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때 시골에 내려가지 않고 편의점에서 단기 아르바이트를 했다. 편의점을 찾아오는 손님들은 명절을 맞은 저녁답게 가족들끼리 삼삼오오 야외 테이블에서 맥주를 마셨다. 그런데 한 50대로 보이는 남성이 맥주를 계산하면서 나에게 ‘왜 이렇게 비싸냐’고 대뜸 따졌다. 갑자기 마음이 상해서 결국 그 손님에게 ‘편의점을 오면서 왜 가격이 싸길 바라냐’고 ‘당연히 슈퍼보다는 비싼 것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그 남성은 ‘아니 뭐 그렇다는 거지’라고 얼버무리며 편의점을 나섰다. 별 일도 아닌데 괜히 열을 올린 것 같아 민망하고 미안하기도 해 테이블로 찾아가 손님에게 사과를 했다.

손님이 자리를 뜬 후 테이블을 정리하면서 문득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남도 그렇게 생각해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편의점이 당연히 비싸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남도 당연하다고 생각할 이유는 없다. 사실 내가 ‘당연하다’라고 생각하는 것 중 남과 공유하는 것이 얼마나 될까.

‘당연하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상식의 일부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당연하다 여길수록 개인은 그것을 객관적인 사실이나 진리로 받아들이기 쉽다. 피터 버거(Peter Berger)와 토머스 루크만(Thomas Luckmann)의 현실사회 구성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객관적인 현실보다 사회적으로 인지한 현실을 더욱 객관적이고 진실된 것으로 간주한다. 결국 개인이 생각하는 당연하다는 의미도 ‘우리의 당연히’가 아니라 그저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사회적인 인식일 뿐이다.

상식은 사회가 가르친다. 하지만 당연한 것의 해석은 개인마다 달라진다. 각자 다른 ‘당연히’를 공유하는 것이다. 손님은 그의 ‘당연히’를 기반으로 나에게 불평을 했고, 나는 손님의 ‘당연히’를 이해하지 않고 쏘아 붙였다. 내가 손님의 ‘당연히’를 이해해보려고 노력했으면 어땠을까. 손님도 나도 불쾌해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불쾌한 기분에 미간에 주름을 새기기보다 이렇게 생각해보는 것은 어떤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당연히’를 그에게는 당연하지 않았다고.
김다혜 문화사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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