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교수가 생각하는 건축의 인간성이란 ‘사람이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는 것’이다. 의외로 고층건물이 인간성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요즘은 업무와 주거가 분리돼 있기 때문에 길거리엔 차밖에 없고 매연으로 가득해요. 하지만 고층 건물은 업무와 주거를 통합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죠”
40여 년 전, 경복궁 앞에 있던 16층의 한국일보 건물이 당시엔 서울에서 제일 높은 건물이었다. 김교수는 그 빌딩을 보며 저런 건물을 꼭 지어 보고 싶다고 결심했다. “유학 다녀와서 다시 보니 참 멋없는 건물이었는데 그 때는 참 그게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아마 그때 나도 모르게 고층 건물을 동경한 것 같습니다”
한국의 시공분야는 세계 1등이라고 김 교수는 말한다. “150층 이상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나라는 많지만 실제로 지은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어요. 지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과 실제 짓는 건 다르거든요” 그러나 그는 아직 한국 건축이 나아가야 할 길은 멀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자신의 건축철학으로 ‘창의성’을 꼽았는데 그 부분에서 한국은 최하점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사람이 제일 처음 왔을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이 건물인데 우리나라는 인상에 남을만한 건물이 없어요. 싱가포르나 뉴욕 같은 도시를 배워야 합니다”
김 교수는 동양인 최초로 세계건축학회 회장이 된 원동력으로 지난 40년간 한 우물만 팠던 것을 꼽았다. “본교 학생들이 너무 머리가 좋다보니 이리 재고 저리 재며 여기저기 옮겨 다녀요. 남들이 아무리 하찮게 보는 일이라도 자신의 열정을 바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노력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