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그리고 가을.
 참살이길과 신촌 거리에는 크림슨과 로얄 블루 현수막이 휘날리고, 잠실벌에는 뱃노래와 원시림이 울려 퍼진다. 그렇다, 바야흐로 정기 고연전의 계절이다. 고대인(高大人)에게 있어 정기 고연전이란 마치 통과의례(通過儀禮)와도 같은 최고의 행사이기에, 이번 주간은 연중 그 어느 때보다 설레는 때이다. 그러나 고대인이여, 이것만큼은 꼭 명심하고 정기 고연전에 임하자!

 첫째, 고대인이여 정기 고연전의 역사(歷史)와 의의(意義)를 기억하라.
 고연전의 역사는 무려 90년 가까이 거슬러 올라간다. 1925년 일제 치하에서 보성전문학교와 연희전문학교가 “전조선 정구대회”에서 맞붙은 것이 고연전의 시초(始初)라 할 수 있으며, 이후에도 보성전문과 연희전문은 비정기적으로나마 꾸준히 교류전을 펼치며 자웅을 다투었다. 양교의 교류전은 단순한 운동 경기의 의미를 넘어 스포츠를 통해 일제에 대한 저항정신과 강력한 민족주의의 함양하고자 하는 굳은 의지의 반영이었다.
 해방 이후, 양대 사학으로서 국가 재건에 앞장선 두 학교는 1965년 마침내 지금과 같은 5개 운동부의 형태로 첫 정기전을 성사시켰다. 이후, 1970~80년대 스포츠 황금기와 민주화를 이끈 것은 고려대학교와 연세대학교였고 그 중심에는 정기전이 있었다. 양교 학생들은 결과와 상관없이 둘째 날 경기가 끝나면 동대문 운동장에서부터 가두 행진을 하면서 민주화 구호를 외치기도 하며, 사회를 이끌어가는 건전하고 진취적인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2000년대 이후 대학 스포츠가 쇠락의 길로 접어들고 있음에도, 양교는 다시금 황금기가 올 것이라는 기대와 자신감을 가지고 여전히 대학 스포츠를 주도하고 있다. ‘친선의 노래’의 노랫말에 나오듯이 그야말로 ‘어둠 속에 횃불 들고 겨레 앞길을 밝히어 온’ 고연전의 역사와 의의를 기억하라.

 둘째, 고대인이여 시민의식을 잃지 말라.
 경기가 모두 끝난 뒤, 경기장에 남아 보면 온갖 쓰레기들의 향연을 볼 수 있다. 뒤풀이까지 끝난 참살이길이나 신촌 거리도 쓰레기와 밤새 게워낸 토사물로 뒤덮여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오래되어서인지 바른 생활 교과서에 나오는 ‘내가 머문 자리는 내가 깨끗이’라는 말은 모두 잊어버린 지 오래다. 기차놀이를 한답시고 도로 교통까지 방해하고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장면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양대 사학의 학생이라던 우리들의 시민의식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앞서 언급하였듯이 고연전은 선배님들의 숭고한 뜻과 함께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행사이다. 우리들의 경솔한 행동으로 고연전이, 그리고 양교의 이미지가 실추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고연전을 더럽히지 말자. ‘나 하나부터’ 먼저 나서는 작은 실천으로 고대인, 연세인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이들이 함께 즐기고 이해해줄 수 있는 고연전을 직접 만들어가도록 하자.

 셋째, 고대인이여 고연전을 즐겨라.
 어느 때인가부터 소위 ‘스펙’에만 목을 매는 우리네 모습을 볼 수 있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라는 20대 초반을 학점, 인턴, 토익에만 매달려 지내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저학번들은 ‘금요일에 수업 있어요’, ‘과제가 많아요’라는 이유로, 고학번들은 ‘에이, 내가 이 나이에 거기를 왜 가, 취업 준비나 해야지’라는 이유로 정기 고연전을 뒤로 하는 것을 쉬이 볼 수 있다. 그러나 고대인이여 정기 고연전은 그저 놀기만 하는 날이 아니기에, 술판만 벌이는 날이 아니기에 꼭 참여할 것을 권한다. 선배님들의 뜻을 되새겨 보고 연대생과의 교류, 지인과의 오랜만의 만남을 통해 인간관계도 다지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행사가 고연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신나게 뱃노래를 부르며 그 많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때가 바로 고연전이 아니던가. 고대인이여, ‘즐거운 고연전 날’만큼은 부디 스펙은 잠시 잊어버리고 당신의 젊은 열정을 발산하라.

2011년 정기 고연전의 필승, 전승, 압승을 위하고!
<SPORTS KU> 한민석 기자

바로잡습니다
지난 1676호(9월5일자)에서 ‘아쉽게도 피스토리우스와 스미스는 메달을 획득하지는 못하였지만’ 부분을 바로잡습니다. 피스토리우스 선수는 1600m(400m×4) 남자 계주에서 은메달을 획득하였습니다. 결선에서 직접 뛰지는 않았으나 남아공이 2위로 골인함으로써 예선 참가자 자격으로 똑같이 은메달을 획득하였습니다. 기사 마감 후에 결과가 나오게 되어 이를 반영하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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