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 지형이다. 우리 선조는 그렇게 부르지 않았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이 땅을 한반도(韓半島)라 부른다. 여러분은 이 땅을 보면 무엇을 연상하는가? 많은 생각들이 있겠지만 대체로 호랑이나 토끼와 같은 형상으로 떠올리는 경우가 많을 텐데 아마도 어릴 적부터의 세뇌 효과리라. 아마도 공중파나 지면을 통해 우리나라를 호랑이로 표현해 놓은 지도를 많이 보아왔을 것이다. 호랑이로 표현한 우리나라. 어떤 지도를 말하는지 이 글을 읽는 사람은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그 ‘호랑이 지도’가 실제 존재하는 지도인지 좀 궁금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호랑이 지도는 존재한다. 그것도 고려대학교 박물관에 전시까지 되어 있다. 고대인들에게는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이럴 때 어울릴 것 같다.

근역강산맹호기상도(槿域江山猛虎氣象圖). 이것이 그 ‘호랑이 지도’의 정식 명칭이다. ‘맹호의 기상을 가진 우리나라 지도’ 정도로 생각하면 되는데, 근역은 예로부터 우리나라를 일컫는 말로 근(槿)이 무궁화를 일컫는다. 지도를 살펴보면 백두산 부분을 머리로, 장백산을 눈으로, 삼수와 혜산진 부근을 입으로 그려 백두산을 우리 땅의 조종으로 여기던 전통적인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또 함경북도 두만강 일대를 오른쪽 앞다리, 평안도 강계 지역을 왼쪽 앞다리, 황해도를 오른쪽 뒷발, 전라도를 왼쪽 뒷발, 변산반도 일대를 꼬리, 백두대간을 등줄기로 묘사하였다. 제주도와 대마도, 울릉도와 독도는 호랑이와는 별도로 그려서 제작 당시의 영토의식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이 지도를 보면서 호랑이가 우리 민족을 상징하니 이러한 지도가 만들어지는 것이 당연하고 어쩌면 예전부터 이런 지도가 많이 그려졌을 것이라 막연히 생각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지도는 구한말 조선을 호시탐탐 노리던 일본인들이 조선을 비하하여 우리나라의 형상을 나약한 토끼에 비유하자 최남선이 <조선상식문답>에서 우리나라의 형상을 용맹한 호랑이로 비유한 것을 지도화한 것일 뿐이다. 사실 우리 선조는 이 땅의 형상을 동물에 비유하지 않았다. 굳이 설명하자면 서 있는 사람의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했을 정도랄까?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람이나 호랑이로 생각하는 것은 땅을 생명체로 이해하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지만, 이 땅을 굳이 호랑이에 비유하고 이런 지도를 그렸다는 것이 앞서의 설명과 같이 당시의 시대 상황을 보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다. 더욱이 아직도 호랑이의 기상으로 이해하는 것에 대해서는 역사성과 정통성의 측면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물론 과거의 이야기는 과거일 뿐이니 이제는 변화된 상황을 받아 들여 새로운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그러했던 사실이 변하지는 않는 것 아닌가? 과거를 이해해야 현재도 있는 같다.

이제 우리 고대인들만이라도 이러한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호랑이의 이미지는 멋지고 훌륭하다. 하지만 항상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받아들이는 것은 개인의 몫이니 알아서 잘 판단하시길.

고려대학교 박물관 학예사 배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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