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자마자 은은한 먹향이 감돈다. 벽에는 여러 종류의 그림들이 붙어있고 회원들은 똑같은 그림을 연달아 그리고 있었다. 반복되는 작업 속에 화가 이현미(여·42세) 씨는 회원들에게 세심하게 설명했다.

“버드나무 잎은 자연스럽게 모여 있는 것처럼 역삼각형을 띠게 하는 게 좋아. 국화는 가운데 봉우리를 먼저 그리고 주변으로 퍼져 나가야지”

17일 학생회관 5층에선 미전을 앞둔 ‘한국화회’ 회원들이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었다. 한국화회는 매학기 미전을 개최한다. 중간고사 이전에는 선긋기부터 시작해 한국화의 기본기를 배우고 중간고사 이후에는 미전에 제출할 작품을 준비한다. 한국화회 정다경 회장은 “한국화는 접하기가 어려워 회원들이 잘 몰라서 중간고사 이전에는 기본기를 배워야한다”고 말했다.

한국화회는 대학원생이나 현직 화가를 섭외해 학생들을 가르친다. 이번 학기는 이현미 씨가 그 역할을 맡았다. 이현미 씨는 학생들 하나하나를 직접 지도해 잘못된 부분을 고쳐줬다. 이현미 씨가 대나무를 그리고 있던 이유진(경영대 경영10) 씨를 나무란다. 대나무 잎을 그릴 땐 먼저 붓을 종이에 살짝 닿게 해 위로 그리고 원하는 방향으로 눌러 그리고 살며시 붓을 들어 올려 때면서 마무리해야한다. “대나무 잎은 아비 부(父)자와 마음 심(心)자의 구조를 띠도록 해야지”

대나무 잎은 아비 부(父)자와 마음 심(心)자가 위아래로 번갈아가면서 나오도록 해야 한다. 이유진 씨는 “추사 김정희는 그림을 손이 아닌 팔, 팔이 아닌 오른쪽 몸으로 그려야한다는 명언을 남겼다”며 “몸을 이용해 붓을 눌러줘야 잎 모양이 예쁘게 나온다”고 말했다.

회원들이 미전을 위해 준비한 그림들은 대부분이 작품성이 뛰어난 한국화를 모사한 것이었다. 겨울전경을 그리던 김남미(자유전공 경제10) 씨는 “한국화는 구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많은 회원들이 좋은 작품을 보고 모사를 하며 구도를 익혀 나간다”고 말했다. 다른 회원과는 다르게 인물화인 이명박 대통령의 초상을 그리는 회원도 있었다. 강호걸(문과대 인문학부11) 씨는 “원래 인물화를 그리는 것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왕이면 학생들이 많이 아는 사람의 얼굴을 그리고 싶었다”며 “머리카락과 눈을 표현하는 게 가장 까다로웠다”고 말했다.

작품은 그림에 자신의 이름을 적고 한국화회 전각을 찍음으로써 마침내 완성된다. 회원들은 작은 종이에 전각을 찍어 그림 여기저기에 올려보곤 어울리는 위치에 전각을 찍었다. 정다경 회장은 자신의 이름 중 다(多)자를 너무 길게 썼다며 그림의 이름 부분을 자르고 다시 쓰고 싶다며 호소했다. 비록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작품의 조그마한 흠에도 못마땅해 하는 모습은 장인 못지않았다.

미전을 향한 이들의 오랜 노력은 23일부터 3일간 4·18기념관 지하 1층 전시실에서 볼 수 있다. 지면으로는 표현하기 힘든 한국화회의 작품을 직접 찾아가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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