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예술가 요제프 보이스는 <Kunst=Kapital(예술=자본)>이라는 작품을 만든 바 있다. 작품의 제목은 현재 한국 사회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술가는 배고픈 직업’이라는 말은, K-Pop 등 한국 문화가 세계에 위상을 떨치고 있는 지금에서도 여전히 통용된다. 극소수의 예술가들을 제외한 많은 예술가들이 여전히 아무런 지원도 없이 배를 곯아가며 간신히 창작 활동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국내 예술계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환경 가운데서도 인터넷을 통해 대중의 투자를 이끌어 내거나 ‘자본’을 공동 소유하여 창작 활동을 유지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독일의 예술가 요제프 보이스는 <Kunst=Kapital(예술=자본)>이라는 작품을 만든 바 있다. 작품의 제목은 현재 한국 사회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술가는 배고픈 직업’이라는 말은, K-Pop 등 한국 문화가 세계에 위상을 떨치고 있는 지금에서도 여전히 통용된다. 극소수의 예술가들을 제외한 많은 예술가들이 여전히 아무런 지원도 없이 배를 곯아가며 간신히 창작 활동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국내 예술계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환경 가운데서도 인터넷을 통해 대중의 투자를 이끌어 내거나 ‘자본’을 공동 소유하여 창작 활동을 유지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창작’에는 고통이 뒤따르지만, 그 고통도 자본이 있어야 느낄 수 있는 게 현실이다. 대학생이 공연이나 전시 등 예술 활동을 하고 싶어도 경비가 없으면 쉽게 도전할 수 없다. 졸업 작품 제작도 힘이 든다. 강나래(홍익대 조소11) 씨는 “작품 활동은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대회에 나가 받은 상금으로 조금씩 겨우 하는 정도다”고 토로했다. 전문적으로 예술계로 진출해도 사정은 변하지 않는다. 예술가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아는 한 영화학도가 창작자를 위한 새로운 예술 투자의 장을 마련했다.

국내 최대 온라인 펀딩 플랫폼, 텀블벅
지난해 3월, 자금이 필요한 창작자와 후원자를 이어주는 온라인 펀딩 플랫폼 텀블벅(tumblebug, 대표=염재승)이 생겼다. 염 대표는 홈페이지를 통해 “프로젝트 자체보다 문화 창작자의 독립적인 시도라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창작자 자신에게 그 프로젝트가 어떤 의미인지, 왜 도움이 필요한지에 대해 사람들과 공감할 장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먼저 창작자가 자신의 작품 활동에 필요한 금액과 그 금액이 모여야 하는 시점을 정해 텀블벅 사이트에 글을 게시한다. 물론 창작자는 사람들이 후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자신의 작품을 홍보하면서 잠재적 후원자들을 설득해야 한다. 작품 제작의 당위성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제작에 대한 개인적인 소망을 고백하기도 한다.

졸업 작품을 준비하는 예술학교 학생부터 기존의 작가, 미술가, 음악인, 영화제작자, 디자이너, 공연기획자 등 작품 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이 참여한다. 특별한 참가 자격은 없지만, 후원금이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면 모든 후원은 취소된다. 목표한 금액을 채워야 창작자가 책임감 있게 창작에 임한다는 것이 텀블벅의 철학이기 때문이다.

 

돈 없는 젊은이에게 기회
과학을 공부하는 대학원생 3명으로 이뤄진 ‘MuseS’는 얼마 전 목표금액에 도달해 준비한 과학 퍼포먼스를 무대에 올리게 됐다. 젊은 과학자들은 연구실이 답답해 과학과 예술의 접합을 시도했다. 주제는 ‘라면’에 대한 경험을 뇌과학, 생화학, 행동생태학적인 분석이었다. 주제가 잡히고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실제로 공연을 하기엔 자비를 모아도 예산에 모자랐다. 아이디어만 모아가던 중에 텀블벅을 알게 됐고 모자란 금액을 채울 수 있었다. MuseS의 김연화(서울대 과학사․과학철학 협동과정 석사) 씨는 “돈도 돈이지만, 프로젝트 계획서를 올리는 과정에서 정리가 많이 됐고 우리가 뭘 하고 있는지 사람들에게 알리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막연히 친구나 가족들에게 ‘돈을 달라’고 하다가 ‘텀블벅’이라는 형식에 게재하니 후원을 받기 쉬웠던 거다. 

자금 부족 해결의 돌파구
텀블벅에서 프로젝트의 종류, 규모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시도를 설명하고, 사람들이 그것에 공감하는 일련의 작용이다.

‘펀딩’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이 아니다. 프로젝트의 종류에 따라 후원 가능 최저 금액이 5000원인 경우도 있다. 소액이라도 모이면 큰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기가 많은 프로젝트는 적립률이 100%를 넘는다. 500만 원이 목표였던 ‘다큐멘터리 <어머니> 극장 개봉 프로젝트’는 한 달 만에 800만 원을 웃도는 금액을 모았다.

소박한 소망을 담담하게 전달해 공감을 얻은 창작자도 있다. 일러스트레이터 전선진 씨는 텀블벅에서 후원금을 모아 3월에 일러스트 작품집 <Animal Crackers>을 출간한다. 졸업 작품 준비 막바지였던 전 씨는 학교 선배를 통해 텀블벅을 처음 알게 됐다. 졸업 전시를 끝내고 그림들을 그냥 두기 아쉬워하던 차에 텀블벅이 생각났다. 반신반의하며 프로젝트를 게시했지만 목표금액보다 많은 금액이 모였다. 전 씨는 “기회가 된다면 동화책을 만들어 보고 싶다”며 “독립출판에 계속해서 도전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텀블벅은 쇠똥구리를 뜻한다. 쇠똥구리는 조그만 똥에서 시작해 쉼 없이 굴려가며 자기 몸집보다 큰 똥을 만든다. 텀블벅은 후원자와 창작자 한 명 한 명의 힘을 모아 예술계에 잔잔하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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