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는 한 학기에 수십 명, 많으면 수백 명의 학생을 강의실 안팎에서 만난다. 그러한 학생 중에는 유난히 인상 깊은 학생도 있기 마련이다. 그가 기대 이상으로 멋진 인생을 걸어가는 것을 보며 교육자의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교수의 인상에 남은 멋진 제자를 추천받아 만나보았다.

이상우(문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추천 이유
“박현지 양은 자신만의 길을 찾고 열정적으로 목표에 다가가는 모습이 인상 깊은 학생입니다. 연극이라는 꿈에 대한 확신을 갖고 국내외에서 끊임없이 노력했고 그 진심을 주변에서 인정했습니다. 자신감과 용기, 그리고 특별한 선택으로 가득 찬 현지 양에게서 진정한 청춘을 봤습니다”

짧은 커트 머리에 동그란 안경, 꽃무늬 스카프를 맨 박현지(문과대 심리07) 씨는 환한 미소와 다양한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현지 씨는 문화소외계층을 위한 아동극 <우리 친구하자>의 공동 제작자이자, 15편의 독립영화에 출연한 배우다. 그녀는 10여 년째 연극 무대의 매력에 빠져 작가 겸 배우를 꿈꾸고 있다.

이상우 교수가 현지 씨를 알아본 것은 신입생 때였다. 중학생 시절 연극 무대에 서게 되면서 연극에 관심이 생긴 현지 씨는 대학 진학 후 이 교수의 <연극의 이해> 수업을 들었다. 연극 소감을 발표하는 시간에 현지 씨가 탁월한 분석으로 심도 있는 감상평을 제시하자, 이 교수는 “국문과 대학원에 들어오라”며 칭찬했다. 현지 씨는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지만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지금도 그 때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답니다”라며 웃었다. 현지 씨는 중앙연극동아리 ‘극예술연구회’의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이 교수의 조언을 얻기도 하고 진로에 관한 고민을 나누기도 했다. 그 후 그녀는 취미로만 생각한 연극을 자신의 천직으로 결심하게 됐다. “문득 돌이켜 생각해보니 제가 수년 간 꾸준히 해온 것이 단 하나, 연극이더라고요. 그 때 연극이 제 길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2011년 1학기 캐나다 퀘벡으로 교환학생을 간 현지 씨는 학기를 마치자마자 ‘연행예술의 중심가’ 뉴욕으로 갔다. 이 교수는 현지 씨가 교환학생을 떠나기 전 뉴욕에서 영화학 공부를 하는 제자를 소개해줬다. 덕분에 현지 씨는 뉴욕대 예술대학원 영화학과의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다. 대학생 프로젝트 외에도 현장 경험을 위한 기회를 찾다가 개인 아티스트의 웹시리즈에 출연하게 됐고 워싱턴에서도 촬영했다. 처음에는 한 작품만 하기로 했지만, 작업 스텝들의 인정을 받아 5개 작품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미국에서 작업을 하면서 ‘현재 일에 최선을 다하면 그 꼬리를 물고 다음 기회가 온다’는 아주 당연한 진리를 몸으로 느꼈습니다”

요즘 현지 씨의 하루는 녹즙 배달로 시작해 최근 입단한 극단 ‘여행자’에서의 연극 연습으로 끝난다. 주말에는 문화소외 지역과 계층을 위한 ‘찾아가는 문화 활동’ 무대에 올릴 연극을 준비한다. 남들과는 다른 일,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온 몸을 던지는 용기로 똘똘 뭉친 현지 씨에게 열정의 비결을 묻자 진지한 대답이 돌아왔다. “어떤 일에 도전할 기회가 생겼을 때 ‘망설이는 이유 리스트(No List)’를 작성하게 된다면 그건 그 일을 정말로, 진심으로 하고 싶다는 신호탄입니다. 너무 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두려운 거죠. 하지만 온전히 빠져들 만한 일이라면 일단 뛰어드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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