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수시철이다. 매년 있는 시기지만 이번 수시철은 좀 달랐다. 동생이 고등학교 3학년이기 때문이다. 동생의 성적에 맞는 대학, 합격할 만한 대학을 알아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렇게 한창 동생의 수시원서접수를 하던 중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신용카드 회사였다.

“혹시 신용카드 분실하지 않으셨나요?” 난데없는 질문에 어머니는 당황하시며 무슨 일이냐고 물으셨다. 짧은 시간에 큰돈이 여러 번 빠져나가 혹시나 싶은 마음에 회사 직원이 전화한 것이었다. 그 날 그 전화를 받고 어머니는 재미있다며 웃어넘겼지만 나는 차마 웃을 수 없었다.

요즘 보통 입시원서 비용은 평균 7만 원 정도다. 학생부 100%로 뽑는 대학은 그나마 5만 원 정도이지만 적성검사를 보는 대학은 10만 원이 넘는 곳도 있다. 이번 원서접수기간 당시 본교에 지원한 학생은 약 8만 명으로 전형료만으로 60억 가까이의 수입이 나온 셈이다.

학생부 자료를 컴퓨터로 분석하는 데 한 명당 5만 원씩이나 들어가는가? 학교 내에 있는 교실에서 적성검사, 논술고사 시험지를 배포하고 감독하는 데 한 교실당 300여만 원이 비용이 들어가는가? 논술고사는 심사위원들이 직접 답안지를 보고 채점하기라도 한다지만 적성검사는 사지선다형으로 컴퓨터가 채점한다.

이처럼 높은 원서료가 매년 대학으로 들어가게 되는 데도 학부모들은 그저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다. 대학 졸업장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수험생은 대학에게 그저 ‘봉’인 것이다. 대학은 이런 사회의 허점을 이용해선 안 된다. 등록금도 모자라 전형료로 가난한 서민을 울릴 순 없다.

7, 8만원이라는 비용 자체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수시는 경쟁률이 높아 불안해하는 학생들이 이곳저곳 많이 응시하고 그래서 부모들의 부담은 가중된다. 더군다나 지방학생들은 오가는 교통비에 식사비 등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많다. 좋은 학생을 뽑기 위해 몸부림치는 대학들에게 전형료의 부담을 낮추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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