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다운 야구를 하는 선수로 만들겠다” 1월 야구부에 새로 부임한 한영준 감독이 말하는 고려대 야구부의 미래다. 롯데 자이언츠 선수 시절 한 감독의 별명은 ‘악바리’였다. 작은 체구와 선한 인상과 달리 경기에 임할 때는 몸을 사리지 않고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그의 성격은 감독이 돼서도 이어졌다. 인터뷰 당일은 야구부가 일본 전지훈련을 다녀온 지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 선수들은 오후에 있을 연습경기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모교에 야구부 감독으로 돌아온 기분이 어떤가
“고려대 야구부만의 전통인 강인하고 절도 있는 모습이 많이 퇴색됐다. 일본 전지훈련 동안 고려대 야구부의 전통을 되살렸다. 경기상으로 변화한 부분을 보면 매우 놀랄 것이다. 기술은 물론이고, 정신적인 면에서도 누가 봐도 고려대 야구부로 보이도록 만들었다”

-‘밀도 있는 훈련’을 해나가고 있다고 들었다
“타이거 우즈가 이런 말을 했다. ‘하루를 쉬면 내가 알고, 이틀을 쉬면 캐디가 알고, 삼일을 쉬면 갤러리가 안다’ 야구는 하루 정도는 괜찮다. 하지만 이틀을 쉬면 근력의 15%가 떨어진다. 결국 하루라도 연습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

-현재 가장 시급하게 고칠 것은 무엇인가
“경기 중에 어려운 타구나 송구가 날아왔을 때 피하는 행동과 같은 야구선수답지 않은 행동을 하지 않게 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선수는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하는 사람이다. 만약 같다면 사회인 야구와 다를 바가 없다”

▲ 사진제공 | SPORTS KU 이희훈

-선수들과의 소통은 어떤가
“일본 전지훈련 동안 매일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소위 ‘뺑뺑이’를 돌렸다. 야구부 3, 4학년 선수들이 몸은 죽겠는데 야구다운 야구를 해서 좋았다고 말하더라. 내가 너무 강하게 나가니까 부임 초기에는 무섭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유니폼을 벗을 때는 다르다. 일본캠프 중에 이런 일이 있었다. 선수들이 먹을 음식인데 호텔에서 너무 부실하게 요리했다. 주방장 불러 단호하게 따졌다. 다음날부터 주방장이 직접 내려와 선수들 먹는 걸 살피고 갔다. 내 방식의 소통은 이런 거다. 다 내 친자식 같은 선수들이 아닌가”

-올해 고연전을 준비하는 감독으로서의 포부는
“무조건 이긴다. 이미 연세대 전력파악도 끝났다. 선수들에게도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을 심어뒀다. 특히 3, 4학년 선수들에게는 ‘이기고 졸업하게 해 주겠다. 나만 잘 따라오면 된다’고 말했다. 살라고 하면 죽고, 죽으려 하면 산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작년에는 너무 살려고 해 졌다. 질 때 지더라도 끝까지 해내는 것이 바로 고대식 야구다”

-감독으로 있는 동안 꼭 해내고 싶은 것이 있나
“제대로 된 야구를 하는 선수를 만드는 것이다. 아직 서야 할 위치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적어도 한영준한테 코치 받으면 프로팀에 가서 못한다는 소리는 안 듣게 하고 싶다. 4학년이면 야구를 12년 한 친구들이다. 이제는 스스로 야구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야구에 대한 한영준만의 철학은 무엇인가
“내 야구는 못한다고 배척시키는 게 아니라 잘못된 점을 다시 훈련시키는 야구다. 이해력이 부족한 건 화나지만 기술이 미흡한 건 다르다. 훈련으로 고쳐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선수가 위축되지 않게 더 격려해주고 응원해줘야 한다. 사람이 사람을 알아준다는 건 무척이나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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