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갤은 다 개설했는데 겨드랑이 갤은 좀 아니더라고요
웬만한 갤은 다 개설했는데 겨드랑이 갤은 좀 아니더라고요
  • 위대용 기자
  • 승인 2011.11.12 2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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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시인사이드 대표 김유식

흔히 할 일 없이 빈둥빈둥 대는 모습을 보고 ‘잉여스럽다’라고 말하고, 그렇게 사는 사람을 ‘잉여’라고 부른다. 그 잉여들의 왕, 대한민국 대표 막장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DC INSIDE, 디시) 대표 김유식 ‘대장’이 본교를 찾았다. 그는 공과대학생회의 주최로 10월 26일, ‘청춘, 꿈을 펼쳐라’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닥치고 눈팅만 한 3개월하고, 디시 말투 좀 쓰면 누구나 디시 폐인이 될 수 있다”며 폐인이 되는 길을 인도(?)하는 ‘잉여킹’이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니 뭔가 아이러니하지만 강연을 들은 학생들의 반응은 꽤 뜨거웠다. 그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기에 그런 건지, 특강 일주일 뒤인 11월 4일, 김유식 대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디시가 다른 사이트와 다른 건 가식적이지 않다는 점? 그게 디시의 매력이자 정신이죠" (사진=위대용 기자 widy@)

 - 올해 2월, 디시인사이드가 매각됐더군요.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습니까
“일단은 경영이 안정화 됐죠. 그 전에는 사기를 2번이나 당하고 재정적으로 너무 힘들었는데 걱정 안하고 일만 할 수 있게 됐어요. 덕분에 직원들 사기도 올라갔고”

- 그동안 손실 금액이 상당할 것 같은데...
“2007년에 580억원 정도 있었던 회사 거덜 냈고, 2008년에 80억원 정도 사기 당했으니까 한 650억 정도? 2번째 사기는 첫 번째 사기 친 대표이사의 친구였어요. 거기에 넘어간 게 잘못이지만 근데 2번 다 서버 때문이라서 어쩔 수 없었죠. 그 전까지 야후 서버를 썼는데 야후에서 서버를 회수한다고해서...”

- 디시의 상징은 ‘자유’ 아닌가요. 대주주의 간섭도 있을 것 같은데
“대주주가 인수하고 나서 사무실에 온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로 간섭은 전혀 없어요. 특별히 큰 돈 들여서 디시를 키우기보다는 그저 ‘디시질’만 잘하라고 하는 편이죠. 하고 싶은 거 있으면 돈 벌어서 하라고 하더 라고요. 사실 디시를 인수한 분도 ‘디시 폐인’이거든요(웃음)”

- 지금도 사장직을 맡고 있습니까
“그렇죠. 지금은 고용사장? 월급사장? 뭐, 그렇게 보시면 돼요”

회사에서 그의 직책은 사장이지만 온라인에서 그는 ‘대장’으로 불린다. 괜히 폼 잡지 않고 근엄해 보이지 않는 그에게 딱 맞는 별명이다. 사장 대신 대장을 더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간단하게 답했다. “사장하면 뭔가 딱딱하잖아요. 거리감도 느껴지고. 2000년도쯤인가, 디시 동호회 모임이 있었는데 어떤 친구가 저 들어오는 걸 보고 ‘대장님이다’라고 한 거에요. 그래서 그때부터 대장으로 불렸죠”

- 디시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신조어가탄생하고 있죠. 대장으로서 스스로 모두 꿰고 있다고 생각합니까
“그럼요, 다 알죠. ‘아햏햏’, ‘폭풍흡입’, ‘레알’, ‘잉여’ 등. 근데 한 일주일 출장 갔다 오면 ‘이게 무슨 말이지?’ 하는 것도 있어요. ‘포텐 터졌다’는 다른 사람한테 물어 본 적도 있죠. 신조어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져요. 계속 변화하고. 2002년에는 ‘하오체’를 많이 썼는데, 지금은 ‘음슴체’가 많이 쓰이는 것 처럼요. 근데 이것도 커뮤니티의 특성인 것 같아요. 남들과 달라 보이고 싶은데 딱히 방법이 없으니까 우리끼리 알 수 있는 말을 만들고, 남들이 따라 쓰면 또 다른 거 만들고. 일종의 트랜드세터로서의 역할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 ‘디시를 한다’는 의미로 ‘디시질’이라는 말이 있는데, 정확한 의미가 궁금합니다
“일반적으로 디시에 올라오는 글을 보고, 쓰는 걸 말하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키배(키보드배틀)죠. 한번 싸워보자! 예전에 자기 카메라 가격 떨어진다고 72시간 동안 쉬지 않고 싸운 아줌마도 있어요. ‘키배짓’하기 시작하면 딴 건 아무것도 안 보이거든요. 그거에 매몰돼서. 근데 한참 지나고 보면 내가 왜 그랬지 하면서 후회가 몰려들죠(웃음)”

- 고려대 학생 커뮤니티 사이트 ‘고파스’ 익명게시판도 디시와 분위기가 비슷한데 혹시 들어보셨는지...
“아뇨. 처음 듣습니다. 익명게시판이니까 누가 글을 썼는지는 모르겠군요. 재미있겠는데요”

- 디시가 다른 커뮤니티 사이트와 다른점은 뭔가요
“가식적이지 않은 수다? 예전에 DSLR커뮤니티 ‘SLR클럽’에 어떤 사람이 좀 못 생긴 딸 사진 올려놓으니까 ‘좋아보이네요, 건강해보이네요, 사이좋은 부녀군요’라는 댓글이 달렸어요. 근데 같은 사진을 디시에 올리니까 ‘낳기 싫으면 낳지 마라, 돈 많이 모아라’라는 댓글이 달리더라고요. 사실 어느 쪽이 하고 싶은 말이었을까요. 솔직한 게 좋은 것 같아요. 깔 거 있으면 깐다. 누구든 깐다. 이 정신이죠”

- 까는 걸로 따지면 최근 대세인 ‘나는 꼼수다’도 만만치 않은데 들어보셨습니까
“들어봤죠. 개인적으로는 정보를 왜곡해서 전달하는 매체로 보여서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소문이나 루머를 유머와 섞어 전달해버리면 그게 진실로 호도될 가능성이 있거든요. 거짓된 선전 선동의 도구로 쓰일 수도 있고요”

- 모두 거짓이라고 볼 순 없지 않습니까
“젊은 층에서 반응이 좋은데 이걸 취사선택하지 않잖아요. 정보의 진실유무에 대해 의심을 품어봐야죠. 문제는 그렇다고 이 프로그램을 규제할 수는 없어요. 물론 그래서도 안 되고”

나꼼수 얘기가 나오자 김유식 대장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스스로의 성향을 ‘애국보수’라고 표현하는 김 대장의 입장에선 진보를 자처하는 나꼼수가 달가워 보이지 않았을 터다. 하지만 그의 개인적인 성향이 디시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 아직 나꼼수 갤러리가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요청만 하면 “언제든 만들어 주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서 갤러리는 디시에서 하나의 주제로 운영되는 게시판을 뜻한다. 일명 ‘갤’로 불리는데 현재는 그 수가 1600여 개에 이른다. 이 수많은 갤러리가 디시를 움직이는 주요 동력원이다. 지금까지 개설요청이 있었던 갤러리는 모두 만들어 줬지만 단 하나 거절한 게 있다. “겨드랑이 갤러리는 거절했어요. 웬만하면 만들어주겠는데 그건 안 되겠더라고요. 사타구니 갤러리 같은 것도 다 나올 수도 있고”

- 대학갤러리도 다수 있는데 어떻게 만들어진 거죠
“처음엔 서울대였나? 거기서 만들어 달라고 요청이 들어왔어요. 그래서 만들어 줬는데 다른 대학들도 만들어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점점 늘어났죠. 기존에 디시에서 놀던 대학생들이 ‘아, 얘가 나랑 같은 학교였네?’하면서 동질감을 느꼈다고 볼 수 있죠”

- 대학생들에게 관심이 많은 편입니까
“디시 이용자 중에 대학생이 많다보니까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죠. 요즘 관심 갖는 건 아무래도 등록금이죠. 예전에는 1~2달 정도만 아르바이트 하면 한 학기 등록금 벌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게 아니잖아요. 그런 거 생각하면 참 안타까워요. 그렇다고 이제 와서 반값등록금 하면 지금 학생들이 사회로 나가서 다 짊어져야 될 겁니다. 반값만 외칠 게 아니라 왜 등록금이 비싼지 먼저 따져봐야죠”

- 학생들 대상으로 강의도 많이 다니시죠. 자주 해주는 말이 있습니까
“타인에게 잘하라. 경조사 빠지지 말고, 귀찮아도 누군가 부르면 바로 뛰어나가고. 이런 게 쌓이면서 인맥이 형성되는 거니까요. 올해 디시 매입한 분도 2002년인가 어떤 모임에 가서 만난 분이 소개시켜 줘서 알게 됐어요. 기억은 잘 안나는데 제가 디시 대표로 갔었고 그 분은 대학생이었고. 제가 그 모임에 안 갔으면 못 만났겠죠. 대학생들이 아직 사회생활 안 해서 아는 인맥이 없다고 하는데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살아왔는데 왜 없습니까”

- 학생들이 고민을 털어놓기도 할 것 같은데요
“고민이라... 고민을 털어놨을 때 해결해줄 거라고 생각을 안해서인지 딱히 고민을 털어놓는 학생은 없던데요(웃음). 대신 디시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에 대해 많이 물어보죠. 그 사건 진짜 있었던 일이냐? 하면서. 디시 알바로 뽑아달라고 하는 학생도 있었고요”

- 디시도 신입사원을 뽑죠. 디시 활동경력을 보기도 합니까
“보통 자기소개서에 ‘디시 폐인’이라고 쓰는 친구도 있는데 좋아하진 않아요. 디시하면 사내분위기가 자유롭고 놀다가 음란물 지우고 그럴 것 같은데 그렇지 않거든요. 보세요. 조용하잖아요. 왜곡된 성향 때문에 입사했다가 못 견디고 그만두는 경우도 있었어요”

- 디시의 라이벌이 있습니까. 혹시 웃대?
“저희는 웃대를 라이벌이라고 생각 안 해요. 거기서나 디시를 라이벌이라고 생각하지. 이용자가 겹치긴 하지만 규모가 다르니까요. 라이벌이라면 포털사이트? 네이버나 네이트는 규모가 크니까 좀 그렇고, 야후 정도”

- 앞으로의 목표는 뭡니까
“지금 하루 방문자 수가 178만 명 수준인데, 250만 명까지 올려야겠고, 병맛도 유지해야죠. 방문자가 그 이상 늘면 디시가 갖는 B급 문화, 3급수 문화가 사라질 수도 있으니까 그 이상은 안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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