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부족은 대학생들에겐 이미 당연한 현실이 됐다. 취업이 힘들어지는 만큼 자신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살려 창업을 꿈꾸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창업 공모전은 이들에게 전문가로부터 사업 아이템을 평가받는 기회를 제공하고, 사업 초기자금을 마련할 통로가 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창업 공모전 중 자신의 창업 아이템을 실제 사업으로 구현시키는데 도움을 줄만한 것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단순한 상금의 경중을 넘어 주최 측의 취지, 대회 과정 중의 경험이 창업 성공과 이뤄지도록 많은 정보를 알아보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고대신문이 대학생이 참가 할 수 있는 공모전 6개를 정리했다. 공모전에 채택되기 위해선 아이템도 중요하다. 각 공모전마다 대상을 차지했던 아이템도 함께 알아봤다.

▲ 소프트 앤 바닐라 '디자인 포장 양말'

대한민국 대학생 벤처창업경진대회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과 NC소프트가 주최하는 대한민국 대학생 벤처창업경진대회(Korea Student Venture Competition, KSVC)는 독창적이고 사업성이 뛰어난 창업아이템을 가진 대학(원)생들을 발굴하고 벤처 전문가와의 멘토링 기회를 제공한다. 올해로 12회를 맞은 KSVC는 예선에 120개 팀이 참가해 16개 팀이 본선에 진출했다.
2011년 KSVC에서 한국경제상을 수상한 ‘BK STUDY’는 펜 끝에 카메라가 달린 스마트 펜을 이용해 학생이 숙제를 하면 이를 정보화할 수 있는 창업 아이템을 선보였다. 학생의 숙제를 학부모가 직접 확인할 수 있고 자동채점도 가능하다. 학생의 성향을 정보화하고 정보를 모아 사용 학생 전체의 성향을 분석할 수도 있다. BK STUDY 이주민(서울대 기계항공공학04) 조장은 “사업의 확장성과 실제로 베타테스터를 만들어 6개월 간 실행해 사업의 구체성을 보여준 것이 높이 평가 받았다”고 말했다. 김창훈 심사위원은 “학생의 실제 경험에서 아이템을 고안해 시장의 필요를 어떻게 충족시킬지에 대한 구체적 정의가 있는 창업아이템이었다”고 말했다.

KSVC는 대회 중 벤처전문가와의 멘토링 기회를 통해 참가 학생의 창업을 돕는다. 김창훈 심사위원은 “심사과정에서 공모전 수상만을 노리는 팀은 배제했다”며 “공모전 참가 경험이 실제 창업과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블루런벤처스 황정준 이사는 “사업성과 수익성이 뛰어난 아이템은 기업 차원에서 투자할 예정”이라며 “창업아이템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선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발표하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JST 창업경진대회
인천 정보산업진흥원에서 주관한 JST창업경진대회는 올해 처음 시행됐지만 192개 팀이 지원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JST 창업경진대회는 상금이 정해져 있지 않다. 예선인 서류심사와 PT심사를 통과한 팀은 창업투자회사 투자전문가 12명으로 꾸려진 심사위원단에게 평가를 받는 본선을 치른다. 올해는 21개 팀이 본선에 진출했다. 본선은 각 심사위원이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사업자금 2500만원을 원하는 팀에 베팅하는 방식이다.

독특한 심사방식을 가지고 있는 만큼 정형화된 심사기준은 없다. 다양한 창업투자회사에서 초청된 투자전문가들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올해 최고 금액인 6200만원을 베팅 받아 최우수상을 받은 이광민(남·47세) 씨의 창업 아이템은 ‘Waffle : SNS 체크인 & Quiz 방식을 통한 Wi-Fi 인증 & 마케팅 플랫폼’이다. 이는 고객에게 AP를 제공하는 업체가 접속 암호를 제공하거나 불완전한 접속을 제공하는 대신 SNS 체크인을 요구하는 형식이다. 이를 통해 업체는 장기적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SNS 체크인을 어려워하는 고객의 경우 간단한 퀴즈를 내는 방식으로 대체할 수 있다. 단순히 SNS 체크인을 요구하거나 퀴즈를  내는 것만이 아니라 접속 창에 쿠폰이나 이벤트를 게재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 이광민 씨는 “아이디어 구상에만 너무 치중하지 말고 빠르게 실제 시장에 실험해보고 아이템이 가진 단점을 보완해 나간 것이 주효했다”라고 말했다.

인천정보산업진흥원 김종윤 팀장은 “창업 아이디어는 모두 창의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이 가진 바른 기업가정신과 준비성, 사업의 실현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 스크류 앤 락 '정량을 꺼낼 수 있는 밀폐용기'

청년창업 1000 프로젝트
서울시에서 주관해 올해 3기를 모집한 청년창업 1000 프로젝트는 매년 1000개 기업을 선정해 창업을 지원한다. 1년간 강북청년창업센터, 강남청년창업센터의 공동창업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매달 최대 100만 원의 활동비를 지급한다. 강북청년창업센터 박혜련 매니저는 “공동창업공간에서 각 분야의 참가자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서로 정보를 교환하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참가자의 창업 준비 교육을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창업전문가와 직접 만나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코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법무‧세무‧지식재산‧경영 전문가들과 연계해 취약 분야에 직접적인 도움을 받도록 했다. 또한 ‘꿈꾸는 청년가게’를 설립해 선정된 기업이 만든 제품을 판매할 공간을 제공한다.

‘윈드폴7’ 이효석(서울과학기술대 기계과07) 대표는 이웃들을 연결하는 홈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올해 ‘청년창업 1000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을 사업 모델로 이웃 간의 정보 공유가 가능한 소셜 네트워크를 제시했다. 이 씨는 “지방 출신으로 서울에서 혼자 자취 생활을 했던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이웃에 대한 무관심으로 발생하는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사회적 기업 역할도 하겠다”고 말했다. 청년창업센터 내부 전시실에는 참가자들의 제품 수십 점이 전시돼있다. 중국어 무가지 ‘The Globe’, 양말을 소프트 아이스크림 모양으로 포장해 판매하는 ‘소프트 앤 바닐라’, 정량을 꺼낼 수 있는 밀폐용기를 만드는 ‘스크류 앤 락’ 등이 모두 ‘청년창업 1000 프로젝트’ 참가 기업이다.

▲ 중국 무가지 'THE GLOBE'

KT&G아시아대학생창업교류전
올해로 12년을 맞은 KT&G아시아대학생창업교류전(Asian Student Venture Forum, ASVF)은 국내대회와 국제대회로 나눠진다. 2012년 ASVF 국내대회는 대학별 토너먼트로 이뤄진다. 국내대회를 통과한 30여명에게 국제대회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지고 1등에게는 지식경제부 장관상을 수여한다. 국제대회는 한국, 일본, 중국,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6개국의 대학(원)생이 참가해 국가 대항전 방식으로 치러진다. 국제대회 우승팀에게는 상금 2000 달러 및 상장을 수여한다.

2011년 ASVF에 참가한 (주)제니아쵸 대표이사 전현욱(계명대 미국학과05) 씨는 국내 대회에서 보관용기의 칸을 분리해 고객 성향에 따라 다른 종류의 육류를 담게 한 창업 아이템으로 국제대회 진출권을 얻었다. 인터넷 상으로 육류 종류 선택이 가능하게하고 구입한 육류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전현욱 씨는 “식품뿐만 아닌 보관용기와 구매행태까지 사업화시킨 아이템”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팀원으로 참여한 국제대회에서는 ‘버스 레스토랑’ 아이템으로 3위를 수상했다. 버스를 개조해 이동식 레스토랑으로 만들고 식사를 하면서 외국인과 화상채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주로 혼자 식사하는 사람을 겨냥한 아이템이다. 아시아 5개국의 대표음식을 레스토랑 메뉴로 선정해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도록 했다. 전현욱 씨는 “나홀로 족을 겨냥해 최근 트렌드에 맞는 아이템이었고, 이미지를 활용해 실현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준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라며 “하지만 초기 자본이 많이 드는 것에 비해 수익성이 낮다는 비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승원(동국대 광고홍보학과09) 씨는 ‘P2P 여행 사이트’ 창업아이템으로 2010년 ASVF에 참가해 국제대회 출전권을 얻었다. 이승원 씨는 “나홀로 배낭여행객이 증가하는 추세에 맞춰 정보제공과 공유를 위한 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여행책자를 온라인으로 옮기는 시도”라고 말했다. 온라인에서 여행객과 현지인을 연결해 여행 가이드 겸 자신이 만든 여행코스를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경제신문 미래전략부 박재균 차장은 “ASVF는 창업 아이템 공모 뿐 아니라 참가자들 간의 지속적인 네트워킹을 목표로 한다”며 “한국을 넘어 아시아 각 국의 창업을 꿈꾸는 대학(원)생들 간의 교류가 가능하다는 점이 ASVF의 최대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생 우수 창업 아이템 경진대회
2009년부터 신용보증기금에서 주최하는 대학(원)생만을 위한 공모전이다. 이 대회에 작년에는 54개 팀이, 올해는 72개 팀이 참여했다. 점차 경쟁률이 높아지는 만큼 심사항목을 숙지하고 꼼꼼히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용보증기금 내부 직원 외에 특허청, 특허정보원, 경제신문에서 초빙된 심사위원들은 아이템의 기술성, 창의성, 실현가능성, 사업계획타당성, 재무계획타당성의 5가지 평가항목을 각 10점 만점으로 채점한다. 본 공모전에서 입상하면 대상 500만 원, 최우수상 300만 원, 우수상 100만 원의 상금 외에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최대 5000만원까지 창업 보증 지원을 받을 수 있다.

▲ 전남대 E&H Engineering '체인 텐셔너 기능을 겸비한 체인발전'


대상을 차지한 전남대 ‘E&H Engineering’ 팀은 ‘체인 텐셔너 기능을 겸비한 체인발전용 자전거 발전기와 리튬폴리머 배터리 충전 회로를 이용한 USB 전원회로’ 아이템을 개발했다. 자전거의 체인 동력을 이용해 발전하는 자전거용 발전기와 여기서 발생하는 전기를 리튬 배터리에 충전해 안정적이고 연속적으로 USB 전원공급이 가능한 발전기 모듈 시스템이다. 이 기술은 심사위원단으로부터 친환경에너지 생산의 강점과 실질 활용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전남대 ‘E&H Engineering’ 팀 남형욱(전남대 대학원 첨단생산학연협동과정) 씨는 “제품으로 제작하지 못하는 아이템은 설득력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공모전에 아이템을 제작해 가기 위해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연구원들에게 많은 조언을 구했다”라고 말했다.

입상한 팀은 외부전문가의 창업컨설팅과 신용보증기금의 창업지원종합시스템(C3S)을 지원받을 수 있다. 창업지원종합시스템(C3S)은 창업상담, 창업스쿨, 창업보증, 창업기업컨설팅 등을 포함하는 창업지원업무의 일괄지원시스템이다. 올해 우수상을 받고 창업을 준비 중인 이성준(서경대 경영학과07) 씨는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창업교육에서 전반적인 창업 정보와 실제 회사를 꾸려나갈 때 필요한 재무회계를 배울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전국 대학(원)생 기술사업화 경진대회

▲ 연세대 Y-MEDIA '시각 장애인을 위한 거울'

지식경제부가 주최하고 한국산업기술진흥원,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가 주관하는 전국 대학(원)생 기술사업화 경진대회는 창업 아이템을 정부기관으로부터 검증받을 수 있는 공모전이다. 심사기준은 독창성, 사업계획 충실도, 시장성, 창업 역량, 발표태도의 5가지이다. 그 중 창업팀의 창업의지와 기술개발능력, 기술(제품)의 우위성, 차별성, 응용성을 평가하는 창업 역량 부분의 비중이 30%로 가장 중요하게 평가된다.

올해는 연세대 ‘Y-MEDIA’팀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거울’이라는 아이템으로 대상을 받아 상금 2000만 원과 장관상을 수상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거울’은 시각장애인이 화장과 외모에 관심이 많다는 점에 착안했다. 안면인식 카메라로 시각장애인의 이미지를 촬영한 후 이미지 비교를 통해 화장이 잘됐는지, 옷에 얼룩이 묻었는지, 머리는 단정한지 등의 정보를 음성으로 안내한다. 또한 모드를 설정할 경우 입고 있는 옷이 사무용, 파티용 의상으로 적당한지를 알려준다. 이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제품으로서 아이템이 참신하고 국내뿐 만 아니라 글로벌시장 창출이 가능해 향후 사회적 기업으로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했다. ‘Y-MEDIA’팀 정다영(연세대 의공학부09) 씨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제품인 만큼 실질 사용자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시각 장애인 단체를 직접 방문해 인터뷰와 설문을 했다”고 말했다.
▲ 연세대 Y-MEDIA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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