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은 밥에다 먹다 남은 반찬을 넣어 슥슥 비벼먹던 비빔밥, 이 비빔밥 하나 때문에 멀쩡한 직장까지 박차고 나왔다면 과연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바로 여기 그런 사람들이 있다. 15개국 23개 도시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5명의 ‘비빔밥 유랑단’이 바로 그들이다. ‘비빔밥 유랑단’ 은 288일 동안 세계 각지를 돌며 비빔밥 시식행사를 진행했다. 비빔밥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뭉친 이들은 지난달 29일 홍대트릭아이에서 마지막 100번째 식탁을 마련했다.이날 앞치마를 두른 채 분주하게 비빔밥을 만들고 있던 정겨운(국제학부03) 씨를 만났다.

- ‘비빔밥 유랑단’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졸업 후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외국계 은행에 입사했다. 이름만보고 들어갔는데 입사 후 수동적인 삶에 회의감이 들었다. 서른이 되기 전 뜻 깊은 일을 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대학생활 때 알고 지내던 강상균 씨에게 제의가 와서 동참했다”

- 많은 한국 음식 중에 왜 하필 비빔밥인가
“한식세계화 사업에서 가장 밀고 있는 음식이 비빔밥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음식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여러 가지 음식을 알리기보단 일본의 스시, 베트남의 쌀국수처럼 비빔밥 하나만 제대로 알려 다른 음식도 같이 알려지게 하고 싶었다. 게다가 반찬의 종류가 많은 다른 한식메뉴에 비해 비빔밥은 한 그릇에 모두 담아 낼 수 있고 고정된 조리법 없이 현지인 입맛에 맞게 재료를 조절할 수 있다”

- 현지인들의 반응이 좋았다는데 특별한 비법이 있었나"
행사장에서 만난 정겨운 씨. 이날 행사도 204인 분의 비빔밥을 준비했다. (사진 | 손유정 기자 fluff@)

“무조건 우리 것만을 고집하기보단 현지인들에게 맞는 요리법을 만들었다. 인도 같은 경우 채식주의자가 많아 계란 대신 노란 파프리카를 넣었고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고사리, 도라지보다는 애호박, 당근, 버섯같이 그들에게 익숙한 재료를 사용했다. 색감은 유지하되 그들이 즐겨 먹는 야채를 넣어 현지인 입맛에 맞는 비빔밥을 제공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
“5명이서 운영을 비롯해 홍보, 행사진행 등 모든 일을 처리하는게 쉽지 않았다. 특히 운영금의 대부분을 자비로 충당했기 때문에 비용적인 면에서 아끼며 살아야 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비빔밥 시식이라는 행사까지 진행하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었다”

- 앞으로 ‘비빔밥 유랑단’ 프로젝트는 어떻게 되나
“기존 1기 멤버들은 다시 취직을 하거나 공부를 할 예정이다. 하지만 ‘비빔밥 유랑단’은 2기를 선발해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 한식은 우리가 생각 하는 것 이상으로 우수한 음식이다. 이렇게 좋은 음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홍보 부족으로 한식이 알려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나는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한식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2기 후배들에게는 우리가 배운 점, 경험한 것을 알려줘 더 잘 할 수 있도록 하겠다"

- 후배 재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흔들림도 있었고 프로젝트 중에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 모두를 극복하고 스스로 일구어낸 성공 경험은 큰 자산이 됐다. 마지막 100번째 행사를 서울에서 한 이유도 내가 느끼고 경험한 것을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다. 그들에게 편안한 삶에 안주하기보다는 한번쯤 새로운 도전을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그것이 한국 문화를 알리는 일이라면 더욱 의미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