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국민피씨라는 이름하에 컴퓨터가 본격적으로 보급됐다. 각 가정에 컴퓨터가 한 대 이상 자리 잡는 데에는 불과 5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 성능 또한 빠른 속도로 향상돼 겉에서 볼 때 컴퓨터의 확산은 성공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 내면에는 많은 상처가 있었다. 빠른 성장만을 추구하며 보안에는 신경 쓰지 않았고, 검증을 거치지 않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출시됐다. 바이러스에 걸리면 어떤 경우에는 메인보드를 바꿔야했고, 컴퓨터 사용의 근간인 OS 자체에서도 연달아 오류가 발생했다. 소비자를 소비자가 아닌 ‘마루타’로 생각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을 정도였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 당시 컴퓨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작고 성능 좋은 스마트폰이 등장했다. 하지만 그때의 국민피씨나 현재의 스마트폰 시장이나 크게 달라진 바는 없는 것 같다. 얼마 전 어머니가 사용하던 스마트폰이 업그레이드 이후 성능이 더 안 좋아졌다며 하소연하셨다. 어머니는 기계치에 가깝기에 나는 어머니의 스마트폰을 들고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상담원은 바이러스와 기계와 맞지 않은 소프트웨어 탓이라고 답했다. 본사에서 내려온 업그레이드 버전이 기계에 부합하지 않은 것이다. 상담원은 하위 버전의 메인보드로 바꾸는 방법 외에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바이러스도 치료할 수 없었다. 아직 스마트폰 전용 백신이 없다는 것이다. 상담원은 계속해서 메인보드를 바꾸라는 말만 반복했다.

스마트폰은 전용 백신이나 방화벽은 없어 바이러스에 쉽게 감염되고 정보는 유출되다 못해 거의 공개되고 있다. 업그레이드 버전도 일단 출시하고 나서 문제점이 발견되면 그때서야 수정에 들어간다. 상대 회사와의 성능 경쟁에 급급해 안정성과 보안은 뒷전인 셈이다. 빠른 속도만으로 스마트폰을 선전하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 이젠 안전한 스마트폰, 소프트웨어가 튼튼한 스마트폰이 나와야 한다. 스마트폰이 구입과 폐기를 반복하던 제 2의 국민피씨가 돼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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