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들이 고석정을 방문해 절경을 감상하고 있다.
현재 본교 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실크로드-길 위의 인문학> 강좌는 250여 명이 듣는 서울시 최대 문화강좌다. 하지만 이에 비해 정작 학내 구성원들은 박물관에 관심이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박물관 측은 학내 구성원들을 위한 ‘박물관 주말 답사’를 기획했다. 올해 3월부터 시작한 ‘박물관 주말 답사’는 매달 선착순으로 40여 명의 신청자를 받아 부여 유적지, 영주 부석사 등을 소개했다. 고대신문은 11월 26일 철원에서 ‘미리 만나는 겨울’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6번째 박물관 답사에 동행했다. 박물관 답사는 삼부연 폭포에서 시작해 철의 삼각지를 거쳐 도피안사를 도착하는 경로로 진행됐다.

오전 8시, 학교 정문 앞으로 철원을 향하는 버스를 타려는 학생 30여 명이 모여들었다. 박물관 답사라는 주제에 맞게 한국사학과나 사학과 학생이 있었고 다른 과 학생도 많았다. 그 중 송채윤(사범대 교육10) 씨는 하루 동안 여행을 다녀온다는 생각으로 이번 답사에 참가했다. “살면서 철원에 가볼 기회가 없을 것 같기도 하고, 하루 여행비용으로 1만 원이면 저렴하다는 생각에 참여했어요” 평소 사진에 관심이 있었던 전병희(나노바이오공학연구소 연구원) 씨도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답사에 나섰다. “6월에 국립중앙박물관 답사를 다녀온 게 좋아서 한 번 더 신청했어요”일에서 벗어나 여유 있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아서 지원했습니다” 부여 답사를 다녀온 심혜인(사범대 국교08) 씨는 “답사 일정이 빡빡하지 않고 혼자 가기에도 부담이 없어서 다시 신청하게 됐다”고 전했다.

박물관이 주관하는 답사답게 학예사와 본교 한국사학과 대학원생이 가이드를 맡았다. 이 날 가이드를 맡은 박세연(대학원 한국사학과) 씨는 철원의 도시개관과 일정을 설명했다.

학교를 출발해 2시간이 걸려 도착한 곳은 삼부연 폭포였다. 삼부연 폭포는 금강산을 가던 겸재 정선(鄭敾)의 발목을 잡은 절경으로,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도 소개된 적이 있는 곳이다. 안개와 어우러진 폭포가 더욱 신비해 보였다. 남자친구와 함께 온 전지영(정경대 행정07) 씨는 “이런 곳에서 데이트를 즐길 커플은 흔치 않을 것”이라며 “겸재 정선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하다”라고 말했다. 가이드를 맡은 박세연 씨는 큰 산이 없는 내륙 평야지대에 폭포가 생긴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이곳 삼부연 폭포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기이한 지형 때문에 지질학자들도 많이 찾는 곳이죠”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고석정이다. 한탄강의 살얼음이 낀 강물은 철원의 추위를 짐작케 했다. 한탄강을 호젓하게 바라보는 정자의 모습에서 고고한 왕족의 기품이 느껴졌다. 실제로 이곳에서 자주 사극 드라마 촬영이 이뤄지곤 한다. 고석정은 신라 때 진평왕이 세운 것인데, 훗날 임꺽정이 정자 건너편에 돌벽을 쌓고 칩거했다고 전해진다. 박세연 씨는 조선시대 명종 때 임꺽정과 같은 도적이 나온 이유를 세종의 정치에서 찾았다. “지금은 최고의 왕으로 칭송 받고 있는 세종이지만, 연분9등법과 같은 겉으로 보기엔 합리적인 제도가 훗날 백성들에게 엄청난 세금 부담을 안겼습니다. 결국 성군이 도적을 낳은 셈이죠”설명을 듣던 민송이(교육대학원 영어교육과) 씨는 “단순히 절경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문가의 수준 높은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유익하네요”라고 말했다.

버스를 타고 제2금융조합, 농산물검사소를 본 뒤 옛 조선노동당 당사 건물인 노동당사에 도착했다. 노동당사는 6․25 전쟁 때 폭격을 받아 앙상한 뼈대만을 유지하고 있었다. 박세연 씨는 “당시 평양의 건물 수준으로 지어진 것으로 볼 때, 사회주의가 나름대로 잘 구현되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보통 이곳에 오면 노동당 고문의 참상만을 알려주는 것이 전부지만, 이런 안보교육을 넘어 대학생인 만큼 역사적이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이번 답사의 핵심인 도피안사(到彼岸寺)다. 도피안사에는 국보 63호인 철조약사여래좌상이 자리하고 있는데 불상을 받치는 대좌까지도 철로 만들어 보기 드문 작품이다. 대부분의 불상이 한쪽 가슴을 드러내고 있지만 이 불상은 양 어깨를 감싸고 있어 추운 철원의 지방색을 드러냈다. 또한 도피안사는 금와보살(황금빛 개구리)이 나타난 것으로 유명하다. 좋은 기운을 전한다는 금와보살을 만날 수는 없었지만 합장을 하며 저마다의 2012년을 비는 것으로 답사를 마쳤다.

다음 박물관 답사는 내년 봄, 공주 태화산에 있는 마곡사로 예정돼 있다. 마곡사는 ‘춘마곡 추갑사(봄에는 마곡사, 가을에는 갑사를 가야한다)’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봄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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