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은 생명을 내리고 땅은 영혼을 도우니 해와 달이 형상을 갖추고 산과 강은 모양을 얻도다. 벼락과 천둥을 휘둘러 천계를 움직이고산천의 악한 것을 물리치니 현묘한도리로서 베어 바르게 하라. <사인검에 새겨 진 검결>
고려대학교하면 떠올려지는 이미지가 있다. 고대인이든 고대인이 아니든 공통적으로 알고 있는 이미지. 막걸리, 민족, 크림슨색, 응원 등등 다양한 것들이 있는데 그중 항상 빠지지 않고 나오는 상징에 호랑이가 있다.

고려대학교는 호랑이 대학이다. 이건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호랑이는 원래 맹수다. 그런데 우리는 호랑이를 너무 친숙하게 생각한다. 용맹함으로 상징되는 호랑이가 이상하게도 우리 우리에게는 해학으로 다가가는 경우가 많다. 호랑이는 <삼국유사>의 단군신화부터 현재 동화책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속에 깊이 깃들어 있다. 이는 우리 민족이 호랑이를 두려움의 대상으로 보기보다 곰과 같은 친근한 동물로 여겼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호랑이는 민족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우리 고려대학교의 강인한 정신과도 그 맥을 같이 하기에 본교를 대표하게 되었다.

이런 호랑이의 힘을 극대화하고자 했던 선조의 유물이 있으니, 사인검(四寅劍)이 그것이다. 사인검은 인년(寅年)․인월(寅月)․인일(寅日)․인시(寅時)의 이 네 가지가 모두 적용되는 시기에 만들어진 칼이다.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바른 권위를 세우기 위해 특별히 국왕에 의해 만들어졌다. 알고는 있겠지만 여기서 寅은 12간지의 세 번째 호랑이를 뜻한다. 이 칼 하나 만드는데 호랑이가 무려 넷이 들어갔다.

여기에 칼은 대개 양(陽)과 남성성을 상징한다. 귀신이 나타나는 꿈을 꾸면 머리맡에 부엌칼을 두고 잔다는 풍속 역시 양의 힘, 즉 칼이 지닌 벽사(나쁜 기운을 몰아냄)의 힘을 얻기 위함이었다. 또 칼은 불교에서 지혜를 맡은 문수보살이 항상 지니는 기물로 등장한다.

호랑이칼(四寅劍)에 담긴 용맹과 정의, 지혜는 우리가 지금까지 추구해 왔던 이상과 닮아있다. 고대는 개교 이래 우리 근대사와 함께해왔고 그 굽힐 줄 모르던 기개를 통해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자 했던 것이다.
고려대 박물관 학예사 배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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