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록곡 : 모차르트, <플루트와 하프를 위한 협주곡 C장조 KV299>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V622>
모차르트의 ‘플루트와 하프를 위한 협주곡 C장조 KV299’는 제목보다 도입부로 유명한 곡이다. 모차르트가 플루트와 하프를 좋아하지 않았음에도 이 작품을 작곡했다는 점에서 이 곡은 더욱 특별하다. 당시 모차르트는 아버지에게 ‘싫어하는 악기를 위해 곡을 써야만 할 때 극도로 무력해진다’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것은 당시의 플루트가 지금과는 달리 매우 조악해서 연주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표현력도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모차르트는 드 귄 공작으로부터 플루트와 하프를 위한 협주곡을 작곡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그다지 마음에 내켜하지는 않았지만, 공작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 곡을 작곡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성된 작품은 플루트와 하프의 조화가 우아하고 아름다워 지금까지 연주되는 음악사의 명곡이다.

이 곡은 모차르트 특유의 천진난만함과 아름다움, 아련한 애수마저 담겨있어 때로는 행복을, 때로는 슬픔을 느끼게 한다. 1악장은 밝고 화려한 플루트와 하프의 합주로 시작하며, 플루트가 먼저 질문을 던지면 하프가 대답하는 식으로 악상이 전개된다. 전체적으로는 플루트가 이끌지만 하프의 섬세한 처리도 중요한데, 하피스트 릴리 라스킨은 뛰어난 연주 실력으로 매 순간을 멋지게 마무리한다. 2악장은 한편으로는 여유롭고 또 한편으로는 아련한 애수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부드럽고 서정적인 플루트의 멜로디를 느낄 수 있는데, 모차르트의 생애를 다룬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경쟁자인 살리에리가 모차르트의 천재성에 전율을 느끼는 장면에서 이 2악장이 흐른다. 밝고 경쾌하게 시작하는 3악장은 파리의 화려함이 느껴진다. 플루트와 하프가 같은 테마를 번갈아 연주하고 나면 관현악단이 이를 받아서 연주를 계속하는 형식이 반복되다가 플루트와 하프만의 협주가 이어지는데, 이 부분이 모차르트가 각 악기의 매력을 최대한 뽑아내 조화시킨 곡의 백미다.

이번에 소개할 음반은 릴리 라스킨과 장 피에르 랑팔이라는 두 대가의 녹음이다. 하피스트 릴리 라스킨은 이 곡을 좋아해 일곱 번이나 녹음하였다. 이 음반을 녹음할 당시에 이미 일흔이 넘은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세심하고 기민하며 발랄한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것은 그녀의 관록 때문일 것이다. 플루티스트인 장 피에르 랑팔 역시 현대 최고의 연주자로, 섬세하고 뛰어난 기교를 들려준다. 당대 최고의 두 연주자의 협연 녹음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박지원(문과대 인문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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