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길 명예교수가 정년퇴임 후 12년 만에 1일 백주년기념삼성관에서 열린 한국사연구소와 BK21한국사학교육연구단이 공동 주관한 콜로키움 ‘한국현대사와 한반도의 미래’의 발표로 학교를 찾았다. 고대신문이 강만길 명예교수의 발표 내용과 더불어 서면으로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했다.

강 교수는 강연에서 과거의 역사만이 아닌 지금 현대의 역사 또한 역사가의 중요한 과제라고 역설했다. 그는 “유신시대 당시 군사독재를 한 정권을 역사학이 방관하고만 있어야 하는 것에 대해 한계를 느끼고 자기시대에 이름을 붙이고 성격을 규명할 필요성을 느꼈다”며 “역사학은 단순히 과거에 정착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와 동시에 우리 역사학계에는 반성이 너무 부족했다며, 식민지라는 역사적 경험을 ‘민족해방운동사’로서 따로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일제의 강제지배기간에 훼손된 민족적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한 필수적 과제이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어 한국의 역사는 앞으로 한국, 중국, 일본 그리고 북한이 함께 지역 공동체로 흘러야 할 것을 강조했다. 특히 통일된 한국이야말로 동아시아에서 더욱 견고한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이라며 대학생들이 기성세대의 남북 대결적이고 남한 중심적인 통일관을 넘어서서 진정한 의미의 평화통일관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또 중국, 일본에 대해서는 “자민족, 타민족을 막론하고 평화주의적 견지에서 불행했던 역사에 대한 솔직한 반성이 앞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여기에 피해민족사회의 미래지향적 관용이 더해진다면 3개, 북한을 더해 4개 국가 공동체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강 교수는 최근 한국사회의 갈등도 역사적 맥락에서 설명했다. 강 교수는 현재의 극심한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해방직후 좌, 우와 보수, 진보 갈등이 65 전쟁으로 인해 남북대립이 심화되면서 갈등도 확대됐다고 보았다. 그는 “동족상잔의 일이 반세기나 지났는데도 남북과 보수, 진보 갈등이 계속되는 것은 우리사회 구성원들이 역사적, 민족적인 책임감보다는 현실적 이해문제를 더 앞세운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최근 빚어진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의 갈등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았다. 그리고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젊은 세대는 그 같은 대립의식에서 벗어나기를 소망했다.

강 교수는 대학생들을 향한 격려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대학생의 역할에 대해 많은 고민이 이어져야 함을 당부했다. “고등학교 졸업생의 8할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시대에 대학생은 결코 선민(選民)이 아니다. 선민의식에서 해방된다면 사회를 위해서 봉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대학생들이 지식인이지만 봉사하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강만길 교수=본교에서 30여 년간 한국사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2001년부터 4년간 상지대 총장을 역임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자서전인 <역사가의 시간>을 비롯해 <해방전후사의 인식>, <고쳐 쓴 한국현대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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