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훈 대표가 퍼플웍스에서 개발한 모 증권회사 어플리케이션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 구민지 기자
창업은 위험부담이 크다. 치밀한 분석 없이 달려들었다가 좌절을 맛보기도 하고 막연한 두려움에 도전할 엄두조차 못 내기도한다. 어렸을 때부터 이런 위험한 꿈을 꾸던 사람이 있다. 발걸음을 내딛은 지 2년도 채 안됐지만 연매출 12억을 달성했고 이제는 더 큰 세상으로 전진하고 있다. 그의 성공 이면엔 10여년에 걸친 땀과 치열한 삶이 녹아있다. ‘퍼플웍스’ 김정훈(사범대 컴교01) 대표를 만났다.

 

-본교 ‘Campus CEO’ 교양 과정을 이수했다고 들었다
"학교가 창업하려는 학생들을 위해 제공하는 공간이나 제도가 있는지 교수님들과 산학협력단에 자문을 구하다 이 강좌를 소개받았다. 2008년에 수강을 했고 지금 현재도 수강하고 있다. 이 역시 창업을 위한 계획의 일환이었다. 강의는 사업계획서 작성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이를 바라봤던 적은 없었기에 큰 도움이 됐다. 특히 정부지원금을 유치할 수 있는 투자유치 사업계획서 작성은 자본금을 확보하는데 발판이 됐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인터렉티브 광고를 제작하는 일이고 하나는 기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것이다. 요즘 광고 시장에선 올드미디어를 이용한 ATL(Above the Line)보다 고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BTL(Below the Line)이 주목받고 있다. 참여유도 BTL과 IT기술을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을 통해 접목시켰다. 외부카메라가 전광판 앞에 있는 사용자나 사물을 인식하면 실시간으로 이 움직임을 화면에 반영하는 광고였다. 같은 영상이 반복 재생되던 이전 광고와 달리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모바일 앱 개발은 기업에서 주문을 받아 진행한다. 앱 제작도 광고처럼 광고주의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자 IT기술을 이용한 사업이었기 때문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창업을 언제부터 준비했나
"컴퓨터를 전공하지 않았으면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울 수도 있었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창업을 꿈꿔왔기에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지켜나갔다. 저학년 때부터 전문가를 목표로 심도 있게 공부했고 프로그래밍 연습도 지속적으로 했다. 창업을 위한 경험의 일환으로 프로그램 개발을 하는 프리랜서 활동도 했다. 군복무 기간엔 병역특례로 기술산업체에서 근무하며 IT기술을 연마했다. WAP을 개발하는 곳이었는데 복무기간 3년 중 절반 이상은 회사에서 먹고 자며 배웠다.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현재 사업에 도움이 될 정보나 교훈을 많이 얻었다"

-창업을 꿈꾼 이유는 무엇인가
"취직을 하면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을 것 같았고 당장 무슨 일을 맡을지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 지 판단하기 힘들 것 같았다. 일반 대기업의 인사고과에도 답답함을 느꼈다. 직무에 대한 성과를 상관이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힘들뿐더러 더 높은 직급에 올라갈수록 소위 ‘라인’에 의해 개인의 성공이 결정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 운명을 그런 것에 맡기고 싶지 않았다. 취직 후 경영자가 되는 것보다 창업으로 경영자가 되어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확신했다"

-초기 자본금은 어떻게 확보했나
"2008년도에 정부 창업지원금을 신청했었지만 탈락했다. 합격자 명단을 분석했더니 다른 사람들과 달리 나만 유일하게 학부생이란 것을 알게 됐다. 이 때문에 같이 창업을 준비하던 친구는 포스텍 석사과정을 밟기 시작했고, 덕분에 지원 대상에 선정됐다. 그렇게 해서 작년에 3000만원을 정부에서 지원받았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
"계획을 철저하게 세웠고 단계별로 준비해나갔기 때문에 두려움은 크지 않았다. 두려움이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고등학교 동창과 학과 후배로 구성된 엔지니어들을 모아 창업했다는 것이다. 현재도 그들이 인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과 함께였기에 임금 지불이 조금 늦어지거나 어려움이 생겨도 서로 믿으며 견딜 수 있었다"

-구체적인 창업 계획은 어떻게 세웠나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와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대학에 진학한 이후에도 창업에 맞춰 서로 진로를 계획했다. 인력을 어떻게 구성할 지부터 시작해 어떤 고객을 확보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회사라는 것 역시 아이를 기르는 것처럼 연차별 과정이 있기에 1년 이내 지원받거나 시도할 수 있는 것들부터 2년 차 3년 차에서 할 수 있는 것들도 계산했다.
또한 창업 전 친구와 직접 웹서비스를 만들어 보기도 했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인 2006년도에 휴대폰을 통해 여러 사람들과 즐겨 찾는 사이트를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또한 최신 트렌드를 읽고 새로운 기술들과 모바일 산업 정책 등에 관한 정보를 알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학생들은 참여할 수 없다고 했던 모바일 웹 포럼 기구 모임에 직접 찾아가 사정해서 참석 권한을 얻기도 했다"

▲ 가방 매장 쇼윈도우 광고. 사람의 움직임을 인식해 가방들이 사람을 쫓아다닌다. 사진 | 구민지 기자

 

-실패한 적은 없었나
"탁자를 이용한 ‘멀티터치테이블’이라는 광고 제작을 연구·개발하다가 실패했던 적이 있었다. 완성도도 떨어지고 납품할 수 있을만한 제품이 나오지 않았다. 실망은 했지만 다른 방향으로 작업을 계속해나갔다. 무작정 가방 디자이너를 찾아가서 쇼윈도우에 공간을 빌려주면 이 가방을 위한 광고를 만들어주겠다고 제안했다. 디자이너는 이를 허락했고 가방이 허공에 떠다니는 컨셉 광고를 원했다. 그리고 우리는 가방이 앞에 있는 사람을 따라다니고 그 사람의 움직임을 인식해서 여러 형태로 변화하는 화면을 만들어냈다. 이 광고를 MCM 홍보담당자가 그것을 보게 됐고 우리에게 광고 제작을 의뢰해왔다. 창업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기회는 예측할 수 없는 곳에서 우연히 찾아온다"

-창업을 권장하는가
"창업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권장하고 안내할 의지가 있지만 단순히 선택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권장하고 싶지 않다. 창업은 시기의 문제라서 그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중요하다. 1살이라도 어릴 때 시도해보고 실패도 겪어봐야 성장할 수 있는 틀이 생기고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나이가 들수록 도전하기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다"

-창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조언해준다면
"비전을 공유할 수 있고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같이 버텨줄 동료들이 필요하다. 창업시 사람이 곧 자산이다. 그리고 유사창업사례, 경쟁회사 등 동종업계에 대한 끝없는 관심을 가지고 대외활동을 지속해야한다. 어떻게든 기회는 찾아온다. 무작정 찾아가서 미팅을 요구하거나 비즈니스를 제안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비슷한 분야의 외부 전문가에게 사업계획을 검증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그 다음에는 정부 지원금 등 자본을 통해 회사의 외형을 준비해야한다. 벤처인증이나 ISO인증, 특허 등 객관적인 지표들도 확보해야한다. 한 가지만 준비해서는 회사가 잘 굴러갈 수 없다"

-앞으로의 계획은
"회사가 급격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남들보다 빠르게 대기업과 협력업체로서 일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형태로 계속 성장한다면 산업구조상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부산물로서의 중소기업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시장을 운용하고 점유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WAP : 이동통신기기나 개인휴대단말기(PDA), 무선터미널 등 이동형 단말기에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안된 통신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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