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김재민(인문대 국문10)씨가 IB스포츠 마케팅팀 이사인 김영진(영어영문학과 88학번)선배와 스포티즌 과장 최진석(사회체육학부 98학번) 선배를 만났습니다.

영원히 불가능한 마케팅이란 없다

chu@kunews.ac.kr

 

 

김재민 | 스포츠 에이전트는 무슨 일을 하나요
김영진 | 선수를 육성하는 부분과 상업적으로 관리하는 부분이 있는데 주로 상업적인 마케팅 부분에 주력합니다. 스포츠 에이전트는 선수의 코치를 구하거나 스폰서, CF를 유치하는 일을 합니다. 세계적인 선수의 경우에는 언론과 인터뷰 시 멘트, 화장, 의상까지 꼼꼼히 관리하죠. 저희 회사는 ‘한국대학농구연맹’과 ‘대한빙상경기연맹’의 마케팅을 맡고 있습니다.

김재민 | 운동 종목마다 마케팅 방법에 차이가 있나요
김영진 | 종목별로 차이는 있지만 선수 중심으로 마케팅 전략을 세운다는 것은 같습니다. 선수 개개인의 비중이 크다보니 팀보다는 개인종목이 다소 유리한 면은 있습니다. 피겨스케이팅과 리듬체조는 굉장히 어린 나이에 선수의 성장 가능성이 결정됩니다. 하지만 축구나 농구는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죠. 아마추어 시절에는 잘하다가 프로에서 추락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또 여성선수가 남성선수에 비해 마케팅적 가치가 높습니다. 실력에 외모까지 받쳐준다면 좋은 마케팅 대상인 것이지요. 선수들 스스로도 이미지메이킹을 한다든지 마케팅에 대한 개념을 갖추는 게 좋습니다. 한때 NBA에서 유명했던 데니스 로드맨(Dennis Rodman)이 그런 케이스입니다. 선한 이미지의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이 있었기에 반대로 ‘코트 위의 악동’ 이란 자신의 이미지를 만든 거죠.

김재민 | 스포츠 에이전트가 되기 위해 어떤 지식이 필요할까요.
김영진 | 마케팅과 브랜딩, 그리고 광고의 생리를 잘 알아야 합니다. 법률적인 지식도 알면 좋지만 회사에 법무법인이 있기 때문에 크게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일을 할 땐 불가능은 없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뀌는 것을 많이 봤습니다. 당장 불가능한 일은 있어도 영원히 불가능한 것은 없기 때문이죠.

김재민 | 흔히 선수 출신이 아니면 스포츠 업계에서 일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김영진 | 업무에 따라 다릅니다. 선수관리부분은 분명 선수 출신에게 큰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마케팅 부분은 선수 출신이라고 해서 크게 유리한 것은 아니에요. 일본의 경우 스포츠 업계에 선수출신이 많은데 이는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는 선진시스템의 결과입니다. 프로가 되지 못해도 스포츠 업계에 계속 종사하는 것이죠. 우리나라도 이런 시스템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진=조상윤 기자 chu@

 

김재민 | 스포츠 에이전트의 전망을 어떻게 보시나요.
김영진 | 1990년대 중반 박세리와 박찬호의 성공으로 스포츠 에이전트가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스포츠 시장 자체가 크지 않아서 의욕만으로 사업을 키우기는 힘들었습니다. 최근에는 보는 스포츠에서 참여하는 스포츠로 바뀌면서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어서 낙관적이라고 봅니다.

김재민 | 일을 하시면서 가장 보람 있던 순간은 언젠가요.
김영진 | 아무래도 관리하는 선수가 잘 됐을 때 보람을 느낍니다. 피겨스케이팅 불모지인 한국 출신 김연아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거라고 누가 예상을 했을까요. 지난해 말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리듬체조 종목에서 손연재가 동메달을 받기 전만 해도 주변에서는 모두 메달에 근접한 건 신수지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상상이 신념에 의해 현실이 됐을 때 가장 기쁩니다.

김재민 | 스포츠 에이전트가 되고 싶은 후배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김영진 | 스포츠 업계는 취업이 힘든 게 사실입니다. 일반 기업에서는 신입사원을 뽑으면 교육을 하면서 자신의 기업에 맞는 인재로 육성하지만 스포츠 쪽은 그런 투자를 할 큰 회사도 없을뿐더러 즉시 쓸 수 있는 인재를 원합니다. 따라서 졸업을 한 뒤 바로 취직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관련된 일을 하면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말 열정이 있다면 하고 싶은 일에 무작정 뛰어드는 자세도 있어야합니다.

"멋있을 것이란 환상은 독입니다"

사진=황세원 기자 one@

 

 

김재민 | 어떻게 스포츠 마케터가 되셨나요
최진석 |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에 친숙한 환경이었어요. 제 아버지는 아마추어 복싱선수셨고 어머니는 국가대표 농구선수였답니다. 유년시절 장충체육관은 제 놀이터였죠. 스포츠 관련 진로를 선택한 것은 제게는 자연스러운 과정인 셈이죠.

김재민 | 지금 하시는 업무는 무엇인가요
최진석 | 저희 회사는 골프, 축구, 야구, 동계스포츠 쪽을 맡고 있고 최근엔 요트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그 중 골프 종목 플래닝&오퍼레이트(Planning&Operate) 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스폰서 유치와 골프대회를 기획 등의 업무를 맡고 있죠. 선수와 스폰서 사이에서 조율하는 입장이라고 이해하시면 쉬울 겁니다. 저희는 방송중계권 사업을 하거나 선수에 의존해서 커온 회사가 아니라 스포츠 마케팅만으로 12년째 이어온 토종 기업이라 자부심이 남다릅니다. 그래서 스포츠 에이전트가 아닌 마케터라는 말을 주로 씁니다.

김재민 | 스포츠 마케터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까요
최진석 | 책으로만 지식을 얻는 것보다 몸으로 스포츠를 느끼길 바라요.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이기는 것은 없거든요. 스포츠를 사랑하는 마음은 기본이죠. 저희 회사는 공채나 특채보다는 수시로 채용하는 편입니다. 대학생 인턴 프로그램을 일 년에 네 차례 운영 중입니다.

김재민 | 일을 하시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최진석 | 아무래도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라서 힘든 점이 있죠. 스포츠 쪽의 업무는 인맥이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고용자와 피고용자의 관계에서 서로 상처받는 부분이 있기 마련입니다. 일을 하면서 예전보다는 많이 편해졌지만 지금도 절대 쉽진 않습니다.

김재민 | 스포츠 업계는 남성이 많을 것 같은데 성비는 어떤가요
최진석 | 저희 팀의 경우 남자 3명에 여자 1명 정도입니다. 다른 회사를 보아도 여성의 진입 장벽이 그리 높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여성의 섬세함이 상당히 요구되는 경우가 많죠. 단지 이 분야에서 일이 힘들다보니 여성의 이직률은 높은 것 같습니다.

김재민 | 스포츠 마케터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최진석 | 스포츠 마케터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만 갖고 뛰어드는 것을 많이 보게 됩니다. 이럴 땐 실망스럽죠. 처음 일을 하게 되면 마케팅과 무관한 일부터 맡습니다. 골프 대회를 예로 들면 필드에 간이 화장실을 배치하는 일 등이 해당합니다. 이런 일들이 주어지면 상상과 다른 현실에 괴리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힘들었지만 극복하지 못하면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없겠죠. 막연한 환상을 버리고 10년 후에는 이 업계에서 무엇이 되겠다는 확고한 목표를 갖고 도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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