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축제는 다 비슷하다. 아는 친구의 주점을 갔다가 어디서 많이 본 연예인 공연을 구경하다 오면 된다. 어디서 열리는지를 모르고서는 각 대학의 축제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 (일러스트=이민지 전문기자)

 

1980년대 대학 축제는 유명인사의 공연이 대학문화를 대변할 수 없다는 강한 문제의식으로 ‘대학만의 축제’의 모양새를 띄었다. 본교의 경우 개교기념일을 전후해 열렸던 당시 축제가 사회참여운동으로 이어지고, 영산줄다리기 등 전통문화를 지키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대학사회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줄어들면서 대학 축제는 퇴보했다. ‘연예인 위주의, 술만 먹다 끝나는 축제’라는 비판은 기성언론의 단골소재가 됐다. 텔레비전에서는 술에 취해 비틀대는 대학생의 모습이 나오고, 신문의 사설에서는 서로 연예인을 보겠다고 애를 쓰다가 압사를 당할 뻔한 대학생들을 꼬집는다.

‘축제의 암흑기’였던 지난 십여 년을 지나 새로운 대학 축제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학내 구성원들 모두가 참여할 장을 만들고, 대학마다의 특색을 살리려는 노력이다. 연예인 섭외비용을 전부 학생들 지원금으로 돌리고 축제 전담기구를 설치를 시도하는 등 시스템적인 변화도 볼 수 있다.

 

대학생, 미화노동자, 지역주민 모두 ‘함께’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은 축제의 참여 주체를 학생에서 학내구성원 모두로 확대하려는 노력이다.

성균관대는 지난 16일(월)부터 19일(목)까지 ‘SKK人Ship(스킨쉽)’을 주제로 축제를 진행했다. 축제에는 미화노동자 등 학생이 아닌 학교 구성원도 함께 참여하고, 상호 간에 이해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소외계층 자녀 50여명과 미화노동자 60여명은 일반학생과 함께 연극 ‘룸넘버13’과 뮤지컬 ‘루나틱’을 관람했다. 성균관대 총학생회 측은 “그동안 사회 소외계층이 누리기 어려웠던 문화체험을 제공하고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강대도 축제기간인 지난 18일(수) 학내 미화노동자와 함께 ‘사랑의 밥 짓기’ 행사를 진행했다. 미화노동자들과 학생 80여명이 유부초밥과 충무김밥을 같이 만들고 나눴다. 행사를 기획한 서강대 김준한 총학생회장은 “학생과 미화노동자는 학내에서 힘이 없는 구성원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축제를 통해 서로 공감하고 힘을 합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같은 날 이화여대에서는 미화·경비노동자들과 이화인 한솥밥 먹기, 한마음체육대회, 나눔장터 등의 행사가 열렸다. 이화여대 축제의 주제는 ‘후마니타스(인간다움)의 날’이었다. 이화여대 류이슬 총학생회장은 “대학축제가 소비위주로 흘러가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며 “대동제라는 말은 학교의 모든 구성원이 다 같이 참여하는 축제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한국외대 용인캠퍼스에서는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한국외대는 오는 24일( 화)부터 3일간 용인시 주민들과 ‘세계민속축전’을 진행한다. 행사에선 △터키 △헝가리 △루마니아 △체코 등 각국의 춤과 공연을 선보이고 토속음식을 만든다. 한국외대 용인캠퍼스 김기정 총학생회장은 “다양한 문화를 지역주민과 함께하면서 우리가 배운 외국문화의 장점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생만이 만들 수 있는 축제

‘대학의’ 축제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있다.

본교는 축제 기획단이 행사기획에서 물러나 지원자의 역할을 맡았다. 올해 축제는 과반, 학생회, 동아리 등 70여개 단위가 직접 기획하고 진행한 행사들로 꾸려졌다. 이는 부스만  300~400여개로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돼 장관을 이루는 일본의 대학축제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임용수 축제특별회 위원장은 “일본 대학축제에서는 부스행사를 강력하게 지원해 학생과 지역주민이 합쳐 10만명이 참여하는 규모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는 ‘ㅅF-WAR(샤워)’를 컨셉으로 잡아 무한경쟁시대를 비판하는 축제를 준비했다. 개강으로 시작해 종강으로 끝나는 윷놀이부터 버스로 꾸민 경차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탈 수 있는지 가리는 게임이 진행된다. 서울대 ‘축제하는 사람들’ 박연지 대표는 “출석전쟁, 학점전쟁 등을 장애물 경기 등으로 형상화했다”며 “사회비판적인 기능을 하는 학생사회의 특징을 살려 공감대를 형성하는 축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연예인 공연 아닌 유인의 촉매제 찾아야

이러한 노력 속에도 연예인 섭외에 드는 비용과 시간은 여전하다. 학생들의 관심을 어떻게 해서든 끌어오기 위해서다. 학교마다 축제 예산 규모는 다르지만, 대다수 학교에서 연예인 초청은 축제 예산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초청가수 섭외비는 1팀당 1000만원에서 4000만원 선이다. 섭외 1순위로 꼽히는 아이돌 가수의 경우 2~3곡을 부르면 최소 2500만원이 소요된다. 축제의 화려함과 참여유도를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이처럼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모 대학 총학생회 관계자는 “연예인을 부르지 않으면서 함께 즐기는 축제가 이상적이지만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박연지 대표도 “연예인의 유인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며 “슈퍼키드, 노라조, 10cm같은 연예인을 섭외했다”고 말했다.

본교는 연예인 섭외비용을 축제 예산에서 대폭 줄이고 학생 지원금으로 돌렸다. 3000만원에 달했던 섭외비용은 300만원 정도로 줄였다. 축제특별위원회 측은 “이번 해 축제에 사람이 적게 모이거나 실패했다는 평가가 있더라도 학생이 키우는 축제라는 의의가 훨씬 크다”고 말했다.

 

축제는 대학생활의 꽃으로 불린다. 진정 아름다운 꽃은 누가 키워준 것이 아니라 자신이 공들여 가꾼 꽃이다. 대학축제의 매력도 외부 전문가가 아닌 대학생의 일부가 꾸민 결과라는 점에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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