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언론사가 그렇듯 고대신문 역시 편집국장을 중심으로 매학기 신문이 만들어진다. 역대 편집국장들은 각자의 방식과 원칙으로 국장 임기 1학기 동안 고대신문을 제작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객관적인 시각으로 고대신문을 바라보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국장 임기가 끝난 뒤 일반 독자의 입장에서 바라 본 고대신문은 어떨까. 현재 고대신문이 안고 있는 문제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점검을 위해 최근 5년 내 편집국장 4명과 함께 좌담을 진행했다.

좌담에는 2006년 2학기 전혜영 편집국장과 2007년 1학기 박상기 편집국장, 2010년 1학기 강승리 편집국장, 2011년 1학기 장민석 편집국장, 그리고 이번학기 위대용 편집국장이 참석했다. 좌담은 2시간가량 진행됐다.

▲ 2006년 2학기 전혜영 편집국장. 사진 | 구민지 기자

편집국장 시절, 가장 중요시했던 원칙은 무엇인가

편집국장 시절, 가장 중요시했던 원칙은 무엇인가

 

편집국장 시절, 가장 중요시했던 원칙은 무엇인가전혜영|학내 구성원 모두의 신문을 만들자는 것이 나의 원칙이었다. 학생들만 읽는다고 생각하기보단 교수, 교직원도 읽는 신문을 만들려고 했다. 가령 학술면은 교수도 읽을 만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청탁 위주로 방향을 잡았다.

박상기|고대신문을 통해 고려대의 잘못된 점을 바꾸는 것이 목표였다. 항상 1면은 학교의 부족한 점을 지적하는 기획으로 채웠다. 본전공과 이중전공에서 중복되는 수업의 학점을 동시에 인정해주는 제도나 학점포기제가 모두 그 때 고대신문 보도를 통해 탄생했다. 학생들의 피부에 와 닿는 기획을 하는 것이 목표이자 원칙이었다.

강승리|나 같은 경우에는 크게 ‘이 기사가 왜 고대신문에서 왜 써야 하는가’와 ‘이 기사는 고대신문에서만 볼 수 있는가’ 두 가지를 원칙으로 삼았다. 고대신문의 경쟁력은 고려대와 관련 있는 이야기를 얼마나 잘 풀어내는가에서 찾을 수 있다. 고대신문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는 어떤 것이 있을지 고민했고, 그 결과 나왔던 것이 만우절 특집호였고 반응도 매우 좋았다.

장민석|개인적으로 고대신문은 연속성이 가장 부족했다고 생각했다. 이는 매 학기마다 특색이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과거의 장점조차 못 배우는 부작용을 낳았다. 개인적으로 강승리 국장과 비슷한 입장을 가지고 있었고 그 생각을 내 방식으로 보완하고자 했다. 특히 기존 보도면의 짧은 기사로 들어가던 학술대회를 2면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했다.

고대신문이 안암동까지 저변을 넓혀야 한다고 생각하나
위대용|본교뿐만 아니라 안암동 지역과 연계해서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것도 좋다고 본다. 지금까지 고대신문에서 지역과 연계했던 기획은 안암동 변천사, 만우절호 당시에 영철버거와 협력해서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 등이 있었다. 현재 고대신문 여건상 본교 외의 사건들을 다루기는 힘들지만 구독률도 늘릴 수 있고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강승리|개인적으로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전 세계적으로 지역 신문은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과연 고대신문이 지역까지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안암캠퍼스와 세종캠퍼스 학생과 교직원, 교수 사회만 다뤄도 고대신문이 활용할 소재는 충분하다. ‘넓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깊게’ 취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민석|지역의 뉴스를 전달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독자들에게 유익할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캠페인을 진행할 때 지역사회와 연계를 이끌어내는 것은 긍정적이다.

▲2007년 1학기 박상기 편집국장.  사진 | 구민지 기자

고대신문은 현재 5가지(보도, 시사, 학술, 문화, 특집) 섹션 중심으로 제작되는데
전혜영|핵심 섹션을 고정하고, 나머지 섹션을 유동적으로 기획할 필요가 있다. 모든 섹션을 모두 유동적으로 갈 수는 없다. 물론 매 주 섹션마다 그 가치가 달라질 때 분량을 조절해 섹션의 중요도를 달리 표현할 수는 있다.

강승리|기존에 있었던 것 중에서 어느 정도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기존의 고대신문에는 항상 총학과 본관 소식이 1면에 들어갔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학생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주제인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대학생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문제를 고민했으면 좋겠다. 최근 인기 많은 경영학회를 활용해 새로운 섹션을 추가한다면 많은 관심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위대용|섹션 구분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문화, 학술, 시사가 각자 따로 노는 기획이 과연 유의미한가. 가장 이상적인 건 문화, 학술, 시사 각 섹션 면이 하나의 주제를 바탕으로 신문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반 학우 입장에서 고대신문에 가장 필요한 콘텐츠는 무엇인가
박상기|고대신문사를 나가서 본 고대신문은 정말 재미가 없었다. 취업준비생이 되니까 가장 궁금한 것은 지금 다른 준비생들의 토익 점수 같은 실질적인 정보이지만 고대신문엔 나오지 않는다. 좀 더 현실적이고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것에 대해서 고대신문 스스로 금기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한다. 진지함에서 좀 벗어나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혜영|편집국장 당시에 스도쿠와 우리말징검다리 같이 학생들이 참여하는 간단한 게임을 지면에 도입했다. 당시엔 반발이 심했지만 독자들 반응은 뜨거웠다.

▲2010년 1학기 강승리 편집국장.  사진 | 구민지 기자

주간지의 특성상 속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강승리|학내에서 속보로 전달할 만큼 가치가 있는 뉴스가 많은 것 같지 않다. 물론 총학생회장이 누가 됐고, 차기 총장이 누가 됐는지는 빨리 알려야 한다. 하지만 오히려 고대신문의 주간지적 특성을 더욱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빠르고 내용 없는 보도보다 심층적인 보도가 더 중요하다. 시간은 오래 걸리는데 내용마저 부실하다면 더 큰 문제다.

전혜영|심층적인 보도는 독자들도 필요로 한다. 박원순 씨가 서울시장 당선된 것을 당일에 다 알고 있어도 그 다음날 일간지를 참고하는 사람도 굉장히 많다. 왜 그런 것인가 잘 생각해봐야 한다.

박상기|속보를 살려서 나쁠 건 없다. 속보는 단순히 소재 하나만 빨리 던져도 반응이 많은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보를 제대로 하려고 하면 종이신문의 질이 떨어지는 것 또한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남들은 절대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보도하면 된다.

고대신문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 문제는
장민석|앞서 말했듯이 선배들로부터 이어져오는 연속성을 구축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전혜영|연속성 문제는 교육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편집국장 시절 방학엔 선배세미나를 진행했다. 선배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연속성을 높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박상기|고대신문은 지나치게 관료제로 운영되는 경향이 있다. 신문사를 처음 시작할 때보다 학기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생각이 굳어버린다. 행정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

강승리|하지만 구조는 다른 곳도 비슷하다. 구성원들의 생각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부장이 있다고 하더라도 팀제를 활용할 수도 있고, 기사를 주기적으로 줄 외부필자를 발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2011년 1학기 장민석 편집국장.  사진 | 구민지 기자

그 외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나
강승리|일반적인 대학생활과 고대신문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업무량 자체 변화가 필요하다. 앞서 말했듯이 외부필자를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신문사 내부 기자들이 100을 그냥 신문사 내부에서 다 채우려고만 한다. 30정도는 외부활동도 하고 밖에서 얘기도 듣고 해야 다양한 정보도 접할 수 있다.

전혜영|편집실이 있는 홍보관에만 있기 때문에 외부와 교류가 잘 안 된다. 마치 ‘섬’ 같다. 홍보관이 정보의 사각지대다. 오죽하면 고대신문이 정보의 변방이라는 말도 있다. 노트북도 있고 얼마든지 편집실 밖에서도 일을 하도록 변할 필요성이 있다. 


최근 고대신문을 이야기한다면
장민석|외부필자가 늘었다. 교수가 쓰는 유학시절 이야기나 영화 리뷰 같은 재미있는 연재가 눈에 띄더라.

박상기|2년 전에 했던 북 캠페인과 지난 학기에 했던 텀블러 캠페인은 좋은 시도였다. 하지만 아쉬운 건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학교 기관과 연계해 캠페인 규모를 좀 더 키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혜영|올해부터 베를리너로 판형이 바뀌었다. 하지만 이전과 차이가 거의 없다. 물론 보기에는 편하지만 베를리너 판형의 장점을 100% 활용한다고 보기 힘들다.

강승리|베를리너로 왜 바꿨느냐고 물었을 때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프레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콘텐츠가 더 중요하다. 오히려 이전보다 지금이 더 편집이 조잡해보인다. 대판 때는 그 선이 명확하고 여백도 많았다. 지금은 더 여백이 없는 것 같다. 괜찮았던 기획은 청년 창업가 연재다. 처음 시작할 때 캠퍼스CEO와 연계했는데 좋은 시도였다고 본다. 교내 프로그램 중 활용할만한 소재가 있으면 신문 안으로 끌어와야 한다.

장민석|베를리너 판형으로 바꾼 첫 편집국장으로서 편집은 이전보다 더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왜 베를리너로 바꾸기로 결정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전해들은 바가 없다.

▲위대용 현 편집국장.  사진 | 구민지 기자

고대신문의 경험이 어떻게 도움이 됐는지
장민석|실험적 글쓰기를 많이 배운 것 같다. 사회가 어떻게 구성됐는지. 여러 좋은 사람을 만난 것 같다. 학생사회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고대신문을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였고 품고 있던 의문도 해소할 수 있었다.

전혜영|내가 원래 리더 스타일은 아니다. 여기 들어와서 리더가 어떤 일을 해야 되는지 정도는 배운 것 같다. 본래 소설가를 지망해 내면적인 것을 지향했는데, 새로운 가치관을 세우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강승리|나 역시 리더십과 책임감을 배운 것 같다. 똑똑한 학생 20명가량을 이끌어가는 것 그 자체로도 도움이 됐다. 꼭 학생들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교수, 교직원, 사회에서 명망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 사람들은 항상 고려대의 과거를 참조할 때 고대신문을 읽는다. 한 주 한 주 만드는 신문이 고려대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과 같다.

박상기|인생이 바뀐 것 같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하라는 공부만 해오다가 처음으로 내가 선택한 일이다. 대학생활에 대한 회의가 많았는데 고대신문을 하고부터 미래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됐다. 그리고 요즘 스펙 쌓는 게 대세인데 개인적으로 고대신문이야말로 최고의 스펙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고 하지만 시간을 투자하지 않은 스펙은 허구에 불과하다.

강승리|나도 인턴지원해서 떨어져 본적이 없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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