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신문 수습기자 모집’이라는 문구만 보고 홍보관 문을 두드리기엔 망설여집니까? 물론 단순히 기자라는 환상에 젖어 들어왔다가 그만두고 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러분께 일주일 동안의 고대신문 제작 과정을 보여드립니다. 신문사는 환상이나 두려움의 공간이 아니라 역량을 기르고 열정을 불어넣어주는 발전의 장(場)이라 확신합니다.

월요일
‘카톡 왓숑, 카톡 왓숑’ 졸린 눈을 비비고 휴대폰을 열어보니 이번 주 신문을 잘 봤다는 친구들의 연락이 와있다. 뿌듯함은 잠시, 휙 옆으로 휴대폰을 던진다. 새하얀 아침 햇살을 받으면서 눈을 뜨면 상쾌해야하건만 벌써부터 긴장감이 맴돈다. 오늘은 전체 기자들이 함께 모여 이번 신문을 평가하고 다음 호 제작 회의를 하는 날. 기사는 기자 개인이 작성하지만 고대신문 이름으로 세상에 나오는 순간 모두의 그리고 나의 기사가 된다. 단어 하나, 내용 하나가 미치는 파급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기사 하나하나 냉정하게 평가하고 잘못된 것이 있으면 서로 신랄하게 비판한다. 제작 회의에선 각 부서가 다음 신문에 내보낼 기획을 기자들에게 설명한다. 과정에서 방향을 바꾸기도 하고 기획 자체를 내리는 경우도 있다. 고성이 오갔던 옛날에 비해선 나아졌지만 여전히 회의는 무겁다. 부서 아이템이 확정되지 않았다면 아침부터 발동을 걸어야 한다. 오늘도 역시 벌떡 눈뜨고 일어나 머릿속으로 아이템을 그리며 신문사에 나갈 채비를 한다. 등교보다 앞선 출근이다.

매주 월요일 전체 기자가 모여 평가 회의와 기획 회의를 진행한다. (사진 손유정 fluff@kunews.ac.kr)

화요일, 수요일
확정된 기획을 바탕으로 부서 별 취재가 진행된다. 취재부는 학내 중심으로, 기획부(문화,시사,학술부)는 학교 밖에서 주로 활동한다. 입체적인 기사를 위해선 다양한 취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관련된 인물들을 찾아 나선다. 인터뷰기사를 맡았다면 서둘러 인터뷰이와 시간 약속을 잡아야 한다. 질문 준비를 위해 그 사람의 책을 읽고 인터넷을 뒤지며 정보를 수집한다. 고대신문을 통해 각계각층의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매주 새로운 경험을 한다. 취재 중엔 늘 돌발 상황이 발생한다. 계획한 대로 취재가 쉽지 않은 경우도 있고,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별 문제가 아닌 경우도 있다. 끊임없이 데스크인 부장과 소통하며 방향을 잡아나간다. 독립적인 기사가 많은 취재부에 비해 모든 기사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기획부는 소통이 더욱 중요하다. 화요일, 수요일은 부장들의 휴대폰이 쉴 새 없이 울리는 날이다.

목요일
자정이 훨씬 넘은 새벽, 불빛하나 없는 주변 건물 사이로 홍보관 2층이 환하게 빛을 내고 있다. 낮부터 시작했지만 여전히 할 일은 산더미다. 늦은 시간까지 기자들은 취재를 바탕으로 기사를 완성해간다. 초고 기사를 읽은 부장은 기자에게 추가 취재를 지시하고, 기사의 완결성을 높이기 위한 첨삭을 한다. 부장 통과가 됐더라도 국장 통과가 기다린다. 금요일이 마감이어서 기자들은 쉴 틈이 없다. 일에 지쳐 엎드려 쪼그려 잠을 청한다. 힘들긴 데스크진도 마찬가지다. 기자들이 가져오는 많은 기사들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몇 차례 첨삭을 반복해야한다. 부장과 국장이 모여 진행 상황을 체크하는 도중 기획이 다음 주로 밀리거나 아예 기사가 날아가 버리는 경우도 생긴다. 그럴 때면 기자도 데스크도 멘탈이 붕괴되는 느낌이다.

금요일
목요일과 마찬가지로 새벽까지 홍보관에 남아 일을 한다. 기사가 완성된 기자들은 하나 둘씩 집으로 퇴근한다. 졸음을 쫓기 위해 깡통 앞 벤치에 앉아 동료 기자와 함께 밤공기를 쐰다. “이 힘든 생활을 지금까지 왜 하고 있을까” 일에 지쳐 멍하게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다. 누군가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이는 일이다. 기자들이 이렇게까지 신문사에 열정을 쏟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신문사에서 얻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배움과 경험이 이 열정을 지탱해준다. 학내 언론의 영향력이 줄어들었다지만, 대학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구성원 간 소통창구로서 역할을 한다는 자부심도 한몫을 한다. “이 세상에 우리처럼 열심히 발로 뛰는 대학생이 얼마나 있겠냐, 그만 일어나자” 그렇게 한 주의 마지막 밤이 흘렀다.

토요일
토요일 아침이다. 벌써 날이 밝았다. 오늘은 조판작업을 하러가는 날이다. 어느 정도 기사가 마무리됐기에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떻게 지면을 구성해야할지 머리가 복잡해진다. 조판 작업은 본래 데스크의 권한이지만 인력이 부족할 경우 담당 기자들이 참여한다. 기사를 열심히 써야하는 것만큼 독자가 편하게 읽도록 면을 구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면 디자이너와 여러 이야기를 주고받고 최종 결정한다. 저녁, 오탈자 점검을 마치고 기사 헤드를 완성하면 드디어 한 주가 마무리된다. 그 해방감과 보람이란... 다음 주 아이템을 확정하고 다시 긴 한 주를 달려가야 하지만 조판작업이 끝난 토요일 저녁엔 아무 걱정 없이 깊은 잠에 빠진다. 일주일 동안에 수많은 일이 있었고 때론 극한으로 치닫기도 했다. 그래도 집에 돌아가는 길에 생각한다. ‘고대신문을 하길 잘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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