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국민의 사대의무 혹은 육대의무를 이야기하지만, 그보다 앞서는 것이 준법의무라고 할 수 있다. 국방의 의무나 납세의 의무 등과 같은 기본의무도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인정되는 것이며, 이러한 의무의 이행을 담보하는 전제가 헌법과 법률을 준수할 의무, 즉 준법의무인 것이다.

그러나 언론매체나 법제연구원 등에서 몇 차례 조사되었던 국민의 법의식 조사는 국민들의 준법의식이 높지 못함으로 보여주었다. 민주화의 진전과 더불어 법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도 높여졌지만 아직도 법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적지 않고, 법을 지키는 것이 오히려 손해가 된다는 생각이 적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정은 미래의 동량인 대학생들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학가 주변에서, 아니 대학교 내에서도 원칙과 규범을 따르기보다는 개인의 편의를 앞세우는 경우가 많다. 작게는 생활 속의 작은 질서를 무시하는 경우들이 있고, 나아가 학칙을 어기고, 교통법규을 위반하는 등의 행위는 대학생의 자유분방함으로 납득할 수준을 넘은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악법도 법이라는 식으로 모든 규범과 규칙을 무조건, 맹목적으로 준수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상적으로 제정되어 통용되고 있는 규범과 충돌하는 행위를 할 경우에는 진지한 고민과 자신의 정당성(내지 그 규범의 부당성)에 대한 자기확신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대학생들 개인의 장래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미래 또한 어두워질 수 있다.

오늘날 대학이 50년 전, 100년 전과 같은 엘리트집단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대학이 대중교육기관으로 바뀌었다고 말해야 옳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대학을 통해 국가와 사회를 이끌어가는 엘리트가 양성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중교육을 담당하는 대학의 문화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오히려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생들의 준법의식은 우리나라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준법의식의 부족은 단순히 법에 대한 불신과 불만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법의 내용이 부당하다면, 입법자가 법을 제대로 만들도록 감시하고 통제해야 할 것이며, 법의 적용이 불공평하다면, 이를 막기 위한 노력 또한 필요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법이 정당하지 않기 때문에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설득력이 없다는 점이다.

흔히 착한 사람을 가리켜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 그런 사람이야 말로 법이 없는 무법천지 속에서 가장 먼저 희생될 사람이며, 법의 보호를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이다. 법이 없는 세상,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세상을 막기 위해 법이 필요하고, 준법이 필요한 것이다.

장영수 본교 교수

 법학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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