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활은 그 끝을 알 수 없는 어둡고 긴 터널을 통과하는 것과 같다. 그 터널의 끝이 있기나 한 것인지, 있다면 도대체 언제쯤 끝이 날 것인지, 끝이 난다면 거기에는 어떤 운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인지... 학업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졸업장을 받고 직장을 구하는 그 순간까지 이런 불확실성은 유학생들을 끊임없이 괴롭힌다. 어떤 사람들은 불행히도 이런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하고 터널 안에 그대로 멈추어 서버리거나 불확실한 전진보다 확실한 후퇴를 선택하기도 한다.

나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유학길에 올라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George Washington 대학에 진학하였다. 처음 해보는 외국생활이다 보니 낯선 언어와 문화 그리고 학업 환경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었다. 우여곡절 끝에 졸업하고 경영학 박사과정 진학을 위해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에 진학하였다. 이미 미국에서 유학 경험이 있어서 나름대로 자신만만해 있었던 나는 본격적인 과정이 시작되면서 전에 예상치 못했던 또 다른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다. 그것은 엄청난 공부의 양과 난해한 수학이었다. 나는 마케팅 중에서 수학을 많이 사용하는 분야를 전공하였는데 당시 같이 공부하던 동료는 대개 물리학이나 공학 전공자로 수학적인 준비가 잘 되어있었다. 이에 비해 인문계 출신에다 수학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MBA를 거쳐 온 나에게는 전공 공부가 새로운 도전이었다. 이런 어려움과 불확실성을 극복하는데 지도교수님의 든든한 지원과 가족들의 사랑이 큰 힘이 되었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희미해져 갈 때도 있었지만 나를 믿어주고 용기를 준 고마운 분들 덕분에 어두운 터널의 끝을 향해 한 발을 더 옮길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돌이켜보니 성공적으로 유학생활을 마치기 위해서는 재능보다는 확신과 의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굳게 잠긴 유리병의 마개를 돌려서 열지 못해 고생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시도에서 실패하면서 마개를 돌리는 방향에 대해 혹시라도 마음에 의심이 생긴다면 그 순간부터 어떤 방향으로도 자신이 가진 힘을 100% 사용하여 마개를 자신 있게 돌리지 못하게 된다. 즉, 힘이 부족해서 병을 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확신이 없어서 그 어떤 방향으로도 전력을 다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일을 해낼 충분한 능력이 있는데도 성공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 유학생활은 절대 쉽지 않은 경험이었지만 내 인생의 멘토이신 지도교수님과의 소중한 인연을 맺을 수 있었고 가족의 소중함을 더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게다가 앞으로 내가 하는 모든 일에 재능보다는 신념과 열정이 더욱 중요한 성공의 열쇠임을 일깨워 준 축복된 여정이었다.

유원상 경영대 교수·경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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