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이명박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에서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에게 위안부 문제 해결을 강경하게 촉구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이 목전에 놓였다는 반가움은 잠시, 한 달 전 소망의 집에서 만났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생각나 마음이 숙연해졌다.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는 자신의 과거를 어린 학생들에게 조심스럽게 펼쳐보였다. 할머니의 이야기에는 지난 70년 동안 흘린 눈물이 뒤범벅 돼있었다. 모두들 우리가 죽길 바라고 있다는 할머니의 말엔 3년의 위안부 생활보다 그 후에 어느 곳에서도 위로 받지 못하고 혼자 감내해야했던 아픔이 켜켜이 쌓여있었다.

매주 수요일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모여 위안부 피해자 해결을 부르짖던 수요집회가 1000회를 넘어섰다. 20년이 넘는 세월을 지나는 동안 처음 집회를 시작했던 할머니들의 대부분이 돌아가셨다. 얼굴의 주름살만큼 마음의 골도 깊어졌다. 할머니들은 온갖 풍파를 이겨내고 주한일본대사관 앞 그 자리를 꿋꿋이 지켰다. 이제는 그 자리에 어린 소녀 모습의 평화비가 앉아있다. 평화비는 수요집회 1000회를 넘어 1만회를 바라보는 그 날까지도 그 자리에서 할머니들의 울부짖음을 메아리쳐줄 것이다.

1000번 모여 목 놓아 울부짖어야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는 생각에 한편으론 야속감도 든다. 해묵은 과거사를 들춰내지 말자는 식의 노다 총리의 대응은 앞으로 얼마나 더 길어질지 모르는 난항을 예고하는 듯 보인다. 20년 동안 할머니들이 그랬던 것처럼 대통령도 계속해서 목소리를 높여주길 바란다. 단순히 국내 여론을 염두에 둔 말 한마디로 끝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새해를 맞아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 전에 케케묵은 문제부터 털어내야 함을 당연지사이다. 이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는 65명뿐이다. 이토록 추운 겨울이 지나고 나면 목 놓아 외칠 분들의 힘은 더 줄어든다. 우리에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