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겉모습은 좌우균형을 추구하고 있지만, 모든 내장 장기는 좌, 우가 불균형 상태이다. 심장, 위, 간, 췌장, 소장, 대장, 비장 등과 같이 하나뿐인 장기는 물론, 좌, 우에 하나씩 있는 허파, 콩팥, 고환도 비대칭으로 균형상태가 아니다.
우리 몸의 운동기능도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균형이 잡힌 얼굴이나 몸과는 달리, 운동할 때 주로 쓰는 손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보다 생활하는데 불편한 점이 많다. 대부분 냉장고는 오른손잡이가 편하게 열 수 있게 되어 있으며(문이 두 개짜리도 냉장실이 오른쪽), 가위도 오른손잡이에게 편하게 되어 있고, 지하철의 개찰구에 카드를 대는 것도, 버스를 탈 때 카드를 대는 것도, 회전문을 미는 것도, 엘리베이터 자판도 다 오른손잡이의 몫이다. 이렇듯 대부분 물건이 오른손잡이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왼손잡이가 안전사고를 많이 당하지 않나 생각된다. 아래 그림의 왼쪽에 있는 오른손잡이용 조리기구와는 달리, 오른쪽에 있는 양손잡이용 조리기구는 상당히 너그러워 보이며, 이와 같은 배려가 왼손잡이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운동경기도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육상선수는 트랙을 시계반대방향으로 돈다. 스피드 스케이트나 쇼트트랙 선수도 마찬가지다. 모든 트랙경기가 시계반대방향으로 돌게 되어 있는 이유는 오른손잡이가 코너를 돌면서 오른쪽 다리로 밀어주면 기록이 좋기 때문이다. 따라서 왼손잡이는 시계반대방향으로 도는 것이 불리하다. 야구선수도 베이스를 시계반대방향으로 돈다. 일반적으로, 왼손 타자가 타격 후 1루에 가기가 쉬워 오른손 타자보다 유리하다고 알고 있지만, 장타가 나와 2, 3 루를 돌 때는 왼손타자가 불리할 것이다.
감각기능도 운동기능과 같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사격하거나 사진을 찍을 때, 오른손잡이는 오른쪽 눈으로 왼손잡이는 왼쪽 눈으로 겨냥한다. 이 이유는 두 눈 중 하나가 주도적인 눈(dominant eye)이며, 이 눈이 겨냥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어느 방송국이건 뉴스를 전하는 앵커를 보면, 남성은 왼쪽에 여성은 오른쪽에 앉아 있다. 이는 오른손잡이가 오른쪽 눈으로 아름다운 여성 앵커를 보게 하기 위함이 아닌가 생각된다. 오른손잡이가 전체의 85% 이상을 차지하니 당연한 선택이겠지만, 왼손잡이인 필자는 왼쪽 눈으로 칙칙한 남성앵커만을 보게 되어, 엉뚱하게도 텔레비전을 뒤집어 놓거나 물구나무를 서서 텔레비전을 보고 싶은 생각이 들곤 한다.
귀도 눈과 같이 주도적인 쪽이 있다. 오른손잡이가 오른쪽 귀로 전화를 받는 것이 왼쪽 귀로 받는 것보다 이해가 잘 되며 반응도 정확하다. 이런 사실을 휴대전화기 생산업체가 알고 있을까? 안다면, 전화기의 크기가 작아지고 전화를 받을 때 미끄럽기까지 한 요즈음, 오른손잡이나 왼손잡이에게 맞는 전화기를 따로 만드는 것이 인간 친화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흥식 의과대 교수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