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7시경 여의도공원에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토크콘서트를 보기 위해서다. 나꼼수는 10월 29일부터 서울을 시작으로 지방 대도시를 순회하며 온라인의 열기를 오프라인으로 끌어오기 위해 토크콘서트를 진행해왔다. 이번 공연은 한미FTA 통과를 반대하기 위한 공개 공연이었다. 행사 시작 시간 훨씬 전부터 준비된 의자는 다 채워졌다. 자리를 잡지 못한 사람들은 맨바닥에 앉거나 언덕위로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들과 데이트를 나온 연인들도 있었다. 일부는 무대를 보기 위해 나무 위로 올라가는 위험을 무릅썼다. 경찰 추산 1만 6000, 주최 추산 5만의 시민들이 차가운 빗발이 흩날리는 공연에 참석했다. 그동안 한미FTA 시위현장에서도 보지 못했던 많은 인파였다. 나꼼수의 인기와 정부 여당과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민심을 여실히 보여줬다.

공연은 총 3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공연에는 나꼼수 4인방(김용민 시사평론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주진우 시사인 기자, 정봉주 17대 전 국회의원)의 지인들이 함께했다. 초반에는 4인방과 초청인사들이 ‘나꼼수’처럼 농담을 주고받았다. 2부에서부터 이명박 대통령을 풍자하며 캐럴과 찬송가를 개사해 이어갔다. “나 수사권 있어. 물 수(水)에 쏠 사(射) 수사권. 물대포를 아직 덜 맞았구만?” 김용민 시사평론가는 조현오 경찰청장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성대모사를 했다. 풍자의 수위가 조금씩 높아지면서 간간이 욕설이 나오기도 했다. 시민들은 환호하며 즐거워했다.

3부로 넘어가자 한미FTA를 반대하는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사람들은 한명씩 무대에 오를 때마다 이름을 연호했다. ‘최루탄’ 사건으로 논란에 선 민주노동장 김선동 의원도 자리를 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최루탄 어디서 났어?”라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김선동 의원은 웃으며 “그냥 있던데”라고 답했다. 경찰은 재고유출은 아니라고 이미 밝혔다. 무대 위의 진행자들은 “왜 불발탄을 만들어서 FTA도 못 막냐”며 김 의원을 나무랐다. 시민들은 모두 김선동을 연호했다. 허나 한미FTA를 막기 위해서 최루탄을 터트린 행위를 정당화 하는 모습이었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그 무대에서 올라 에콰도르가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구티에레즈 대통령을 시민들이 몰아내고 새 정부가 FTA를 파기했으니 우리도 해내자고 발언했다. 외교통상부는 바로 보도 자료를 내고 반박했다. 양국의 FTA는 美 석유회사의 투자분쟁으로 협상이 결렬된 후에 구티에레즈 대통령은 헌정질서파괴의 명목으로 탄핵됐다고 설명했다.

3시간여에 걸친 콘서트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 텔레비전을 켜니 뉴스에는 나꼼수 콘서트를 ‘여의도 대규모 집회’로 보도했다. ‘평화롭게 자진해산’이라는 단어는 애초에 폭력집회가 아닌 행사에 모인 시민들에게 어떤 굴레를 씌우고 있었다. 나꼼수 콘서트 장에는 FTA를 반대하는 시민들도 순수하게 나꼼수 콘서트를 보러 나온 사람들도 있었다. 무엇이 수만명의 시민들을 추운 날씨 속에 세 시간씩 자리를 지키게 했을까? 아마도 요즘 인기 사극의 상황처럼 ‘윗 것의 대의’에 대한 ‘아랫 것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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