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3일. 2년 전 오늘 죽어서산 사람이 있다. 운명이다.

대한민국 16대 대통령. 노무현.

2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이름은 남쪽 봉화마을로부터 서울 광화문까지 울리고 있다. 대의를 좇아 지는 싸움을 마다하지 않았던 ‘바보’.

바보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지 2년이 지났다. 대통령 재직시절 매서운 비판을 해오던 진보단체들은 망자에 대한 예의를 갖춘다. 다른 편에서 4대 개혁입법을 좌절시킨 수구보수정치인들과 수구단체들도 생존당시의 인격모독은 삼가고 있다. 심지어 노무현색을 탈피하고자 했던 정치인들이 노란색 리본을 달고, 노무현 정신 계승을 외치며, ‘노무현처럼 일하겠습니다’며 정권교체를 논하고 있다,

격세지감이다. 그의 이른 죽음이 그의 정신을 강하게 생존케 하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그의 계승자들은 강원도, 충남과 경남에서 모두 폐족의 신세를 면하게 됐다. 심지어 차차기 대권 주자로서 점쳐진다. 퇴락하는 고향 농촌마을에 정착해 ‘사람사는 세상’을 가꾸려 한 시민 노무현의 힘이 여전히 진행형이다.

차별과 소외, 반칙없는 세상을 꿈꾸며, 2001년 63빌딩에서 대통령 출마선언을 했을 때, 그의 꿈에 국민들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노사모가 움직였고, 2002년 장인의 좌파활동을 문제삼아 색깔론을 들고 나온 같은 당 이인제 후보를 상대로“그래서 아내를 버리란 말인가”라고 응수하던 모습은 색깔론에 인색하던 국민의 정치의식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후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후 그에게 걸었던 기대는 스멀스멀 사라졌다. 대통령 후보 노무현과 대통령 노무현은 달랐다. 미국에 할 말은 하겠다던 포부는 찾을 수 없었다.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이라는 비난이 안팎에서 쏟아졌다. 신자유주의에 포위된 그는 스스로를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조어를 사용해 변호했다.

지지자들의 급속한 이탈은 한미FTA와 대연정을 추진하면서 부터였다. 그러나 대연정으로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이탈에 따라 그 대상이 집권하고, 새 집권세력이 한미FTA를 추진하면서 노무현의 정신과 뜻이 어디에 있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지지자들에게 비판받으면서도 한미FTA를 추진하려했던 까닭과 그럼에도 끝까지 지키려했던 검역주권의 자존심에서 그가 만든 ‘좌파신자유주의’가 결코 조어에 그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2008년 이후 반칙과 비상식이 판치는 정치권을 보면서 또한 오늘의 저축은행 사태에 직면하면 더욱 할 말을 잃는다.결국 큰 죽음을 보면서 대연정을 하고자 했던 까닭을 알 수 있었다. 서로 증오하는 정치문화를 바꿔보자는 그 진정성을 알 수 있었다. 때문에 그가 부엉이 바위에서 몸을 던졌다는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제야 그 를 이해하기 시작했는데, 그가 운명을 달리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운명이 한 개의 노무현을 n개의 노무현으로 거듭나게 했다.

그의 정신이 민들레 홀씨처럼 국민 저마다의 가슴에 내려앉았다. 운명처럼 말이다. 그의 묘지엔 이렇게 쓰여 있다.“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오늘 우리는 ‘고대는 하나다’라며 같은 교문을 다닌 대통령을 학연의 끈으로 민주주의를 모른 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2011년 5월 23일 오늘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참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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