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폭력 연대회의는 9월 5일부터 10월 6일 까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 인식/실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전체 재학생의 12%인 248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설문조사는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자문을 받아 작성됐다. 이번 설문조사는 학생들이 무엇을 성폭력이라고 바라보는지, 특히 성 인식 및 실태에 있어서 여성과 남성이 차이를 보이는지 아는 것을 목표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여성이 남성보다 성폭력을 넓게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간과 같은 강도가 높은 범죄에 대해선 학생 대부분이 성폭력이라고 생각했지만 훔쳐보기나 음담패설 같은 물리적이지 않은 행위 등에 대해서는 남성과 여성이 의견차이를 보였다. 한 예로 ‘강간 또는 강간 미수가 성폭력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남성과 여성 99% 가까이가 ‘그렇다’고 한 반면 ‘신체의 특정부위를 유심히 쳐다보기가 성폭력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가’는 질문에는 여성은 71.8%, 남성은 55.6%로 차이를 보였다.

남성과 여성의 성 실태 인식 차이는 다른 설문 문항에서도 나타났다. 한 예로 ‘성폭력은 주로 노출이 심한 젊은 여성들에게 일어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부정적 대답은 한 비율이 여성은 79.4%인 것에 비해 남성은 54.3%로 남성이 낮았다. 또 ‘여성이 키스나 애무를 허용하는 것은 성관계를 허용하는 뜻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여성의 7.9%만이 긍정적 대답을 한건에 비해 남성의 25.2%가 긍정적 대답을 했다. 학내에서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비율도 여성이 7.1%로 남성의 1.7%보다 높았다. 성폭력 방지 교육 요구와 실제 행해지는 성폭력 방지 교육사이에도 큰 차이가 있었다. 전체의 91.5%가 성폭력 방지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성폭력 방지 교육을 받은 비율은 전체의 60.8%에 불과했다.

반성폭력연대회의 소속 유지인(문과대 한국사09) 씨는 “생각보다 성인식에 남녀차이가 컸고 학내에서 성폭력을 당한 경험을 가진 학생수가 많아서 놀랐다”며 “지속적인 활동을 통해 올바른 성문화가 자리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 문항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전반적으로 중복이 없고 깔끔한 구성을 취했지만 일부문항이 불명확했다. 사회통계학 조교를 맡았던 강현(대학원 사회복지학) 씨는 “‘성폭력의 피해자는 주로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질문의 답은 여성과 남성이었지만, 다음 문항부터는 성폭력의 피해자를 여성으로 가정하고 질문지를 작성했다”며 “또 질문들이 전반적으로 문항들이 교내 성 의식과 성폭력 실태를 확인하는 건지, 개인적 성 의식을 조사하는건지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다지선다형 설문의 한계도 지적했다. 강 씨는 “다지선다형 설문은 모든 사례를 포함하고 있어야 되는데 ‘고려대 내에서 지속적으로 성폭력이 발생하는 이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같은 질문은 주관식으로 제시하는게 옳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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