 가능한 일이지만 하나의 정치적 요인에 묶이기 보다는 먼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총학생회인지 확실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용수 동아리연합회회장은 “한대련 소속 대학인 본교에서 하루이틀 회의가 열리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학생회실이 한대련 본거지인 양 방문할 때마다 관련 임원들이 상주하는 건 총학생회에서 분명히 잘못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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