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유난히도 많이 왔던 지난여름, 여름의 뜨거움도 금방 식어버린걸까 생각한 것도 찰나. 개강과 동시에 다양한 동아리들이 각자 여름내내 준비한 공연들을 선보인다. 대학생이 꾸미는 공연이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그들은 프로다운 열정과 끈기로 뭉쳐있다.
 고대신문이 9월과 10월 중 공연 중 주목할만한 동아리 공연을 준비하는 동아리 4개를 엄선했다. 이 동아리들이 준비한 공연을 놓친다면 2학기를 즐겼다고 말할 순 없을 것.

'기타는 낭만이다' 고전기타부

 “기타는 곧 낭만이다”라고 말하는 클래식 기타 동아리 ‘고전기타부’는 9월 16일 오후 7시 인촌기념관에서 제38회 정기 연주회를 연다. 이전 연주회에서는 정통클래식만을 고집했다면 이번엔 관객에게 좀 더 친숙한 곡으로 무대를 꾸몄다. <마녀배달부 키키>의 ‘바다가 보이는 거리’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인생의 회전목마’와 같은 애니메이션 삽입곡을 클래식 기타로 선보인다.

 이번 클래식 기타 공연에는 2중주, 3중주,합주 등 다양한 무대를 마련했다. 동아리원 20여명이 참여하는 합주 공연은 주목해 볼만하다. 고전기타부 이제혁(사범대 역교10)회장은 “멜로디만 들려주는 독주와는 달리화려하고 웅장한 클래식 기타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클래식 기타 공연을 만나볼 기회는 드물다. 가끔 외국 연주자의 독주 무대는 볼 수 있지만 고전기타부처럼 다양한 중주와 합주를 보여주는 공연은 흔치않다. 이제혁회장은 “지루하게 여겨졌던 클래식 기타의 색다른 매력을 느낄 가치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객과 더 가까이' 로그스(LoGS)

 아카펠라 동아리 ‘로그스(LoGS)’는 9월 7일 오후 7시 4·18대강당에서 ‘제6회 동아리 정기공연’을 연다. 로그스 공연의 매력은 최신가요를 아카펠라로 들을 수 있다는 것. 이번 공연에서는 2PM의 ‘Hands Up’과 스윗콧소로우 ‘정주나요’ 등을 준비했다. 편곡을 맡은 최윤석(공과대 전전전06) 씨는 “원곡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면서 아카펠라만의 아름다운 화음을 가미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로그스는 그동안 프로 못지않은 활동을 보여줬다. 각종 동아리 대회 1등을 휩쓸기도 했고 공연 경력도 화려하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SBS에서 방영하는 ‘한류 올림픽’에 출연해 ‘죽어도 못보내’, ‘Good-bye Baby’, ‘쏘리 쏘리’, ‘샤방샤방’ 등을 아카펠라 메들리로 들려 줄 계획이다. 방송 출연에서 선보일 곡은 정기공연에서 라이브로 미리 만나볼 수 있다.

 인촌기념관에서 열린 지난 정기 공연에는 500명이 넘는 관객이 찾아왔다. 이번엔 수용규모가 작은 4·18 대강당에서 공연을 하지만 객석과의 거리가 가까워진 만큼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공연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로그스 전성민(문과대 사회10) 회장은 “친숙한 노래를 아카펠라로 들어보는 색다른 재미가 있는 공연이 될 것”이라며 “조용한 아카펠라 곡을 예상했던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서겠다”고 말했다.

'참여하는 마술쇼' 미스디렉션

  마술동아리 ‘미스디렉션’은 10월 5일 4·18대강당에서 펼칠 화려한 마술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공연자가 각자 마술을 보여줬던 기존 무대와 달리 이번 공연에선 이야기가 있는 마술 공연을 준비했다. 손님들이 바(Bar)를 찾아와 고민을 이야기하면 바텐더가 고민해결을 위한 마술을 보여준다는 내용이다.

 이번 공연에선 ‘미스디렉션’의 주특기인 무대 마술 외에도 관객이 참여하는 마술도 선보인다. “관객과 심리적 교감을 해 마음을 읽어내는 멘탈 매직을 보여줄 계획”이라며 “처음 시도하는 이번 마술을 통해 관객 전체를 깜짝 놀라게 하겠다”고 말하는 미스디렉션 정민섭(공과대 전전전10) 부회장에겐 비장함이 엿보인다.

 방학 내내 매일 모여 이번 공연을 준비했다는 미스디렉션은 노력파 동아리이다. 이번 공연이 첫무대라는 박종훈(경영대 경영11) 씨는 “마술은 1%의 실수가 나머지 99%를 모두 망쳐버리는 공연”이라며 “그 작은 실수를 줄이기 위해 2달 동안 땀을 흘렸다”고 말했다.

 한국은 마술이 소개 된지 얼마 되지 않아 마술을 하나의 공연 문화로 보는 인식이 낮은 편이다. 미스디렉션은 “마술의 비밀을 아는 것에 초점을 두고 공연을 보는 일부 관객들의 태도에 섭섭하기도 하다”며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마술 공연 문화를 만들기 위해 앞장서고 싶다”고 말했다.

'안암역에서 느끼는 그루브' 테라(TERRA) 

 흑인음악 동아리 ‘테라(TERRA)’는 9월 8일 오후 6시 안암역 지하 1층에서 지하철 공연을 연다. 지난 공연들이 힙합음악의 주된 주제인 ‘자기자랑’, ‘신나게 놀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그쳤다면 이번엔 ‘환경
보호’, ‘사회문제’, ‘사랑’ 등 좀 더 다채롭고 의미있는 주제의 음악을 준비했다. 특히 흑인 음악 특유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랩 ‘Not Tonight’과 감미로운 R&B ‘그대만의 것’은 학생들의 귀를 사로잡을 비장의 한수다.

 테라는 참신한 자작곡도 준비했다. 작곡과 샘플링을 통해 자작곡을 만드는 정현민(경영대 경영10) 테라 회장은 “그동안 마음 속에 담아왔던 말들을 랩으로 표현했다”며 “음악을 통해 관객과 교감하고 싶다”고 말했다. 후렴구를 관객들과 함께 부르기도 하고 함성도 지르며 공연 내내 자유롭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연출할 예정이다.

 테라가 학기 초 마다 안암역에서 공연을 시작한 건 수년 전부터다. 지금은 흑인 음악을 전문적으로 하는 테라를 신기하게 생각하고 관심을 가져주는 학생들도 많아졌다. 이승준(생명대11) 씨는 “공연을 통해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알려 함께 공감하고 싶다”고 말했다.

 테라는 이번 공연을 위해 여름 방학 내내 연습을 했다. 장승규(공과대 기계공학06) 씨는 “통기타나 락 밴드 공연에는 쉽게 다가가지만 R&B, 랩이라고 하면 어려운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아직 많다”며 “이번 공연을 통해 그런 학생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서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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