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두 사람이 마음을 터놓는 친구가 되는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말조차 통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한국어문화교육센터에선 외국인들이 보다 쉽게 한국에 적응하도록 정규 도우미가 활동한다. 정규 도우미는 외국인 친구와 1대1로 연결돼 3개월 동안 한국생활 적응을 돕는다. 2012년 겨울 정규 도우미 과정에 참가한 박규찬(공과대 건축07) 씨, 일본인 야마모토 준코(여·40) 씨와 2011년 여름 정규 도우미에 참가한 유상엽(공과대 건축공학02) 씨, 중국인 장영(여·23) 씨를 만났다.

-정규도우미 활동에 참가한 계기는 무엇인가
유상엽 | 미국 어학연수를 떠났을 때도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현지인 친구를 사귀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그 프로그램을 통해 친구도 사귀고 영어실력도 많이 늘었다. 받았던 도움을 다시 베풀고자 지원했다.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한국에 온 계기라면

야마모토 준코 | 처음 한국어를 접한 건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를 통해서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가수 이승기를 좋아하면서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졌다. 일본에서 한국어를 조금씩 배우다가 회사를 관두고 한국에 왔다.

▲ 웃고 있는 박규찬(공과대 건축07) 씨와 야마모토 준코(여·40) 씨.

-도우미와 어떻게 한국어 공부를 했나
박규찬 | 책을 통한 공부보단 한국어 대화가 듣기와 말하기 실력을 늘리는데 효과적일 거라 생각했다. ‘음식’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찾아 대화하다보니 저절로 학습이 됐다.

야마모토 준코 | 도우미와 한국어로 대화를 많이 하다 보니 아는 단어의 수가 늘어났다. 말을 더듬거리면서 하던 것도 도우미와의 대화 덕분에 많이 극복했다.

-도우미와 한국어를 배우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야마모토 준코 | 한국어에는 한자로 된 단어가 많아 힘들었다. 한자어는 생각을 조금만 하면 아는 단어인데도 듣는 순간 바로 뜻이 떠오르지 않았다. 일본에는 ‘어’라는 발음이 없어 규찬 씨의 말을 알아듣지 못할 때도 많았다.

-외국인 친구에게 어떤 한국문화를 소개해줬나
유상엽 | 중국과 비슷한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 경복궁이나 인사동에 가도 별 감흥을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 내가 가봤으면 하는 곳보다 외국인 친구가 가고 싶어 하는 곳 위주로 데려갔다. 한국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한강이나 남산에 가니 오히려 더 좋아했다.

▲ 다정하게 앉아 있는 유영섭(공과대 건축공학02) 씨와 장영(여·23) 씨.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도우미와 겪었던 에피소드는
야마모토 준코 | 3월 3일이 삼겹살 데이라고 해서 같이 삼겹살을 먹으러 간적 있다. 일본에서 3월 3일은 여자 아이들의 무병장수를 비는 ‘히나마쯔리’라는 전통축제를 치르는 날이다. 같은 날인데도 완전히 다른 기념일이라는 게 재밌었다.

장영 | 영화 <고지전>을 같이 보러간 적이 있다. 영화 중간에 중공군이 내려왔는데 상엽 씨가 농담으로 날 가리키면서 웃었다. 볼 때는 이해를 못했는데 나중에 알고 나서 뒤늦게 웃었던 적이 있다.

-3개월간 외국인 친구와의 만남을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장영 | 한국인 친구가 생기고 혼자 가볼 수 없었던 곳을 함께해 좋았다. 한국어에 서투른데도 많이 배려해준 도우미에게 고맙고 미안했다. 이 고마움을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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