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정구현 씨
전 세계에서 만드는 이 술은 재료가 되는 과일이 이탈리아에만 3000종이 넘고, 똑같은 방법으로 만들어졌더라도 그 해의 강수량과 일조량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이 난다. 이 ‘끝없고 복잡한 술’은 바로 와인이다.

매일유업의 와인 전문 자회사 ‘레벵드매일’에서 마케팅과 소믈리에 교육을 담당하는 정구현(국어교육과 03학번) 씨는 와인에 빠졌다. 지금까지 100곳 넘는 와인 양조장(와이너리)을 방문했고, 1년에 3000종류 이상의 와인을 맛본다. 정 씨는 와인동아리 ‘소믈리에’에서의 경험으로 진로에 확신을 가졌다. “동아리 활동으로 좋아하는 일이 단순한 취미인지, 직업으로 삼을 만큼 전문성을 갖출 자신이 있는지 확인해보세요”

무역업에 종사하던 아버지 덕에 정 씨의 집에는 외국 주류가 많았고, 정 씨는 자연스럽게 와인에 관심을 가졌다. 대학 입학 후 포도주개론 교양강의를 들으며 혼자 와인에 빠져있던 정 씨가 와인의 진정한 매력을 발견한 것은 소믈리에 활동 덕분이다. “소믈리에 회원들과 와인 페스티벌 같은 행사를 열면서 누군가와 함께 즐길 때 와인이 더 특별해지는 걸 느꼈어요”

정 씨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와인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책과 논문을 수십 편씩 독파하고, 해외 와인 잡지를 웹진으로 구독하며 공부한 끝에 영국 WSET(Wine&Spirits Education Trust)에서 발급하는 자격증을 취득했다. 방학중에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와이너리를 방문해가며 전문 지식을 쌓았다. 정 씨의 와인을 고르는 솜씨는 나날이 발전했고, 주변 사람들의 입맛도 만족시킬 수 있게 됐다.

동아리에서의 경험은 취업과 회사 생활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입사 시 동아리 활동을 높게 평가받았고, 와인을 꾸준히 마셔온 덕에 와인소비시장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다. “동아리 신입 회원들에게 와인 설명회를 할 때부터 쌓아온 노하우가 지금 현직 소믈리에를 가르치는 데에도 적용돼요”

정 씨는 인터뷰 자리에 가져온 모스카토 와인을 꺼내며 와인이 만들어진 지역에 대한 역사까지 술술 풀어놓는다. “와인 산지인 이탈리아 피에몬테의 엠마누엘레 비토리오 2세가 150년 전에 이탈리아를 통일했죠. 포도라는 식량을 주재료로 하기에 좋은 와인이 나오는 곳은 권력이 집중된 곳이고 역사의 중심지에요” 우리나라 최고의 와인 교육자가 되고 싶다는 꿈에 이미 다가선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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