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감다혜 기자
단돈 70만 원으로 시작해 현재 12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연 매출 약 250억 원을 이룬 대학생이 있다. 남성의류쇼핑몰 ‘멋남’의 박준성 대표다. 휴학 중이던 대학교 3학년 때 창업을 계획 해 2006년 쇼핑몰 운영을 시작했다. 자신의 친구에게 선물해도 아깝지 않을 옷을 만들고 싶다는 박준성 대표를 만나 창업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창업은 어떻게 결심하게 됐나
대학교 3학년 때 취업할 때가 됐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몰랐다. 원래 디자인에 관심이 있었지만 수능점수에 맞춰 과를 정해 경제학과로 진학했다. 대학에 입학한 뒤로는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방황하기도 했다. 그러다 선배들이 수능 점수 맞춰가듯 여기저기 원서를 넣어 취업하는 모습을 보고 회의를 느꼈다. 대학진학처럼 하기 싫은 일을 환경 때문에 억지로 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싶진 않았다. 깊은 고민 끝에 취업은 도저히 아니다 싶어서 창업을 결심했다.

-주류에 편승하지 않는 것에 불안하진 않았나
대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취업준비를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문득 불안해져 공부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도서관에 앉아 공부를 하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모든 사람을 제치고 1등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를 딱히 목표가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하니까, 안 하면 불안하니까 따라했었다. 그래서 취업이 내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후에는 나만 뒤처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함이 없어졌다.

-쇼핑몰 초기 자본금이 70만원이라는 게 사실인가
거짓말 같지만 사실이다. 막상 창업을 시작하니 그렇게 큰 돈이 필요하진 않았다. 창업을 한다고 하니까 누나가 그 당시 월급의 반을 떼 줬다. 그게 70만 원이다. 처음에 카페 스토어를 등록하는 데 20만 원을 썼고, 그 뒤 옷을 조금씩 팔기 시작하면서 나머지 돈을 썼다.

-커뮤니티로 쇼핑몰을 시작했다는 게 특이하다
처음부터 쇼핑몰을 차리려고 하지 않았다. 이미 잘나가는 쇼핑몰이 많았고, 자본금도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먼저 남자 패션에 관한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그때 내 닉네임이 ‘멋남’이었다. 당시 남자 패션에 관한 공론장이 없었기 때문에 반응이 뜨거웠다. 6개월 동안 모인 회원 수가 10만 명 정도였다. 그러다보니 회원들이 운영자가 옷을 팔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두 가지 티셔츠로 옷을 팔기 시작했는데 올리자 5분만에 다 팔았다. 그 뒤로 티셔츠 종류를 늘리고, 바지, 재킷까지 팔게 됐다. 카페에서 못 팔 만큼 수량이 많아져서 쇼핑몰로 옮겼다. 카페 회원이 쇼핑몰로 이어진 경우는 열에 하나 정도였다. 하지만 다른 쇼핑몰에 비해 홍보비 걱정 없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쇼핑몰 시장은 레드오션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성공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무조건 열심히만 한 것이 비결은 아니다. 쇼핑몰 사업자 중 100명에 99명은 잠을 아껴가며 열심히 한다. 그렇기에 자기만의 강점이 있어야 한다. 지금 쇼핑몰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각자의 색깔이 있다. 내 경우에는 대중의 필요를 잘 파악했던 것 같다. 또 패션, 소호쇼핑몰이 레드오션이라면 인터넷 쇼핑몰은 아직 블루오션이다. 실질적으로 옷을 인터넷으로 사는 것에 대해 낯설어 하는 사람이 꽤 있다. 게다가 인터넷은 계속 발전하는 중이다. 뿐만 아니라 택배시장도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 쇼핑몰 시장이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업을 하면서 위기나 슬럼프가 있었나
첫 사무실을 차린 지 1년 후 화재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다. 지금은 생각만 해도 아찔한데, 그때는 보는 눈이 달랐던 것 같다. 몽땅 다 잃었음에도 지난 3년에 대한 미련이 없었다. 처음부터 맨주먹으로 시작했기에 다 잃어도 처음과 같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고 앞으로 어떻게 헤쳐나갈지 미래만 봤다. 눈물 한 방울 없이 다시 시작했다.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고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남들은 ‘실패했다’라고 평가할 지라도 나는 과정으로 생각해 또 도전했을 것이다. 나는 10년 뒤의 계획을 세워 놨다. 잠시 거쳐 가는 과정이 모든 계획을 멈출 순 없었다.

- 많은 대학생들이 취업이 어렵다 보니 창업을 생각한다
취업을 대체하는 것이 꼭 창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취업이 맞는 사람이 있고 창업이 맞는 사람이 있다. 대학생으로서 나의 적성에는 뭐가 맞는지 알고 싶다면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

-창업을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해줄 말은
확신을 갖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대부분이 실패를 맛보는 이유는 아이템의 사업성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장점을 파악하고 투자를 하겠는가. 반드시 성공한다는 확신이 섰다면, 일단 자신감을 갖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도전해야 한다.

-장기적인 목표를 세운다고 들었다.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나는 꿈을 크게 가지는 편이다. 한국형 스파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우리가 하루 단위로 움직인다면 H&M은 1초 단위로 움직인다. 여태까지의 사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서 도전해보고 싶다. 두 번째로 하고 싶은 일을 외국 진출이다. 이제 외국에서도 이런 쇼핑몰, 인터넷 사업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동남아뿐만 아니라 미국도 겨냥하는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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