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홍준표 한나라 당 대표의 ‘이대 계집애’ 발언이 구설수에 올랐다. 정가에서도 발언이 직설적이기로 유명한 홍 대표였지만, ‘처신이 너무 가볍다’는 비난 여론이 일시에 일었다.

관련 기사를 읽던 중 1986년 프랑스 법정에 섰던 전 북경 주재 프랑스 외교관 ‘버나드 부르시코(Bernard Boursicot)’와 경극 배우 ‘스페이푸(时佩璞)’ 두 사람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둘의 인연은 부르시코가 북경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했던 때 시작됐다. 당시 스페이푸는 프랑스 공사관 직원 가족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쳤다. 청년의 모습을 하고 있던 스페이푸는 부르시코에게 남아선호사상이 강한 아버지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남장을 하게 됐고 자신이 사실 여자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후 20년간 애정 관계를 이어갔고 둘 사이에는 아들도 생겼다. 중국공산당원이었던 스페이푸를 통해 자국 고급정보를 공산진영에 넘겼던 부르시코는 결국 법정에 섰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이야기가 세간의 관심을 받은 이유는 ‘외교관의 간첩행위’가 아니었다. 이슈가 됐던 것은 스페이푸가 사실 남자였고 부르시코는 이 사실을 20년간 몰랐다는 것이었다. 스페이푸가 남자라는 사실은 법정에 선 이후 프랑스 당국 검사에 의해 밝혀졌다. 당시 프랑스 사회는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고 이후 영화와 희곡 작품으로까지 만들어졌다.

홍 대표의 발언이 노출된 후 한동안 ‘홍준표, 이대계집애, 꼴같잖은게’가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그렇게 앞뒤 맥락을 짜른 그의 막말에만 관심이 쏟아질 뿐이다.  흥미를 좇는 언론보도가 우리의 정치적 시선을 집권여당 대표의 정치적 함의에서 사소한 에피소드로 유인하는 것이다. 이렇게 국민의 시선이 정치에서 비껴버리며 누가 웃고 누가 울게 될까?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