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월), 산업경영공학과 전공 ‘수리통계 및 실습’ 수업시간. 학생들이 갑자기 시작된 퀴즈를 푸는 사이 박종혁(대학원·산업경영공학과) 강사는 미리 준비한 장미꽃 108송이를 꺼냈다. 성년의 날을 맞은 학생들에게 주기 위해서다.

수리통계 및 실습 강의는 기업운용소프트웨어 연구실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박 씨의 두 번째 강의다. 졸업 논문을 쓰기에도 바쁘지만 그는 오래 전부터 학부 수업을 하고싶은 마음이 있었다. 6년 전에 들은 연구실 선배의 수업 때문이었다. “미국 명문대에서는 대학원생이나 학부 4학년생이 한 강의를 맡아 가르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돼있어요. 누군가를 가르치면서 자신도 또 다른 배움의 기회를 얻는거죠. 6년 전 제가 학부생일 때 한 선배의 강의를 들으면서 나도 대학원에 진학하면 강의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마침 교수님의 안식년을 맞으셔서 강사직에 지원 한거죠”

박 씨의 수업은 수강생들로부터 인기가 많다. 학생들이 딱딱한 전공을 쉽게 받아들이도록 신경쓰기 때문이다. 한번 수업을 위해 8~10시간을 준비할 정도다. 강의 내용뿐만이 아니라 강의에 곁들일 에피소드까지 꼼꼼히 챙긴다. ‘확률시행’을 가르칠 때는 직접 주사위와 동전을 던지게 하고 학생을 호명할 때도 통계 수업 특징에 맞게 ‘랜덤추출프로그램’을 만들어 부른다. 직접 시행할 수 없는 내용은 프로야구의 예를 들고, 스타크래프트 등의 게임이나 고파스에서 나온 문제를 제시하기도 한다. 

올해로 28세인 그는 수업에서 나이가 비슷한 학생도 종종 만난다. 처음엔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오히려 세대차이를 느끼지 않는다는 장점으로 발전했다. “학생들과 나이차가 나지 않다보니 문화 차도 별로 안나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같은 학번, 윗 학번인 분께 말실수를 하지 않을까 조심스러웠는데 지금은 방법을 찾았죠”

그는 지난 15일 첫 스승의 날을 맞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스승’의 소리를 듣기는 부족하단다. “저 또한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에게 많은 부분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30년 이상 강의를 하신 교수님께는 그만큼 그 학문을 바라보는 깊이와 관점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이제 막 첫 강의를 시작한 제가 그에 비등한 강의를 할 순 없겠지만 학생들이 ‘강의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갖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겁니다”
이번 학기 박 씨의 목표는 108명의 수강생의 이름과 얼굴을 모두 외우는 것이다. ‘쇠는 쇠로 이루어지고 사람은 이웃의 얼굴로 다듬어진다’는 성경구절을 인용하는 그에게서 그만의 ‘교육철학’이 옅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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