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장기는 어느 것일까? 어느 장기건 병이 나면 건강을 해치거나 목숨을 잃을 수 있으므로 이 질문이 우문일 수 있겠지만, 장기의 서열을 다음과 같이 제안해 본다. 서열 1위: 뇌와 척수, 2위: 심장과 허파, 3위: 간과 콩팥, 4위: 생식기관, 5위: 소화기관, 6위: 뼈, 7위: 골격근, 8위: 피부 순이다. 이 서열은 그 장기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으며, 주위조직으로부터 어느 정도 보호받고 있느냐에 따라 매겨진 것이다. 그림 1을 참조하여 다음 내용을 알아보자.

서열 1위인 뇌와 척수는 우리 몸에서 가장 단단한 뼈인 머리뼈와 등뼈 속에 들어있다. 특히, 뇌는 머리카락-머리피부-머리뼈(빈 팀이 없는 통뼈)-뇌척수액으로 이어지는 쉽게 무너뜨릴 수 없는 우리 몸 최고의 요새에 위치한다. 이것은 가장 중요한 장기인 뇌를 가장 안전한 방어막 속에 넣어놓은 셈으로, 우리가 중요한 물건을 가장 안전한 곳에 잘 보관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서열 2위인 심장과 허파는 갈비뼈와 갈비살로 이루어진 흉강 속에 들어있다. 흉강은 뇌가 들어가 있는 머릿속만큼 완벽하지는 않지만, 비교적 잘 둘러싸여 있어 안에 있는 심장과 허파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 심장을 허파보다 앞에 놓은 이유는 허파가 심장을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서열 3위인 간과 콩팥은 복강의 윗부분에 있어서 일부분만 갈비뼈의 보호를 받고, 나머지는 뼈가 아닌 복근의 보호를 받고 있다. 이것이 간과 콩팥이 흉강 속에 있는 심장과 허파보다 서열이 낮은 이유이다. 서열 4위인 생식기관, 특히 여성생식기관은 골반 뼈에 들어있어 여섯 면 중 세 면 정도만 뼈의 보호를 받고 있다.


생식기관은 개체의 생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장기는 아니지만, 종족 보존을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장기이기 때문에 4위의 서열을 받은 것으로 생각된다. 서열 5위인 소화기관은 뼈가 아닌 복근으로만 둘러싸여 있다. 뼈의 보호를 받고 있는 다른 장기보다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권투선수가 상대방의 옆구리나 배를 때리는 이유도, 갈비뼈로 둘러싸인 가슴부위보다 충격을 더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든 기관의 순위는 뼈가 보호하고 있는 정도에 따라 매겨지는 반면, 서열 7위인 골격근은 뼈를 둘러싸고 있어, 뼈(서열 6위)보다 서열이 낮은 것이다. 위에 등장한 모든 장기는 서열 8위인 피부에 포장지처럼 둘러싸여 있다. 여러분 모두가 매우 중요하게 여길지 모르지만, 피부는 우리 몸의 가장 외곽을 지키는 파수꾼으로서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서열이 가장 낮은 장기이다. 각 장기가 우리 몸에 놓여 있는 위치를 곰곰이 살펴보면, 장기의 서열에 대한 정보를 넘어 철학적인 면을 느낄 수 있다.

잘 알다시피, 대뇌는 감각과 운동기능을 통제할 뿐만 아니라, 생각이나 기억과 같은 고등기능도 담당한다. 그러나 대뇌에 공급되는 뇌혈관이 막혀 뇌졸중(중풍) 환자처럼 팔, 다리를 못쓰거나 말을 못하는 등 뇌의 기능을 잃게 되더라도, 당장 생명을 잃지는 않는다. 이에 반해, 연수(숨골)는 호흡이나 심장순환 등 생명유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어서, 이곳에 분포하는 혈관이 잘못되면 바로 생명을 잃을 수 있다. 그림 2에서 보듯이, 연수는 뇌의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대뇌와 소뇌에 완벽하게 둘러싸여 있다. 다른 내장장기와 마찬가지로, 뇌 속에서도 중요한 부위가 좀 더 안쪽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이제 여러분은 무심코 보아왔던 내장장기의 위치나 그것을 싸고 있는 보호장치가 철저한 계산하에 정해졌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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