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집 본교 명예교수는 저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서 ‘정치화’ 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사회의 각 주체가 자신의 요구를 정책결정 과정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생은 아직까지 한국 정치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은 학생의 현실과 조금씩 어긋나있다.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주호)가 80만 명을 예상한 든든학자금 신청자가 실제로는 15만 명에 그치는 식이다. ‘대학생 외면하는 정부 정책’이라는 표현은 수시로 들린다. 참여연대 안진걸 민생팀장은 “높은 등록금과 청년실업으로 매년 250명의 청년들이 자살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청년이 무엇에 고통 받는지 모르고 있거나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각 정당은 대부분 대학생위원회를 가지고 있다. 대학생위원회는 관련 정책에 의견을 내거나 정치 아카데미를 개최하는 등의 활동을 한다. 정당 내에 있지만 자치적인 성격이 강해 정당에 대한 지지와 견제가 함께 이뤄진다. 일부 대학생위원회는 당의원 의원실이나 정책위원회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며 입법과정을 체험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학생위원회는 대학의 ‘탈정치’ 분위기를 극복할 만큼의 힘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블루엔진’의 경우 올해 4기를 배출한 신생단체이며 서울지역 대학생 위원은 10명 정도다. 정재희 운영위원은 “취업난으로 대학생들이 유학, 인턴, 자격증 취득 등 현실적인 활동에 중점을 둬 사회문제와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며 “최근에는 대학생의 관심 이슈를 분석해 UCC제작, 대학 특강을 기획해 관심을 유도하려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정당에서 대학생의 요구를 수렴해도 정치권의 갈등으로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대학생의 정책이 아닌 경쟁 당의 정책으로 보는 것이다. 민주당 대학생위원회 ‘가온’의 이동학 사무국장은 “위원회에서 제시한 내용이 당에서 받아들여지기는 했지만 실효성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강원택(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대학생위원회는 정당이 선거 때 표를 얻기 위해 만든 단체이기 때문에 추진력에 한계가 있다”고 비판하며 “정말 누가봐도 문제인 의견을 내지 않는 이상 현실적인 힘을 얻기 힘들다”고 말했다.

근래 정부는 대학생과의 직접 소통을 표방하며 대학생 간담회와 토론회 등을 열고 있다. 주제는 등록금문제, 청년 실업문제, 무상급식 등 다양하다. 하지만 ‘보여주기’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6월 노동부 장관 간담회와 지난달 26일(화) 교과부 장관 간담회에 참여한 안원경 한대신문 편집장은 “각 부처의 공무원들이 준비를 별로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며 “지방대 실업문제에 대해 ‘열심히 꿈을 가지고 노력해야한다’ 식의 추상적인 답변과 ‘노력하고 있으니 이해해 달라’는 변명만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정부 부서의 블로거 기자단 역시 소통을 내걸었으나 홍보기사만 쏟아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조한 20대 투표율이 대학생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근본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강원택 교수는 “대학생이 정권을 잡는데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각 정당에게 각인시켜야한다”며 “그들이 20대의 표를 필요로 하기 전까지는 앞으로도 계속 대학생 현실과 동떨어진 정부 정책이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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